산자부 `2차전지 발전전략` 왜 나왔나

 이번 정부의 ‘2차전지 산업 비전과 발전전략’은 올들어 점차 자리를 잡아가는 국내 2차전지 산업의 전략적인 육성을 위한 차원에서 마련됐다.

 국내 리튬계 2차전지 업계가 생산종주국으로 불리는 일본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고 저가 제품으로 국내외 시장을 개척하려는 중국업체들의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전략적인 지원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배경=정부의 2차전지 산업 비전과 발전전략 수립은 최근 안정세를 보이는 산업의 성장을 한층 가속화시키고 치열해지는 일본 및 중국 등 업체와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의지를 담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세계 1위인 일본과 발빠르게 쫓아오고 있는 중국의 추격 등 두개의 장애물을 동시에 극복해야 한다. 최초로 2차전지 상용화에 성공한 일본은 지난 2000년까지만 해도 90%를 유지하던 시장점유율이 80% 정도로 하락하자 점유율 유지에 역량을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풍부한 내수를 기반으로 축적된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해외시장 진출에 적극적이다. 중국의 경우 저렴한 임금과 풍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 가격경쟁력이 우수해 위협적인 존재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2차전지 산업에 대한 전망은 낙관론이 우세하다. 국내 세트업체들의 세계 휴대폰 시장 점유율 확대로 국내 2차전지 업체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본적인 매출원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삼성SDI와 LG화학이 경제적 양산규모로 평가되는 월 1000만셀 규모에 가까운 증설을 꾀하는 점도 안정적 경영기반을 구축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반응=이번 발전전략에 대해 전지업체들은 대체적으로 환영의 뜻을 나타내면서도 일부 미진한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에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줄 것을 원하고 있다.

 부품·소재·장비 등의 관련기술 개발이 미흡하다는 언급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책 제시가 부족하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또 2005년까지 연구인력을 2010년 현재의 10배 가까이 확장한다는 계획이지만 어떤 방식으로 늘릴지에 대해 구체적인 방안의 언급이 없었다는 평가다.

 그동안 기존 셀·소재·장비 등 세분화된 과제로 진행돼 유기적으로 운영되지 못한 점을 고려해 앞으로는 셀을 포함한 부품·소재산업 및 장비 등이 통합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하고 정부가 구체적인 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전문인력 양성체제가 미흡해 향후 원활한 인력공급이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음에 대비해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대두됐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국내 2차전지 산업이 빠른 시일내에 자리를 잡은 일은 축하할 만하지만 아직 미흡한 점이 많은 상황인 만큼 정부의 ‘2차전지 산업 비전과 발전전략’ 수립은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다음 단계에서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보다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이 나와줘야 할 것이란 지적이다.

 ◇업계 현황=올들어 국내 2차전지 산업계는 지난해에 비해 비약적인 발전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LG전자 등 세트메이커의 휴대폰 전세계 시정점유율 증가에 힘입은 것을 비롯해 디지털카메라·PDA·블루투스 기기 등 새로운 IT기기의 모바일화가 확산되면서 2차전지 수요가 증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삼성SDI·LG화학·SKC·코캄엔지니어링·이스퀘어텍 등은 생산능력을 대폭 확장하고 있다. 삼성SDI는 올초까지만 해도 550만셀에 불과하던 생산능력을 공정개선 및 자동화를 통해 최근 720만셀로 확장한 데 이어 연말까지 1000만셀로 늘리고 내년말까지 1500만셀의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LG화학도 LG전자와 신규 거래선의 매출증가에 따라 생산능력을 현재의 2배인 700만셀 규모로 확장하고 있다.

 수율은 지난해까지 80%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올들어 90% 이상으로 크게 향상됐다. 국내 대형 2차전지 업계의 평균수율은 2차전지를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한 지 불과 만 3년 만의 성과다. 기존 일본에서 거의 전량 수입되던 전해액, 양극소재, 음극소재, 세퍼레이터 등의 2차전지 소재들이 하나둘씩 국산화되며 자리잡아가고 있다.

 대백신소재는 음극소재 개발 및 양산을 개시하고 일부 2차전지 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양극소재인 리튬코발트옥사이드를 자체 개발해 생산하는 제스이켐도 최근 소량이지만 국내 업체에 제공한다.

 <박지환기자 daeba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