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 혼수를 준비하는 예비 신혼부부들은 한껏 높아진 눈높이와 예산을 잘 맞춰야 할 듯하다. 수년 전에 비해 백색가전제품들이 대형화·고급화됨에 따라 제품당 단가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예비 신혼부부들은 가전업계의 흐름을 파악하고 혼수품을 구입해야 향후 수년 동안 사용하더라도 유행에 뒤처지지 않을 수 있다.
◇냉장고=냉장고의 최근 추세는 기존의 냉동·냉장고를 갖춘 이른바 톱마운트형보다는 양문형 냉장고의 판매비중이 30%를 웃도는 추세를 보여 주목된다. 냉장고의 세컨드 가전으로 출발한 김치냉장고는 아예 혼수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예전에는 선풍기로 만족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에어컨을 당연하게 여겨 보급률도 40%에 이른다.
◇드럼세탁기=뭐니뭐니해도 올가을 혼수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드럼세탁기가 새로운 혼수품목 1순위로 떠올랐다는 점이다. 드럼세탁기는 세탁은 물론 건조기능까지 갖춘 제품으로 유럽을 비롯한 해외에서는 일반화돼 있지만 국내에서는 올초 LG전자가 자사 드럼세탁기 브랜드를 ‘트롬’으로 결정하고 본격적인 마케팅에 들어가면서 하반기 불꽃경쟁이 시작됐다. LG전자는 최근 7.5㎏급 제품에 이어 국내 최대인 10㎏급 제품까지 내놓았다. 이에 상반기까지는 적극성을 보이지 않았던 삼성전자도 고급 백색가전 통합 브랜드인 ‘하우젠’을 런칭하면서 드럼세탁기시장 본격 대응에 나섰다. 파격적인 색상을 바탕으로 신세대 주부의 품격높은 생활을 호소하며 ‘이젠, 하우젠’을 외치고 있다. 올해 드럼세탁기 시장규모는 연초 예상 10만대를 훨씬웃도는 25만대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김치냉장고=가을 혼수시장과 김장철을 앞둔 성수기가 겹친 9월과 10월에는 주요 업체들이 김치냉장고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올해 130만∼140만대에 이를 김치냉장고 시장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4분기에 50∼60% 가량이 몰릴 것으로 전망되면서 제조업체 마케팅과 제휴 움직임도 가속되고 있다. 이제는 기능을 넘어선 우수한 맛보존기술로 경쟁하는 시대에 들어섰다.
지난 95년 국내 최초의 제품 개발로 시장을 창출한 만도공조가 자체 데이터베이스(DB)를 기반으로 한 김치연구소를 두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지난 6월 풀무원과, LG전자는 최근 두산식품BG와의 제휴를 통해 종갓집김치연구소와의 협력을 꾀했다. 브랜드면에서는 만도공조와 LG전자가 각각 ‘딤채’와 ‘1124’로 단일 브랜드를 사용하는 반면 삼성전자는 ‘다맛’과 ‘하우젠’으로 나눠 일반 제품과 고급형으로 구분했다. 김치냉장고 제품의 최근 흐름으로는 용량 대형화를 빼놓을 수 없다. 최근 200L급 출시가 보편화되고 있고 300L급 제품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전경원기자 kwj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