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IT인프라 및 조직 규모가 커지면서 이 부분에 대한 관리와 운영을 외부 전문업체에 위탁하는 아웃소싱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얼마만큼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받고 보장받을 수 있는지를 놓고 상호간 이해가 엇갈리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제시된 것이 SLA(Service Level Agreement)다. 한국전자거래협회가 발행하는 ‘EC저널(7·8월호)’에 실린 ‘아웃소싱과 SLA’를 소개한다.
최근 정보기술의 효율적인 활용을 위해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이 아웃소싱에 관심을 갖고 있다. 아웃소싱이란 ‘기업의 하나 또는 그 이상의 기능을 외부 업체에 맡기는 계약적 관계’로 정의할 수 있다.
80년대 이후 해외에서는 효율성 증대, 위험감소, 경비절감 등을 목적으로 핵심역량 이외의 부문을 외부에 아웃소싱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이 모색돼 왔다. 특히 정보기술의 빠른 발전에 대한 내부 조직의 적응 부족, 대형 투자의 위험성, 내부 인력의 전문성 확보 곤란 등의 이유로 아웃소싱의 필요성이 더욱 대두됐다. 국내에서도 해외에는 못미치지만 IMF 이후 IT아웃소싱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IT 아웃소싱은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는 반면 여러 가지 문제점도 갖고 있다. 일례로 필자가 이전에 경험했던 한 대기업의 IT관련 컨설팅 프로젝트에서는 그룹 내 SI업무를 지원하는 계열사에 대한 불만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물론 이러한 불만은 한쪽에 의해 일방적으로 발생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만약 서비스를 지원하는 쪽과 받는 쪽 상호간의 기대 수준이 명확하다면 이러한 불만은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대수준’의 정의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기대수준의 주체는 바로 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쪽이다. 내가 얻고자 하는 것이 명확하다면 그것을 얻었는지 아닌지를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끔은 내가 원하는 것을 내가 잘 모를 때 상대방이 먼저 제시해 내가 원하는 것이 명확해지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그러므로 아웃소싱 영역에서 양자가 원하는 수준과 제공할 수 있는 수준을 명확하게 정의해 문서화하는 것을 SLA라고 말한다.
SLA에 포함돼야 할 내용을 상세하게 정의하는 것은 서비스 질에 대한 고객사와 서비스 제공업체간 이해도를 높이고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나 불만의 소지를 사전에 예방하는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 또한 명확한 SLA 작성을 통해 서비스 수준을 측정 및 평가해 미흡한 부문을 개선하고 이를 통해 고객의 요구수준과 성과측정 기준을 명확히 함으로써 고객의 입장에서는 정보 서비스의 품질향상을 도모하고 서비스 제공업체 입장에서는 고객의 신뢰도 및 만족감을 제고시킬 수 있을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이같은 SLA 방식의 계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은 소수 대기업에 국한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반면 해외 IT업체들은 이미 4∼5년 전부터 SLA를 준비해왔기 때문에 적용 프로세스나 규정이 세부적이고 매우 구체적이다.
향후 아웃소싱이 IT 업계에서 서비스 시장의 대세로 떠오를 것이 확실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IT업체들이 SLA에 대한 구체적인 프로세스나 규정을 빠른 시일 내 마련하지 못한다면 검증된 선진 모델을 확보한 해외 업체들에 국내 시장을 빼앗길 가능성이 많다. 따라서 국내산업의 보호 차원에서도 SLA에 대한 표준화 작업이 적극적으로 추진돼야 할 것이다.
<설명진 인터젠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