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수가전>붉은 악마 `W커플`을 잡아라

 일년중 가전제품 최대 판매기간이자 구매의 절정기로 불리는 혼수 시즌이 열렸다.

 올가을 혼수시장은 올해 총 30만쌍으로 추정되는 예비 신랑신부 중 최대 20만쌍 가량이 가을로 몰리고 있어 상하반기로 나뉘었던 예년과 달리 가을 집중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월드컵 대회 등의 영향으로 결혼을 미룬 예비 신랑신부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올 가을 혼수 시장잡기 전쟁을 그 어느때보다도 뜨겁게 만드는 요인이 됐다.

 특히 올 혼수시장은 지난 96년이래 해마다 예비결혼커플이 감소하고 있는 추세 속에서도 가전 매출이 증가해 온 양상을 그 어느 때보다도 뚜렷이 보여줄 전망이다.

 통계청 발표 자료에 따르면 국내 결혼 인구가 지난 96년 43만4000여쌍에서 해마다 감소해 2001년 32만쌍, 올해 30만쌍 정도로 나타났지만 업계의 판매실적은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TV 등 영상가전 수요가 증가하는 가을시즌이 HDTV 구매시즌과 맞물려 있고 고급가전의 수요가 젊은층의 인기몰이를 하면서 시장을 주도하는 것도 업계로서는 반갑다. 특히 지난해 윤달이 끼면서 상반기 혼수 수요가 하반기에 몰리면서 관련 유통업체들이 하반기 매출에 적잖은 재미를 본 것처럼 올해 역시 혼수가전 수요가 하반기에 집중돼 업체별 판촉전을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혼수가전 시장 규모는 지난 2000년 8500억원 안팎에서 작년 1조원 정도의 규모를 형성했고 올해는 최대 1조2000억원까지 추정된다. 이중 혼수시장 전체매출 가운데 7000억∼8000억원 가량이 하반기에 집중돼 있다. 이처럼 결혼 인구의 감소와 달리 매년 시장증가세를 보여 주고 있어 업계를 반갑게 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혼수가전 시장의 주요 특징은 전반적인 혼수가전 구입비용의 상승과 이에 따른 대형·고가 가전품에 대한 판촉 마케팅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됐다는 점이다. 또 올해는 인기 품목 위주로 고가 단품의 구매가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패키지로 가전제품을 일괄 구매하던 분위기가 한걸음 물러가리라는 전망이다.

 결혼 건수의 감소와 함께 결혼 시기도 지금까지의 결혼 적령기보다 3∼5년 정도 늦은 30대 결혼이 크게 늘면서 고가 혼수품을 장만하는 사례가 느는 것도 또다른 특징이다.

 실제로 전자랜드21이 지난 5월 한달 동안 매장을 방문한 1000여명의 결혼 적령기 세대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혼수비용 중 가구와 예단, 예물 등의 비중은 내려가고 실용적인 가전 제품의 비중은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갖고 싶은 혼수품으로는 양문여닫이 냉장고와 드럼 세탁기, 대형 완전평면TV, 김치냉장고, 컴퓨터 등 주로 고가·대용량 가전이 꼽혔고 기타 혼수용 소형가전도 비슷한 추세를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전자 등 가전메이커와 하이마트, 전자랜드21 등 전자양판점 등은 홈시어터 시스템, 지펠과 디오스 등 프리미엄 냉장고, 대용량 드럼세탁기, 대화면 디지털TV 등을 판촉 전면에 내세우는 영업전략을 보이고 있다.

 하이마트 판매전략팀 강경철 차장은 “지난해 하반기 평균 혼수가전 구매단가는 280만∼300만원 정도였지만 올해는 이보다 50만원 정도 늘어난 350만원까지 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구매패턴에서도 결혼 비용 절약을 위해 사용하던 가전제품을 그대로 신혼 살림에 이용하고 전자제품 중 TV, 냉장고, 세탁기 또는 홈시어터 시스템 등 원하는 품목만 최상급 대형 제품으로 구입하려는 것도 새롭게 드러나는 추세다. 즉 가격대별로 한번에 구입하는 패키지 상품보다 단품위주, 낱개로 구입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가전업계가 적극적 마케팅을 펼치는 올 가을 혼수시즌은 9월말 시작되는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기간과도 겹쳐 있다. 예비신랑신부들은 가전·유통업체들의 활기찬 아시안게임 연계 마케팅을 즐기면서 경품행사 등에 따른 다채로운 선물을 받는 기회도 누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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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