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장장치(ODD) 분야 선두업체인 LG전자와 삼성전자가 벌이고 있는 가격전쟁이 점입가경이다. 이에 따라 양사의 유통시장 점유율도 요동치고 있고 이 여파로 10% 안팎의 점유율을 유지해 오던 외산제품은 아예 퇴출직전까지 내몰리고 있다.
최근 유통시장에서는 1주일 단위로 광저장장치 제품군의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양사의 가격경쟁이 본격 점화된 것은 지난 7월 중순. LG전자가 지난달 32배속 CDRW 제품과 12배속 콤보드라이브의 출하가를 각각 2만5000원 가량 인하하자 이에 맞서 삼성전자도 32배속 제품과 8배속·16배속 콤보 제품의 가격을 일제히 2만5000원 가량 인하했다.
특히 삼성은 8월 들어서도 꾸준히 시장가격을 조정, 현재 LG제품과의 가격차를 10% 정도 벌이며 판매 시장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이에 따라 LG전자도 최근 CD롬 제품군의 가격을 2000원 가량 인하한 데 이어 CDRW 제품도 가격조정을 실시하는 등 맞대응에 나설 태세다.
심지어 대기업들이 제품 출하가를 조정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일이 걸리지만 최근에는 양사가 24시간 만에 경쟁사의 가격에 대응할 정도로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하루 단위로 가격을 조정하는 할인점을 방불케 한다는 것이다.
시장점유율도 매월 급변하고 있다. 최근 컴퓨존·와바컴 등 몇몇 용산 유통업체들의 판매량을 표본 조사한 결과, 5월 7.5대 2.5의 비중을 보이던 LG전자와 삼성전자의 판매량이 6월에는 5.5대 4.5로 격차가 크게 좁혀졌다가 7월에는 6대 4 정도로 다시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와바컴의 최우식 실장은 “6월에는 LG전자가 버퍼메모리 파동으로 고생하는 동안 삼성전자가 급속히 추격했으며 7월에는 LG가 대대적인 가격인하를 단행, 다시 만회하는 국면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CD롬과 CDRW 분야에서는 LG전자가, DVD롬과 콤보드라이브 분야에서는 삼성전자가 각각 우세를 보이고 있으나 전체적으로 삼성전자가 LG전자와의 격차를 줄여나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외산기업 제품은 이제 그 명맥 유지도 어려워졌다. 올들어 양강의 공세가 워낙 치열하기도 했지만 최근의 가격 전쟁으로 설 자리가 없어졌다는 것이 유통업계의 분석이다.
하드웨어 벤치마크 전문업체인 케이벤치의 이관헌 이사는 “최근에는 경쟁사 제품간의 품질 격차가 해소되고 사실상 배속 경쟁도 무의미해져 제조사 입장에서는 가격경쟁이 유일한 전략이 되고 있다”며 “특히 해외 시장에서는 ODD 제품군의 가격이 이미 급락하고 있어 올해말이나 내년 상반기쯤 DVD 기반으로 시장이 변화되기까지 가격전쟁이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