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국민은행과 옛 주택은행의 합병으로 탄생한 국민은행이 다음달 23일로 예정된 통합전산시스템 가동을 위해 강도높은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부적절한 가동시기와 맞물려 직원들의 운영미숙, 노조의 반발 등 불안요소가 상존해 있어 성공적인 시스템 가동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에앞서 국민은행은 지난 주말 지방점포와 기업전담점포를 대상으로 시스템 통합테스트를 실시, 일단 합격점을 받았으며 다음달 8일, 전국지역점포에 대한 2차 테스트를 끝으로 통합 준비를 완료할 예정이다. 본지 22일자 9면 참조
국민은행 측은 현재 “테스트가 목표대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다음달 23일 가동을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국민은행이 정식 가동시기를 1년중 가장 바쁠 때인 9월 말로 잡은 것에 대해 불안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옛 국민은행과 옛 주택은행의 방대한 고객원장을 합치기 위해서는 20일부터 22일까지 사흘간 추석연휴를 활용해야 하는데, 이때 만일 월말 거래량 폭주와 맞물려 시스템에 미미한 오류라도 발생할 경우 파장은 엄청날 것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가정은 시스템 자체의 안정성보다는 옛 주택은행 시스템에 완전히 동화하지 못한 옛 국민은행 직원들의 조작미숙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한 일선 영업점 직원은 “옛 국민시스템보다 옛 주택시스템이 입력하는 코드수도 많고 마감절차가 복잡해 불편하다”며 익숙지 않은 시스템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냈다.
이와함께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은행신뢰도 하락 문제를 떠나 통합 방식을 반대했던 옛 국민은행 노조와 임원진과의 마찰로 확산될 가능성 크다는 점에서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옛 국민은행 노조측은 합병은행전산시스템을 결정한 올초 캡제미니스트&영의 컨설팅 결과가 주택은행 측에 유리하게 작성됐다며 ‘컨설팅 결과 무효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법적투쟁을 벌인 바 있다. 노조는 당시 경영진으로부터 확실한 대답을 얻지 못해 앙금이 남아있는 상태다.
따라서 시스템통합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경영진의 선택에 대한 비난의 강도를 높일 것이 분명해 향후 은행의 IT전략운용에 중대한 불안요소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한 은행 관계자는 “국민은행의 시스템통합 결과는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현재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은행간 합병의 방향을 제시해 준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진영기자 jych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