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콘텐츠 개발업체 엔토미디어 배동철 사장(38)은 얼마전 사업가로서 일생일대의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했다. SDS와 일본 규슈전력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초고속망 KJCN을 이용한 두 나라간 문화콘텐츠 교류사업의 중책을 맡았기 때문이다. 지난 2000년 처음 KJCN망 구축사업을 알게 됐을 때 배 사장의 뇌리를 스치는 기발한 사업 아이디어가 있었다.
“양국을 잇는 첨단 고속통신망을 활용해 일본과 함께 문화콘텐츠 글로벌 마케팅을 벌여 나간다면 세계 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떠오르더군요. 마침 한·일 월드컵 공동 개최도 이를 뒷받침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냈습니다.”
그후 1년 동안 현해탄을 넘나들기 수십 번, 배 사장은 두 나라의 대표적인 기업인 SDS와 규슈전력으로부터 사업 참여 의사를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이렇게 해서 이달초 한·일콘텐츠교류 전문벤처기업 엔토넷이 설립됐다. 엔토넷은 SDS와 규슈전력이 각각 2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한·일공동 벤처기업. 지분 출자 이외에도 두 회사는 엔토넷에 콘텐츠 교류 플랫폼과 현지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엔토넷으로서는 든든한 후견인을 두고 있는 셈이다. 엔토넷은 2006년경 중국까지 연결되는 초고속망을 바탕으로 한국을 아시아지역 브로드미디어의 허브로 만든다는 전략이다.
배동철 사장의 이력은 독특하기로 유명하다. MBA·MHA과정 수료, 군복무를 위한 귀국, 능숙한 영어 구사능력을 겸비한 정보사 해외협력 장교 출신이라는 경력 외에도 퓨전 중국레스토랑 사장, 여행사 사장, 디지털 콘텐츠 개발회사 경영 등 사업가로서의 이력도 화려하다. 그 중 문닫은 곳은 지금까지 단 한 곳도 없다고 배 사장은 귀띔했다.
최근 압구정동으로 자리를 옮긴 레스토랑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자 배 사장은 군복무 시절 어느 미군부대에서 처음 접했던 인터넷에 대한 매력을 회상해 냈다. 이런저런 책을 뒤지던 배 사장은 곧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전세계적인 네트워크가 품고 있는 잠재력에 푹 빠져들게 된다.
이렇게 시작한 일이 우수 벤처기업의 기술주에 대한 투자사업. 배 사장의 ‘욕심’은 다시 ‘키드앤조이’라는 에듀테인먼트 전문기업을 설립하는 데 이르게 된다. 이 회사는 소프트웨어진흥원이 개최한 제1회 디지털콘텐츠 대전에서 입상하기도 했다.
“어쩌면 이번 콘텐츠교류사업을 위한 수련과정이었다고 볼 수 있겠죠. 창업에서부터 한·일간 여행업, 문화콘텐츠 사업을 해오면서 쌓은 경험이 결국 이번 사업 시작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셈입니다. 첨단 정보기술(IT)을 접목시켜 한·중·일 문화DNA를 추출해 콘텐츠 서비스 산업에 제공한다면 분명 큰 시장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퓨전스타일을 유난히 좋아한다는 배동철 사장다운 말이다.
<박근태기자 runr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