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 `방향타` 美실리콘밸리 경기회복 징후 보인다

 전세계 정보기술(IT) 관련업계의 방향타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미국 실리콘밸리. 지난 2000년부터 심각한 불황을 겪고 있는 실리콘밸리에 경기회복을 알리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파이낸션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실리콘밸리 지역에 있는 게임업체들이 최근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을 비롯해 협업(collaborative)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SW 및 리눅스 등의 분야를 중심으로 최근 IT경기가 조금씩 되살아나고 있다.

 게임분야 호황은 캘리포니아주 레드우드시에 있는 일렉트로닉아츠(EA)를 대표적인 사례로 들 수 있다. 이 회사는 지난 6월말로 끝난 1분기 매출액이 작년(1억8200만달러)에 비해 약 2배 증가한 3억3200만달러(약 3984억원)를 기록했다. 또 1분기 경상수익도 작년 4500만달러 적자(주당 29센트)에서 올해 740만달러 흑자(주당 5센트)로 돌아섰다. 더욱 고무적인 현상은 이 회사 매출액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거의 매 분기 20∼30%씩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되면 올해 매출액은 17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관련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전세계적으로 초고속 인터넷과 휴대폰 등 IT 보급확대와 무관치 않다. 이로 인해 여러 사람들이 동시에 참여할 수 있는 온라인 게임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회사 DFC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최근 온라인 게임을 즐기고 있는 전 세계 네티즌 숫자가 약 5000만명에서 오는 2006년 약 1억1400만명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에 힘입어 게임제작 및 배급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미국의 EA와 마이크로소프트(MS), 일본의 세가와 닌텐도, 소니 등 5개 회사는 물론 미국 LA의 할리우드 지역에 모여있는 수십개 영화와 애니메이션, 심지어 특수효과 전문업체들까지 최근 매출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또 협업 프로그램 등 특수용도의 응용 소프트웨어(SW)를 공급하는 일부 ASP 업체도 최근 전세계적인 IT불황에도 불구하고 주문이 쇄도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협업 프로그램이란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프로그래머들을 인터넷 가상공간에 불러모아 공동작업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응용 SW다. 인도와 중국, 구 러시아 등에서 인건비가 저렴한 프로그래머들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특히 최근 다국적기업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업체로는 캘리포니아주 브리즈번시에 있는 콜래브넷을 첫 손에 꼽을 수 있다. 이 회사는 최근 그리드 컴퓨팅 기술을 이용해 세계 최대 온라인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버터플라이닷넷에 자사의 ‘소스캐스트 웹’ 프로그램을 공급하기로 하는 전략적 제휴를 성사시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99년 설립된 버터플라이닷넷은 지난 2000년부터 시작된 전세계적인 IT불황이 오히려 도약의 발판을 제공했다는 설명이다. 최근 전세계 다국적기업들이 SW개발 등의 비용을 줄이기 위해 잇따라 ‘소스캐스트 웹’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고객 중에는 컴퓨터 거인인 IBM을 비롯해 휴렛패커드(HP), 선마이크로시스템스, 오라클 등 IT기업은 물론 바클레이글로벌 등 금융기관도 포함돼 있다.

 최근 리눅스의 열기가 확산되고 있는 것도 눈여겨 볼만하다. 이 달 중순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컨벤션센터에서 열렸던 ‘리눅스월드’에는 139개 IT기업이 부스를 마련했고 관람객 숫자도 지난해보다 20∼30% 늘어났다.

 이는 지난해 9·11 테러시태 이후 전세계 유명 IT전시회들이 모조리 참가 업체 수가 격감해 썰렁했던 것과 정반대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미국 실리콘밸리 현지에서는 “IT 관련업계 경기회복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