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 태극전사, 붉은 악마 그리고 자원봉사자들. 이들은 모두 성공적인 2002 한일월드컵의 주역이다. 특히 자원봉사자들은 태극전사들의 터뜨린 골로 온나라가 열광의 도가니에 빠져있을 때도 묵묵히 경기장 밖을 지키고, 군중이 빠져나간 경기장 쓰레기도 치우면서 월드컵 성공 개최를 이끌어냈다.
어디 월드컵뿐이랴. 자원봉사자들은 우리나라가 아시아게임, 올림픽, 월드컵 등 굵직굵직한 행사들을 치를 때마다 보이지 않는 손길을 뻗쳤다. 오는 10월에 열리는 전세계 게이머들의 축제인 제2회 월드사이버게임즈(WCG)에서도 자원봉사자들은 대회성공을 위한 천금과 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총 170명을 모집하는 WCG 자원봉사자 모임에 무려 7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몰려들어 월드컵이 그랬듯 WCG도 자신들의 땀방울로 세계적인 행사로 키워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종목별로 심판 역할, 무대 옵서버 역할을 하는 대전부문에는 10명 모집에 무려 185명이 지원해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자원봉사 지원자 중에는 온가족이 자원봉사로 신청하거나 81세인 고령의 할아버지도 자원봉사를 하겠다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 대전에서 어학원을 경영하고 있는 백운섭씨는 학원학생들을 이끌고 자원봉사를 신청하기도 했다.
이번에 통역부문 자원봉사자로 최종 선정된 대학생 오지영씨는 다리가 불편해 휠체어를 타고 다니면서도 적극적인 모습을 잃지 않았다. 그는 “월드컵 등 다양한 행사에도 자원봉사를 신청했으나 아쉽게도 선발되지 못했는데 이번 월드사이버게임즈 자원봉사를 할 수 있게 돼 무척이나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WCG 자원봉사에 나선 회사원 임수정씨는 별도의 WCG 자원봉사 홈페이지도 만들 계획이다. 대회를 한번 치러본 경험을 바탕으로 WCG 사이버 홍보도 하고 자원봉사자들의 친목도 다지겠다는 것.
최종 선발된 자원봉사자 중에는 예비교사도 있다. 얼마 전 한 중학교에서 교생실습을 마친 신주락씨는 “게임이 요즘 학생들의 문화가 된 만큼 이번 WCG 자원봉사를 통해 학생들의 눈높이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로 삼겠다”며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지난 16, 17일 대전시 공무원 교육원에서는 최종 선발된 자원봉사자들이 분야별 활동을 위한 교육을 받는 자원봉사단 캠프가 열렸다. 캠프에 모인 자원봉사자들은 이번 WCG에서 자신들의 역할을 익히는 한편, WCG 미션 공유, 행사장인 엑스포 관람, WCG자원봉사자 결의식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서로의 열정도 나눴다.
자원봉사자의 활성화 여부는 행사의 성공여부를 점쳐볼 수 있는 좋은 지표가 된다. 이번 WCG에 참여하는 자원봉사자들의 이 정도 열의라면 제2회 WCG가 세계 게임문화 축제로 자리매김하는데 이미 절반 이상은 성공했다고 해도 되지 않을까.
<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