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와 프로디지 로고)
영국 통신사업자인 브리티시텔레콤(BT)이 최근 미국 기업들을 상대로 제기했던 하이퍼링크 특허소송에서 패소했다.
24일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BT가 미국 16개 인터넷서비스회사(ISP)들이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며 제기한 소송에 대해 미국 연방법원 콜린 맥마흔 판사가 “프로디지커뮤니케이션스가 BT의 특허권을 침해했다는 증거를 발견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미국의 ISP들은 하이퍼링크를 사용할 때 BT에 특허료를 물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할 필요가 없게 됐다.
BT가 하이퍼링크 특허 공세를 처음 취한 것은 지난 2000년 6월. 당시 BT는 프로디지와 다른 16개 ISP에 하이퍼링크 특허권을 사라고 요구했다. 16개 ISP 중엔 아메리카온라인(AOL)도 포함돼 있다. 이들이 특허권 구입을 거절하자 BT는 ‘맛보기’로 프로디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BT의 크리스토퍼 블랜드 회장은 지난 2월 하이퍼링크 특허소송에 대한 비판여론을 의식해 “ISP들을 보호하기 위해 이번 소송을 중단해야 한다는 생각은 한 마디로 어불성설”이라며 소송을 계속할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BT의 소송은 시작부터 BT의 의도와는 다르게 진행됐다. 지난 3월 맥마흔 판사가 BT의 일부 주장이 터무니없다고 판결한 것.
흔히 ‘사젠트 특허(Sargent patent)’로 불리는 BT 하이퍼링크 기술은 수많은 사용자들이 중앙컴퓨터에 저장된 데이터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골자다.
BT는 미국의 수많은 인터넷업체들이 사젠트 특허를 위반했으며, 특히 프로디지가 자신의 가입자들에게 인터넷접속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BT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맥마흔 판사는 크게 세 가지 점에서 잘못됐다고 판결했다. 즉 △인터넷에는 중앙컴퓨터가 없으며 △인터넷 자체가 사젠트 특허를 위반하지 않았기 때문에 프로디지가 인터넷접속서비스를 제공한 것도 BT의 특허를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
또 △프로디지의 웹서버가 사젠트 특허를 침해했다는 주장 역시 앞뒤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왜냐하면 프로디지의 웹서버에 저장된 웹페이지들은 사젠트 특허에 묘사된 것과 같은 ‘정보 블록’이나 ‘완전한 주소’를 포함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BT는 “이번 판결에 실망했다”며 “항소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어 소송은 장기화할 전망이다. 한편 BT는 지난 76년 미국에 처음 하이퍼링크 특허를 신청, 89년 미국에서 특허를 발급받았다. 특허 만료는 오는 2006년이다. BT는 4년 전 우연히 사젠트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