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정책과 3D 애니메이션

 ◆윤정의 이매진하이 사장 jfkyje@hanmail.net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들은 ‘애니메이션이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유망산업이다’면서 들뜬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그리고 이 분야에 수많은 지원책을 쏟아냈다. 하지만 지금 성공한 것은 전무한 상태다. 감히 단언하자면 이러한 정책은 애니메이션을 더욱 쇠퇴시킨다는 것이다. 5년 후의 애니메이션을 본다면 현재의 기술 또한 초라한 수공업에 불과하다.

 머리, 팔, 다리, 몸의 표피, 체중, 중력값, 골격구조, 체내 기관 등만 입력하면 자동으로 캐릭터가 완성되는 소프트웨어가 미국에서 앞으로 5년 이내에 개발될 것으로 보이는 시점에 우리는 아직도 과거의 제작 기술을 가지고 애니메이션에 집착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애니메이션은 극영화 형태를 따라간다는 점이다. 여기에 최고의 컴퓨터 기술이 접목된다. 국내에서는 이런 시장의 흐름은 읽지 못하고 과거에 하청수준을 뛰어넘지 못하는 업체들과 이미 사양화되는 학계의 전문가들, 그리고 정부 산하의 비전문가들에 의해 일어나지 않아야 할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애니메이션을 위해 수많은 책들과 문화적 탐구가 뒷받침되지도 않았고 컴퓨터 3D에 대한 이해도 없는, 소위 말하면 비전문가들에 의해 이 분야의 향배가 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의 애니메이션에서 과거의 제작 방식(2D 애니메이션)들은 연 50% 가까이 감소하고 있으며 3D 기술은 26%에 가까운 성장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정부의 정책은 젊은 학생들의 교육 위주로 나가야 한다. 현재의 무책임한 창작작품 형태가 아니라는 것이다.

 진정 애니메이션을 키우려 했다면 지금의 교육형태나 정책이 아닌 미국의 선진 기술과 세계의 문화를 직접적으로 배울 수 있는 정책적 배려가 더 앞섰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다. 최근 기관이나 학교를 가면 당황스러운 점은 모션캡처에 외국에서도 보기 힘든 장비들이 즐비하다는 것이다. 장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 장비를 실질적으로 알고 구동할 사람이 필요하며, 첨단과학에서의 기초과학이 중요하듯 이 분야에서도 전문적인 컴퓨터 3D에 대한 이해를 가르치는 데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애니메이션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일 수 있지만 결코 우연히 찾아오는 것이 아닌 준비된 자들에게 주어지는 은총이다.

 중국은 한 해에 애니메이션 관련 종사자가 20만명 이상이라는 통계가 나오고 있다. 이미 과거의 제작방식으로 만드는 애니메이션의 시대는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건비 경쟁으로 이야기되는 2D 애니메이션은 이제 우리나라에서 사라질 것이다.

 앞으로 준비할 것은 첨단과학과 젊은 첨단 인텔리들이 결합된 전정한 앞선 영상이 돼야 하는 점이다. 과거 프랑스에서 애니메이션이 시작될 때 애니메이션 관련 인력이 없어 순수미술 분야의 사람들을 대거 참여시켰다. 그 결과 프랑스의 애니메이션은 많은 문화적 뒷받침과 대규모 자금의 유입이 있었으나 미국 애니메이션에 비해 초라한 형상이 되고 말았다. 그것은 비전문가들의 전문분야 주도의 한 병폐일 수 있다. 문화적 선진국이라고 해서 꼭 올바른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가 최근 첨단분야에서 선례가 없는 발전을 지속하는 데는 정보코드를 올바로 이해하고 젊은 전문가들이 생길 수 있도록 포항공대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같은 젊은 집단을 키우는 인큐베이터가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3D 애니메이션에서도 지금 이러한 시도가 절실하다는 것을 이해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좀더 바른 방향으로 커나가길 간절히 기대한다. 그리고 시간을 가지고 새로운 싹이 돋아날 수 있도록 지켜보며 지도하는 사회적 풍토가 아쉽다. 1∼2년 내에 모든 것이 될 수 있다는 생각과 코스닥 등록 등에 대한 기대감만으로 시장을 보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오늘을 사는 기업인들의 꿈 아닌가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