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IMT2000 자회사인 KT아이컴을 통해 비동기식(WCDMA) 서비스를 위해 네트워크 구축에 본격적으로 들어간다. 이는 KT측이 차세대 전략에 있어 비동기식을 주력 서비스로 설정하고 현재 KTF의 가입자 등을 3세대로 전이시킨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에따라 그동안 무용론이 제기됐던 비동기식이 차세대 통신서비스의 주역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커졌다. 또 자금난에 허덕였던 통신장비업계 및 콘텐츠 업계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세계 통신시장에서도 우리나라가 동기식과 함께 비동기식에서도 우위를 차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배경=KT측의 비동기식 투자는 IMT2000 사업자 선정 당시 정부에 제출한 서류보다 5개월 가량 늦게 설비투자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동안 사업이 지연된 것은 KT가 그룹차원에서 무선자회사인 KT아이컴과 KTF의 중복투자를 최소화하고 투자효율성 확보를 위해 설비투자를 뒤로 미뤄왔기 때문이다. 또한 퀄컴에 의존한 듀얼밴드듀얼모드(DBDM) 단말기 칩 개발 일정이 지연되고 주장비 개발도 지체되면서 투자계획이 순연됐다.
그러나 KT측은 현재 2세대형 사업으로는 무선분야에서 경쟁사인 SK텔레콤을 따돌리기 힘들다고 판단, KTF의 동기식 서비스와 2㎓ 비동기식을 병행함으로써 차세대 이동통신에서는 우위를 차지하자는 전략으로 전환한 것이다.
◇비동기식이 차세대 주도할 듯=KT측이 비동기식 투자에 돌입함에 따라 경쟁사인 SK텔레콤의 비동기식 투자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전망했다.
초대형 통신사업자인 KT가 무선자회사인 KTF와 KT아이컴을 동원, 동기식과 비동기식 두 방식을 모두 활용해 동영상 서비스, 영상전화 등 차세대형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3세대 시장에서 SK텔레콤이 수위를 차지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KT측이 장비구매에서 비동기식을 중심으로 발주할 경우 EVDO 등 동기식 장비 개발 및 공급이 상대적으로 열악해질 수 있어 서비스 품질향상을 위해서도 비동기식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이에따라 비동기식 서비스에 대해 고심중인 SK텔레콤도 당초 일정대로 내년 10월에 상용서비스에 착수하면 국내 통신업계에서는 비동기식 서비스가 사실상의 표준으로 등장할 전망이다.
◇장비 및 콘텐츠 업계 활력일 듯=KT아이컴이 3000억원이라는 자금을 장비구매에 투여하게 되면 자금난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당초 IMT2000 법인의 투자 일정대로 중계기, 증폭기 등을 개발해온 중소 장비업체들은 KT아이컴 등의 투자일정이 명확해짐에 따라 IMT2000 장비개발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한 중소 장비업체 관계자는 “IMT2000 연기론으로 내년도 사업계획이 불투명했으나 분명한 투자계획이 나옴으로써 차세대 장비 개발에 주력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네트워크 성능으로는 서비스에 한계를 느꼈던 콘텐츠 업계도 광대역 IMT2000 서비스가 시작되면 시장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데이터 서비스에 특화되 설계된 네트워크가 펼쳐지면 동영상, 멀티미디어메시징서비스(MMS) 등의 시장이 급팽창할 것으로 내다봤다.
◇동기, 비동기 세계 석권 가능=국내 통신업계에 부는 비동기식 바람은 우리나라가 세계 통신시장에서 동기식 방식에 이어 비동기식에서도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 일조할 전망이다.
비동기식 선두주자인 유럽의 사업자들이 3세대 사업을 연기하고 있어 국내에서 먼저 서비스가 개시되고 장비 업그레이드가 신속하게 진행될 경우 국내 통신장비 업체들이 해외의 유수 통신 장비업체를 제치고 주도권을 차지하게 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이와 함께 업계에서는 2㎓대역 서비스가 통신시장에서 조기에 자리잡을 수 있도록 IMT2000 단말기 보조금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서비스 이용요금도 획기적으로 내려 소비자들의 자연스러운 이동을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규태 star@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