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전자가 아남반도체의 인수·합병 등을 전제 조건으로 추진해온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와의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공급 계약협상이 사실상 결렬됐다.
동부전자(대표 윤대근)는 22일 “TI와의 0.13미크론(㎛)급 공정기술 이전과 파운드리 계약을 진행해 왔으나 기술 이전료와 제품 공급 단가 등에 대한 계약조건이 맞지 않아 협상을 포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상에 주도적 역할을 해온 아남반도체의 대주주 앰코테크놀로지도 21일(현지시각) 보도자료를 통해 “TI와 동부그룹, 아남반도체가 최근 발표한 기술이전·제조·구매와 관련한 의향서(LOI)에 합의하지 못했다”며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동부전자 측은 그러나 “아남반도체의 지분인수는 유상증자분 600억원과 앰코측 지분 인수금의 50%(570억원)를 이미 납부한 상황인 만큼 어떤 형태로든 계속될 것이며 90나노미터(㎚)급 기술이전에 대한 TI와의 협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동부그룹은 지난달 아남반도체 인수계획을 발표하면서 TI로부터 0.13㎛ 공정기술을 이전받고 월 1만장 이상의 파운드리 물량을 확보해 아남반도체의 부천공장과 동부전자의 음성공장을 통합 운영하는 등 장기적으로 양사를 합병할 계획임을 밝힌 바 있다.
TI와의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동부그룹의 아남반도체에 대한 지분 인수와 동부전자의 파운드리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전략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동부 측은 “기존 기술제휴처인 일본 도시바를 통해 0.13㎛ 기술을 확보하고 현재 진행중인 미국·일본 등 고객사들의 물량 수주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