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장악하고 있는 약 1억∼1억2000만대 규모(올해)의 세계 하이엔드 이동전화단말기 시장에 최근들어 중·저가 시장에 주력해 온 여타 메이저업체들이 적극 가세, 최대 격전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강 노키아는 물론 수익악화와 판매량 감소로 고전하고 있는 모토로라·지멘스·소니에릭슨 등 세계 톱5에 랭크된 메이저업체들이 최근 마진율이 높은 고가 시장 영업을 강화,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200달러(북미 기준) 이상의 고가 단말기 분야는 전체 시장 정체에도 불구하고 교체수요를 중심으로 매년 10%대의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이 시장의 30% 이상을 점유하면서 아성을 지키려는 삼성전자와 이에 도전하는 메이저업체간 치열한 각축전을 예고하고 있다.
실제로 메이저업체의 공략으로 2분기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과 공급량이 1분기에 비해 미세하게 줄어들어 고가 고급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여타 메이저간 정면충돌이 이미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1분기에 950만대를 공급해 10.4%의 시장점유율을 보였던 삼성전자는 2분기에 940만대를 공급, 9.8%의 시장점유율을 나타냈다.
세계 최강 노키아는 500달러 이상의 스마트폰(모델명 노키아9290커뮤니케이터)을 앞세워 초고가 시장을 적극적으로 파고들 뿐 아니라 하반기부터 하이엔드 컬러단말기를 본격적으로 출시, 유럽의 고가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크게 압박하고 있다. 노키아는 내년까지 생산하는 단말기의 절반 이상을 고가의 컬러단말기로 출시할 예정이다.
지난해 4억35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던 모토로라는 올들어 380달러대의 폴더형(모델명 V60) 고가모델과 부채처럼 펼치는 혁신적인 디자인의 초고가 단말기(모델명 V70)를 앞세워 상반기에 2억8000만달러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모토로라의 전략적 변화는 국내 시장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고덕준 모토로라코리아 상무는 “그동안 중·저가 단말기에 치중하면서 브랜드 이미지에 좋지 못한 영향을 미쳤다”며 “하반기에는 한국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는 고가 시장을 겨냥한 모델들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 시장 점유율면에서 삼성전자에 3위 자리를 내준 지멘스와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소니에릭슨도 고가 시장에 기대를 걸고 있다. 소니에릭슨의 경우 올해부터 고가 시장에 주력하면서 분기별 시장점유율이 지난해 7%대에서 5%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수익은 눈에 띄게 개선됐다. 지난해 16억98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던 소니에릭슨은 상반기에 8억5000만달러로 적자폭을 줄여 하반기에는 흑자전환을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에 맞서 혁신적인 디자인과 기능을 앞세워 고가 시장을 수성한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해 들어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메이저업체들이 고가 시장에서 삼성을 견제하려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최고급 브랜드 이미지와 시장을 선도하는 제품을 앞세워 고가 시장에서 입지를 견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