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크젯 프린터 해상도 경쟁 소비자 외면 `그들만의 잔치`

 프린터 업계에 4800dpi 해상도 경쟁이 가열되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들에게는 강건너 불일 뿐이라는 지적이 많다.

 지난 14일 한국HP가 4800×1200dpi 해상도를 지원하는 잉크젯 프린터를 발표하자 삼성전자·한국엡손도 고해상도 잉크젯 프린터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4800dpi급 해상도의 프린터를 비수기가 끝나는 9월께 선보일 예정이었으며 한국엡손도 5760×720dpi 프린터를 같은 시기에 출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경쟁사인 한국HP가 예상보다 일찍 4800dpi급 프린터를 공개하자 당초 계획을 변경, 이달 말 두 회사 모두 고해상도 잉크젯 프린터 신제품을 발표키로 방침을 바꿨다.

 논란의 핵심은 2400dpi 이상 해상도 제품의 경우 인쇄된 사진, 문서 등의 품질이 눈으로 구별되지 않을 만큼 차이가 크지 않다는 데 있다.

 전문가들은 2400dpi로 인쇄된 것이나 4800dpi로 출력된 것이나 차이가 없다고 지적한다. 이는 프린터 업체계에서조차 공공연히 나도는 사실이다.

 한 프린터 회사 관계자는 “이전 1200dpi와 2400dpi 프린터의 출력 품질 차이는 확연했다. 하지만 이제는 더이상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현미경 등으로 꼼꼼히 비교해 봐야 2400dpi와 4800dpi 프린터로 인쇄된 사진 등을 구별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하나는 이로 인해 고해상도가 소구점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다. 오히려 더 선명한 인쇄를 희망했던 소비자들이 기존 제품과 차이를 느끼지 못할 경우 만족도만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해상도가 갖는 마케팅적 매력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은 유효할 것”이라면서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해상도만으로 소비자의 만족도를 유지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걱정했다.

 각 프린터 업체들은 이에 따라 신제품에 사용상의 편의 기능을 부가하는 데 고심하고 있다. 점진적으로 인쇄속도를 높이거나 디지털카메라와 직접 연결해 PC 없이도 출력할 수 있는 기능 등이 한 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