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회 벤처지원포럼이 지난 22일 우후 삼성동 무역센터 다산벤처 대회의실에서 ‘벤처의 포스트 월드컵 전략-글로벌 경쟁력을 키우자’라는 주제로 열렸다. 이날 포럼에서는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효과를 국가산업 전반의 활성화와 벤처기업의 해외진출에 대한 경쟁력으로 승화하는데 필요한 방안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정동수기자>
전자신문과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벤처기업협회·여성벤처기업협회·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공동 주최하고 다산벤처가 후원하는 제36회 벤처지원포럼(회장 오해석)이 지난 22일 오후 삼성동 무역센터 7층 다산벤처 대회의실에서 ‘벤처의 포스트 월드컵 전략-글로벌 경쟁력을 키우자’라는 주제로 열렸다. 이날 포럼에는 정부 정책 관계자 및 기업 해외 진출 관련 전문가들은 물론 해외진출에 적극적인 벤처기업 대표가 참석, 월드컵 성공 개최 분위기를 국내 벤처 기업들의 해외 진출 경쟁력으로 승화시키는데 필요한 방안을 두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참석자=김광수 다산벤처 사장, 김현덕 KOTRA시장전략팀 부장, 서영주 중소기업청 벤처기업국장,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미시경제실장, 이장범 게임네오 사장, 이혁 현대종합상사 모바일팀장(가나다순)
△사회=오해석 벤처지원포럼 회장(숭실대 교수)
◇사회(오해석 벤처지원포럼 회장·숭실대 교수)=온국민의 여망을 모아 준비했던 ‘2002 한일월드컵대회’가 성공리에 끝났습니다. 이번 월드컵은 성공 개최와 더불어 월드컵 4강 진출의 신화를 이루어낸 우리 국민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었전 행사였습니다. 최근 월드컵 성공 효과를 산업 전반의 활성화와 국제화로 이어가자는 각계각층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도 해외 수출과 현지 시장 진출과 관련한 ‘포스트 월드컵 전략’을 수립하고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오늘 이 포럼은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해외 수출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우리 벤처기업들이 이러한 월드컵 성공 개최 분위기를 어떻게 살려나갈 수 있는가에 대한 전문가들의 입장을 들어보는 자리입니다. 벤처업계도 월드컵 후광효과를 효율적으로 해외진출에 활용하고 이를 위한 사전 준비로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는 방안을 마련하자는 취지입니다.
◇서영주(중소기업청 벤처기업국장)=지난해 15% 수출 증가율을 보였던 벤처 산업은 올해도 4%이상 수출 성장률을 이룰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해외 시장 진출과 관련해 대다수 벤처 기업은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오래전부터 벤처 산업의 해외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특히 월드컵 성공 개최에 따른 기업들의 해외 전략을 얼마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이 99년부터 꾸준히 증가해오고 있어 이제는 해외 시장에서 당당히 경쟁할 수 있겠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새로운 안에 따르면 정부는 앞으로 단순한 제품 수출 지원에서 벗어나 해외지사 설립, 투자, 기술협력 등 다각화한 지원책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해외 진출한 벤처기업들의 성과가 점진적으로 늘어나고는 있지만 정부가 지원책을 보강한데는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 대다수 기업들이 여전히 바이어 발굴, 진출 자금 유치, 시장정보 수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해외 진출에 필수적인 AS등 사후 관리 체계 유지, 현지 기업과의 네트워크 형성은 우리 벤처 기업에게 절실한 분야입니다.
우리 기업들이 정부가 마련한 지원체제를 통해 미국 SBIR이나 조달시장에 참여한다면 기술 개발, 협력, 판매까지 현지 진출과 관련해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유병규(현대경제연구원 미시경제실장)=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월드컵 효과를 분석해보면 월드컵 4강 진출과 응원문화가 전세계인들에게 심어준 국가 브랜드 홍보 효과는 매우 큽니다. 그 간접적 효과는 방송·광고·마케팅 분야부터 가전, 컴퓨터, 인터넷, 모바일 통신 등 우리 산업의 다방면에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미국·프랑스의 경우, 월드컵 개최이 끝난 뒤 투자 유치, 브랜드 위상 제고 등 직간접적인 포스트월드컵 효과를 톡톡히 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 나라는 이밖에도 지역 분산 실시에 따른 지역 경제 활성화도 월드컵 이후 얻은 경제효과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월드컵 개최와 4강진출을 통해 우리나라가 얻은 효과는 아마도 사회 문화적 풍토의 쇄신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민족적 일체감 형성, 컴플렉스로부터의 탈피, 개방적이고 열린 개인주의의 등장은 연고주의나 보수성에 머물렀던 경제·사회 전반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이런 문화적 패러다임의 변환은 실제 레드이코노미의 출현 등 경제 패러다임을 동시에 바꿔가고 있습니다.
이를 자기성찰의 계기로 삼아 우리 벤처 산업도 창의적인 기획력과 추진력 있는 경영 전략을 수립하고 투명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히딩크 효과를 놓고 보면 결국 경영자의 리더십은 전문성에 바탕을 둔 투명성에서 나온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이를 토대로 우리 벤처기업은 월드컵 개최후 한결 나아진 해외 마케팅 환경을 십분 활용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벤처 기업가 정신을 다시 한번 다지고 브랜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월드컵이나 스포츠 관련 유망 산업도 우리 기업들이 도전해볼 만한 시장입니다. 또 세계 일류 상품을 만든다는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고급화와 차별화한 기술 개발과 마케팅 전략을 세워야합니다. 이를 위해 대기업과 제휴 등 국내외 마케팅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튼튼한 네트워크도 함께 마련해야 합니다. 벤처 경영이 머니게임이 아닌 독창성과 우수성으로 평가받도록 업계 전체가 노력해야 합니다.
◇이장범(게임네오 사장)=지난 6월 KOTRA 중화권 순회 상담회에 참석했던 11개 업체 대표들은 모두 현지 시장 진출에 대해 긍정적인 결과를 얻고 돌아왔습니다. 특히 현지 이동통신 시장 관계자들은 국내 모바일 콘텐츠에 높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때마침 월드컵 개최 기간 중이라 간접적인 홍보 효과도 컸습니다. 월드컵 4강 진출이라는 신화는 앞으로 국내 대기업은 물론 우리 벤처 기업의 해외 진출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줄 것입니다.
현지 상담과정에서 참가 기업인들이 얻은 결론은 해외 진출을 위해 우선 현지 기업과 신뢰를 쌓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현지 문화에 걸맞도록 제휴 기업과 제품 현지화를 추진하고 공동 마케팅을 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일본의 경우 게임판매에 치중했지만 현지화에 대한 노력은 거의 없었습니다. 현지인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또 현지 파트너와 협력관계를 튼튼히 다져 서로 ‘윈윈’하는 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양자가 서로 제품 개발 기획을 공유하고 서로 관련 기술을 제공한다면 각 지역은 물론 글로벌 마케팅에도 성공할 수 있는 자양분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글로벌 마케팅을 통해 궁극적으로 여건이 비슷한 각국 벤처기업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한다면 현지망이 잘 갖춰진 다국적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수도 있을 것입니다.
◇김광수(다산벤처 사장)=중소기업청이 최근 마련한 벤처기업 수출 확대와 해외 진출 지원 전략은 월드컵 성공 효과를 벤처 산업 성장의 지렛대로 활용하자는 정부의 의지를 잘 나타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다산벤처는 이를 지원하기 위해 해외 진출 및 수출 가능성이 높은 벤처기업들을 중심으로 투자를 확대할 방침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글로벌 스타 벤처 육성에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아껴서는 안됩니다. 물론 지금도 글로벌 진출 기업에 대한 투자를 계속하고는 있지만 전문적인 펀드 운영을 통해 우수 기업에 대한 질적인 지원을 강화해나갈 것입니다.
월드컵을 성공리에 개최했다고 해서 국내 벤처 기업들이 빠른 시일내에 직접적인 혜택을 누리기는 힘들다고 봅니다. 하지만 벤처 업계가 지난 틀에서 벗어나 선진적인 경영이념과 방식으로 새롭게 태어난다면 월드컵으로 높아진 국가 위상을 배경으로 해외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벤처 산업이 처음 자리를 잡기 시작했을때 새로운 경영 방식, 경영 철학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는 무척 높았습니다. 하지만 부패와 결탁한 일부 기업인들과 투기심리는 벤처 산업에 거품을 일으켰고 결국에는 어려운 상황에 이르도록 만들었습니다.
우리 벤처 업계가 글로벌화하기 위해서는 창투사들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기업 가치를 정당하게 평가하고 투자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합니다. 지금까지도 기술과 경영능력 등 기업이 보유한 가치에 대해 공정하게 투자하는 분위기는 희박합니다. 이를 극복하려면 투명 경영을 각오한 최고경영인과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고 회계법인 등과 제휴, 사후 관리하는 전반적인 투자 관리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내 벤처 기업들이 선진적인 기업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열린 경영 문화를 창조해야 합니다. 고객이 신뢰하는 ‘열린 경영 문화’를 만드는 업계의 노력이 절실할 때입니다.
◇김현덕(KOTRA시장전략팀 부장)=월드컵 효과를 바탕으로 한 벤처기업 해외 수출 확대를 위해서는 미시적인 시장 분석과 접근이 강조되야 합니다. 단독으로 현지 시장 진입이 어려운 벤처기업들은 마케팅 수출 유관 기관으로부터 도움을 받거나 마케팅 컨소시엄을 형성해 공동으로 대처해야 합니다.
KOTRA는 국내 우수 벤처기업들의 미국 정부조달시장 참여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우리 기업들이 연간 5000억 달러에 달하는 정부조달시장에 직접적으로 참여하는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조달시장의 특성을 잘 파악한 뒤 접근한다면 얼마든지 큰 수출 시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정부조달 시장에 진입할 경우 그 기업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인정받는 셈입니다. 이를 잘만 이용한다면 민간시장과 여타 지역 시장 진입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KOTRA는 엄격한 평가를 거쳐 해외 시장 개척단을 파견합니다. 무역상사, 진출 기관등을 통해 이들 기업들의 마케팅, 투자상담을 적극 돕고 있습니다.
기업인들은 현지 실정에 맞는 마케팅 전략 수립, 제품 현지화를 추진하고 전문적인 현지 파트너를 발굴해 유통채널을 공략하는 다각적인 접근 방식을 택해야 합니다.
◇이혁(현대종합상사 모바일팀장)=최근 해외 시장 분위기를 살펴보면 월드컵 이후 한국에 대한 현지 외국인들의 관심이 매우 높아지고 있습니다. 현대종합상사와 제휴중인 벤처기업들 중 최근 2개 회사가 투자를 받기로 결정됐습니다.
해외 마케팅과 진출을 원하는 벤처기업들은 대기업이나 현지 진출 기관과의 밀접한 협력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들 기관이 해외에 구축해 놓은 네트워크를 활용한다면 정보 수집, 마케팅, 컨설팅 부분에서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LG, 현대, SK등 국내 대기업들은 이들 중소 벤처 업체를 지원하는 나름대로의 체제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한편 벤처투자사들도 투자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수요자들과 이들 기업을 연결해주고 한국 기업 투자에 관심 많은 해외 투자가들을 찾아 주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결국 정부, 대기업, 투자자, 해외파트너로 짜여진 네트워크를 활용해 우수 기업 발굴과 해외 추천에 힘써나가야 할 것입니다. 해외 법인화와 관련한 이들 관련 기관과의 유기적인 협력 관계도 중요합니다. 이밖에 벤처기업들이 첨단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을 선도해나가는 국제 표준 비즈니스 기술을 개발한다면 향후 시장을 장악하는 유리한 고지를 확보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최근 브랜드마케팅, 디자인, 컨텐츠와 접목시킨 시장이 형성되면서 문화를 상품화한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우리 벤처기업들도 해외 시장 움직임에 발빠르게 대응해 이런 신규 시장 선점에 주력해야 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벤처기업들이 해야할 일은 내수 시장에서 경쟁력을 쌓고 인정을 받는 것입니다.
<정리=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박근태기자 runr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