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명공학연구원 인간유전체연구실의 김용성 실장(47)은 최근 잇따라 2건의 굵직굵직한 연구성과를 발표해 국내 생명공학 분야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김 실장은 최근 정상 위·간 조직 및 위암·간암 조직, 세포주 등에서 총 16만개의 클론으로부터 DNA를 추출한 뒤 염기서열 분석작업을 거쳐 총 3만3437종의 인간 유전자를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에 발굴된 유전자 DNA 중 9919종은 전장(full length)유전자로 이는 기능성 단백질을 만들 수 있는 완전한 유전자 구조를 지니고 있어 유전자 기능 연구의 핵심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또 3만3000종의 유전자 중에는 미지의 유전자 3746종이 포함돼 있으며 각각의 기능을 밝히게 되면 신규 유전자로서 특허출원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지적재산권 확보 대상 및 생명공학 분야의 원천기술 확보라는 쾌거를 이룰 가능성이 높다.
이번에 발굴된 유전자들은 DNA칩 제작을 위한 소재로서 활용 가능할 뿐만 아니라 유전자 발현에 의한 단백질 구조·기능 분석, 항체 생산 등에 이용됨으로써 인간유전체의 기능을 연구하기 위한 필수적인 소재로, 궁극적으로는 진단제·치료제 및 신약 개발을 위한 원천소재로서 활용하게 된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포스트게놈 연구를 위해 외국으로부터 유전자 자원을 고가에 수입, 사용해왔다. 현재 미국의 리서치제네틱스 등 생명공학기업에서는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일반 유전자 클론의 경우 한 종류당 8달러, 전장유전자 클론의 경우 한 종류당 500달러씩 판매하고 있다. 때문에 국내 연구자들은 시간적·경제적으로 유전자의 기능연구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런 현실을 반영, 연구팀은 이번에 발굴된 유전자들을 국내 연구진에는 무상보급키로 했다.
김 실장은 “지난해부터 연구자에게 무상으로 공급하고 있는 1만4000여종의 인간 유전자 클론 정보에 이어 이번에 추가로 발굴한 3만3000여종의 유전자 클론을 무상제공할 것”이라며 “질병 치료를 위한 유전자 연구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김 실장은 지난달에는 울산의대·성균관의대와 공동으로 위암의 병기 및 분화 관련 후보유전자를, 원자력병원·전북의대·가톨릭의대팀과 공동으로 간암에서 특이적으로 발현이 증가하거나 감소한 유전자군·암조직 분화도와 관련이 깊은 유전자군도 각각 발굴했다.
김 실장은 “한국인에게 많이 발병하는 위암과 간암의 유전체를 이해하기 위한 분자적 수준에서의 밑그림이 그려지게 됐다”며 “이 연구결과가 개별 유전자 기능 연구로 연결돼 암의 조기진단·맞춤치료 및 신약 개발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약력>△89년 성균관대학교 분자유전학 박사 △90년∼93년 생명공학연구소 박사후과정 △93년∼94년 일본 오사카대학교 세포공학센터 객원교수 △95년∼현재 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 △2001년∼현재 생명공학연구원 인간유전체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