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연구인력의 감소를 초래하는 이공계 기피현상은 선진국에서도 당면한 문제다. 젊은 세대들이 보다 쉽고 이미지가 좋은 직업을 선택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선진국들은 고급 연구인력 확보가 국가경쟁력을 좌우한다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고 범국가 차원에서 기술인력 양성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지난 80년 이공계 기피현상을 겪은 미국은 85년 지구에 접근했던 헬리혜성이 돌아오는 2061년까지 국가의 과학을 진흥시킨다는 계획 아래 ‘프로젝트 2061’을 출범시키고 매년 연구인력 양성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2000년 미국 직종별 시간당 급여가 기술연구원이 31.37달러로 변호사·판사의 32.35달러와 비슷한 수준에 이르는 한편 경영관리자 27.93달러를 크게 앞지르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미국은 이와 함께 2003년 과학기술 예산을 선진 7개국(G7)의 예산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1183억달러로 책정해 기술연구인력 양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프랑스는 국가 엘리트 양성코스로 운영중인 170여개 그랑제콜(Grandes Ecoles)의 80%를 이공계 학교로 운영하고 있다. 특히 1794년 세워진 이공계 대학 에콜 폴리테크닉은 지금까지 3명의 대통령을 배출한 데 이어 이 대학 출신자가 국가 고급 공무원이나 대기업 간부를 힙쓸 정도로 부와 명예의 상징으로 각광받고 있다. 또 프랑스 대졸 출신 초임은 인문계가 1500유로 정도인 반면 이공계는 2500유로에 달해 우수 인재가 기술인력으로 대거 유입되고 있는 추세다.
최근 IT부문에서 많은 위기의식을 갖고 있는 일본은 지난해 1월 총리를 의장으로 종합과학기술회의를 발족하고 올해 예산 편성에서 일반 세출은 2.3% 삭감하는 초긴축 예산을 짜면서도 과학기술진흥비는 지난해보다 5.8% 늘리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공무원 채용에서 기술직 정원이 일반 행정직보다 5% 가량 늘어나는 정책까지 시행하고 있다.
이밖에 독일은 ‘지구과학의 해’ ‘생명과학의 해’ 등 해마다 특정 과학을 선정, 기술연구인력이 학생이나 대중을 상대로 홍보와 교육활동을 벌일 수 있도록 하는 등 기술연구인력의 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