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을 갖고 늘 깨어있을 수만 있다면 어린 나이와 여성이기 때문에 받는 제약은 자연히 사라지게 됩니다.”
애플리케이션임대서비스(ASP) 전문업체 넥서브(대표 오병기)의 유길명 팀장(23)은 짧지만 남다른 길을 걸어왔다.
지난 99년, 대학 1학년을 마치고 창업한 의료정보포털업체에서 CEO까지 지낸 그는 창업 초기의 넥서브에 합류해 ‘사장보좌 홍보팀장’이라는 직함으로 활동했으며 지금은 넥서브 해외진출의 선봉에 서 있다.
사실, 그에 대한 첫 인상은 ‘가녀림’이란 단어로 다가온다. 창백한 얼굴과 가냘픈 몸에 조용한 목소리까지. 하지만 일단 대화가 시작되면 설득력있게 전개되는 그의 논리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몸도 약한 편은 아닙니다. 테니스·라켓볼 등 남들 하는 운동은 대부분 다 해요. 동남아 출장 가서는 승마도 가끔 즐기고요. 몸이 약하면 어떻게 한달에 몇차례씩 외국출장을 다니겠어요?”
그는 지난 2월 이후 한달에 서너번씩은 싱가포르 출장길에 오르고 있다. 싱가포르 정보개발청(IDA)이 주관하는 ASP 시범사업을 따내기 위해서다. 7개월 동안 고생한 끝에 사업수주가 거의 확정된 상태다.
“초기 입찰제안서(RFP) 상에서는 외국업체 참여가 불가능했어요. 하지만 한국기업이 참여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득에 대해 끊임없이 설득한 결과 RFP 내용 자체가 바뀌게 된 거죠.”
자신의 생각이 옳다면 상대방을 설득시킬 수 있다는 것이 유 팀장의 지론이다. 그래서 그는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을 좋아한다. 상대방이 설득되는지의 여부에 따라 거꾸로 자신이 옳았는지를 되짚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넥서브 입사 초기 아시아를 느끼겠다는 생각으로 한달에 한번씩 금요일에 출발해 아시아 현지 기업과 야시장, 학교 등을 방문하고 일요일 밤에 돌아오곤 했다. 그의 월급은 모두 비행기값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이러한 경험 덕분에 넥서브의 동남아사업 추진에 보조 역할을 하면서 상당한 성과를 거뒀고 오병기 사장은 이런 그에게 싱가포르사업 수주라는 중책을 맡겼다. 적극적인 사고가 좀 더 많은 기회를 안겨다준 셈이다.
유 팀장은 싱가포르 ASP 시범사업을 위한 정식계약이 맺어질 다음달 싱가포르로 떠나 사업의 초기 정착을 맡게 된다.
“아시아 사람들과 함께 일하면서 아시아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선 아시아에서 최고가 될 것입니다”라고 말하는 그의 자신감에 찬 표정에서 머지않은 미래에 아시아를 주름잡는 여성CEO가 등장할 것 같은 희망을 느낄 수 있었다.
<글=정진영기자 jycung@etnews.co.kr>
<사진=이상학기자 lees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