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이단아’
온라인 게임업체 웹젠의 이수영 사장(36). 그녀는 게임업계에 숱한 화제를 몰고 온 주인공이다. 국내 최초 3D 온라인게임 개발, 상용화 6개월만에 매출 140억원에 순이익 100억원 달성, 업계 최초 게임과 예술문화의 만남의 장 마련 등. 지난해초 새내기 CEO로 명함을 내민 지 1년6개월 남짓한 기간동안 숱한 도전이 그녀 앞에 펼쳐졌다.
늘 ‘할 수 있다’는 자심감에 차 있는 그녀는 요즘 또 다른 도전에 나서고 있다. 온라인게임업체로는 처음으로 게임속 아이템 현금거래를 중계한 사이트들을 고소하면서 올바른 게임문화 조성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 많은 온라인게임 사용자들이 아이템을 얻기 위해 게임에 매달리는 것을 감안할 때 자칫 사용자 감소로 이어질 수 있는 ‘극약처방’이지만 그녀는 우리나라 게임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더이상 미룰 수 없다는 확신을 굽히지 않았다.
“업계의 비난이 쏟아져도 잘못된 일은 바로잡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이템 현금거래는 그동안 오프라인상의 사기나 폭력, 게임중독 등을 가져온 불법의 온상이었습니다. 이윤을 창출하는데 급급해 불법을 눈감고 쉬쉬한다면 게임이 건전한 산업으로 자리잡는 것은 요원할 것입니다.”
그녀는 가뜩이나 게임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부정적인 마당에 곪고 썩은 부분을 도려내는 아픔을 감수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 게임산업은 제자리 걸음을 걸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처럼 그녀가 자심감을 갖게 된 것은 언제나 밝고 당당한 천성도 천성이지만 자신이 선보인 온라인게임 ‘뮤’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고 있는 수작이기 때문. 지난해초 첫선을 보인 ‘뮤’는 시범서비스 한달만에 동시접속자 2만명을 돌파하는 등 ‘새내기 돌풍’을 이끈 주역이다. 지난해 12월 상용화를 단행한 이 게임은 유료로 전환한 이후에도 폭발적인 인기가 꺾이지 않고 오히려 사용자수가 늘어나는 저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특히 상용화 6개월만에 유료회원 40만명에 매출 140억원을 기록하는 ‘대박’을 터뜨렸다. 잘 만들어진 작품에 당당하고 톡톡 튀는 그녀의 경영철학이 만나 폭발력을 발휘한 것. 출범 3년을 갓 넘긴 새내기업체 웹젠은 어느덧 ‘알짜기업’으로 성장해 버렸다.
그녀가 게임업계 CEO로 데뷔한 것은 지난 2000년 5월. 하지만 게임업계에 신고식을 치른 것은 지난해초 온라인 게임 ‘뮤’를 선보이면서부터다. 2D 그래픽 온라인게임이 주류를 이루던 당시로서 국내 최초 3D 온라인게임 ‘뮤’의 등장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 화제의 게임 개발을 진두지휘한 주인공이 여자라는 사실은 더욱 세간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더구나 발레리나 출신이라는 그녀의 독특한 이력 때문에 화제는 끊이지 않았다.
“발레리나로 일하다 문득 발레를 소재로 한 게임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게임도 단순한 놀이를 떠나 디지털 예술로 승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죠. 물론 게임도 잘 팔릴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지난 96년 당시 소프트웨어업체 초기 사관학교로 꼽히던 미리내소프트에 입사한 그녀는 ‘게임과 예술의 접목’이라는 부푼 꿈에 젖어들었다. 하지만 ‘발레 게임’을 제작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오기도 생겼지만 현실은 그리 만만한 게 아니었다.
그러나 미국에서 공부하고 게임에 대한 열정이 누구보다 강하다는 것을 고려한 회사측은 그녀를 해외사업부로 발령을 냈다. ‘발레 게임’을 만들겠다는 꿈은 잠시 접어두고 순식간에 ‘영업맨’으로 변신한 것.
“원래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했던 터라 영업업무도 열심히 했습니다. 대학에서 창작무용 강의도 하고 방송사 리포터 활동도 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죠. 이런 이력을 바탕으로 지난 98년에는 미 GMBR(Global Management&Business Resources)에 입사하여 컨설턴트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변신의 변신을 거듭하던 그녀에게 또 다른 기회가 다가온 것은 지난 2000년. 그녀의 ‘끼’와 ‘아이디어’를 지켜봤던 주위 게임업계 동료들이 같이 사업을 하자고 제의했던 것. 언젠가 한번 회사를 운영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그녀는 인생 최대 승부수를 던지기로 결심했다. ‘알짜기업’ 웹젠dl 세상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온라인게임 ‘뮤’가 반향을 일으키면서 그녀는 ‘게임과 예술의 접목’이라는 초심을 다시 떠올리고 있다. 지난 7월 국내 게임업체로는 최초로 개최한 게임을 테마로 한 퍼포먼스 ‘올바른 사이버문화 정립을 위한 거리고시’는 게임과 예술의 만남이 단지 상상에 머물러 있지 않음을 보여준 사례다.
“게임은 충분히 좋은 놀이문화로서, 건전한 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봅니다. 게임을 예술에 접목하려는 시도나 아이템 현금거래를 단속하는 것도 이런 가능성에서 출발한 것입니다.”
신념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그녀는 요즘 또 다른 도전을 준비중이다. 국내시장에서 웬만큼 자리를 잡았으니 온라인게임 ‘뮤’를 이젠 해외시장에 내놓겠다는 것. 이미 지난 6월 대만 업체와 ‘뮤’의 수출 계약을 체결하고 로열티 230만달러를 받으면서 새로운 도전은 현실화되고 있다. 중국과 일본 시장 진출도 확정됐다.
“발레리나에서 게임업체 사장이 되기까지 돌이켜보면 숨가쁘게 달려온 세월입니다. 꼭 하겠다면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 스스로 지친 것도 한두번이 아닙니다. 하지만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그것이 올바른 길이라면 부와 명예는 따라온다는 신념을 지켜나갈 것입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
<이수영 사장 이력>
1965 경남 마산 출생
1992-1994 New York University(뉴욕대학) 예술대 예술학석사
1990-1992 Martha Graham School 2년 연속 장학생
1996-1997 한성대학교 강의(창작과 교수)
1996 MBC 문화 프로그램 리포터
1996-1998 미리내소프트웨어 해외 마케팅 담당
1998-2000 컨설팅회사 GMBR, Inc. 근무(금융 및 IT 담당)
1998,2000 Off-dance Company 설립 및 공연
2000-현재 (주)웹젠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