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사피엔스 이야기>(32)도둑잡는 로봇

 과학기술의 힘으로 범죄율 제로의 사회를 구현할 수 있을까.

 그 가능성은 미지수지만 각종 치안활동에서 경찰인력 대신 첨단기술이 차지하는 비중은 해마다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도로를 달리면서 마주치는 과속카메라의 밀집도에서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다. 교통카메라 수뿐만 아니라 단속기능도 일류다. 요즘에는 교차로에서 신호위반이 감지되면 1분내에 차량번호판을 인식해서 벌금고지서까지 자동발송한다. 당연히 자신도 모르게 벌금딱지를 떼는 운전자수는 매년 급증하지만 정부의 무인단속 장비 예산은 계속 늘고 있다. 머지 않아 불법주차 단속업무도 무인화될 가능성이 높다. 요즘 대형 건물마다 인근도로의 불법주차를 감시하는 사설카메라가 부쩍 늘고 있지 않은가. 사실 주택가 곳곳에서 매일 되풀이되는 차량운전자와 주차단속원간의 숨바꼭질은 도시상공에 비행선 로봇 몇 대만 띄워서 구역별로 감시하면 해결가능한 문제다. 그 뿐이랴. 휴대폰마다 디지털카메라가 내장되면서 사방천지에 범죄장면을 즉시 전송할 수 있는 감시의 눈이 번뜩이게 됐다.

 요즘 웬 만한 가정에도 보급된 사설경비업체의 방범센서망은 머지 않아 기동성을 지닌 로봇으로 업그레이드될 것이다. 사설경비업체들은 자신들이 경찰보다 치안능력이 앞선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골치아픈 노사분규를 벗어나기 위해 건물 내에서 24시간 돌아다니며 외부인의 출입을 감시하는 방범로봇의 개발, 보급에 적극 나서고 있다.

 비교적 좁은 국토와 잘 짜여진 IT인프라, 국민총동원이 가능한 분단국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한국은 머지 않아 치안분야에서 역사상 유래가 없는 IT경찰국가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이러한 치안업무의 무인자동화가 국민에게 안정과 행복을 가져줄 것인가.

 미국의 사례를 살펴보자. 높은 범죄율에 시달려온 미국사회는 언젠가 첨단테크놀로지로 무장한 경찰이 사회악을 일소하기를 기대해 왔다. 영화 로보캅에서 등장하는 로봇경찰이나 첨단기술로 미래에 발생할 범죄를 예방하는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첨단기술이 사회범죄를 막아줄 것으로 기대해온 미국인들의 의식구조를 반영한다. 그러나 로보캅은 완벽한 로봇이 아니라 사고를 당한 경관의 두뇌를 이식받은 사이보그, 즉 반쪽만 로봇이다.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나오는 첨단 범인색출장비도 결국 초능력자의 ‘신통한 예지력’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완벽한 자동화기술은 아니다. 이는 미국인들도 인간의 도움없이 첨단 테크놀로지만으로 범죄율을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을 의미한다.

 로봇에 비교하면 사람이 하는 치안활동은 여러가지로 허점이 많다. 각종 불법을 적당히 눈감아주고 범인을 어이없이 놓치기도 한다. 그러나 불완전한 사람들이 함께 모여사는 세상에서 도둑잡는 로봇이 경찰인력을 대체하는 요즘 세태가 바람직한 것으로 생각되진 않는다.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