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가 이달말 고시할 ‘전기통신설비의 상호접속기준’ 개정안에 무선인터넷표준화포럼이 정한 무선인터넷 표준플랫폼 ‘위피(WIPI)’ 채택 의무화 규정이 포함되지 않아 위피의 국가표준 채택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정보통신부는 상호접속기준 개정안 중 통신 프로토콜에 관한 사항에 ‘이동통신단말기에 탑재되는 무선인터넷플랫폼은 반드시 표준규격을 따라야 한다’는 조항을 담아 위피를 무선인터넷 플랫폼 국가표준으로 삼을 것이란 계획을 지난 4월 이후 공공연히 밝혀왔다. 본지 4월 17일자 16면 참조
이 때문에 관련업계에서는 이번에 고시될 개정안에 위피 의무 채택 조항이 당연히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고시될 개정안에는 위피 의무 채택 조항이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최근 “이번에 고시될 개정안에는 위피 의무 채택 규정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이번에 위피 의무 채택 규정이 빠진 이유나 상호접속기준 재개정을 통해 위피 의무 채택 조항이 들어가는지 여부에 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개정안에 위피 의무 채택 조항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관련업계는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이제까지 정통부가 위피에 대해 확고한 의지를 보여왔고 이에따라 관련업계에서는 위피의 국가표준 채택을 당연시해 왔기 때문이다. 특히 위피 의무화 조항은 한달전까지만 해도 개정안에 반영돼 있다가 갑자기 빠진 것으로 알려져 궁금증을 더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다음번 개정이나 다른 제도에 위피 의무 채택 조항을 반영하겠다는 건지, 국가표준으로 삼겠다는 계획을 아예 철회한 것인지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큰 문제이니만큼 정통부가 확실한 입장을 보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개정안에서 위피 의무 채택 조항을 제외한 것과는 별도로 정통부는 여전히 무선인터넷플랫폼 표준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상철 장관은 지난 23일 오후 이동통신사, 단말기업체, 무선인터넷플랫폼 개발업체, 콘텐츠업체 관계자들이 참석한 모임에서 자연스럽게 위피를 확산시키겠다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무급에서도 최근까지 각 이동통신사로부터 위피를 수용한 플랫폼 개발 상황을 보고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통부가 위피의 국가표준 채택과 관련해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위피를 굳이 국가표준으로 채택하지 않더라도 무선인터넷플랫폼 표준화 정책을 밀고나갈 수 있지 않느냐”며 “SK텔레콤의 경우 신세기통신의 합병 인가 조건에 애매하게나마 무선인터넷플랫폼으로 위피를 수용한다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고 KTF나 LG텔레콤도 정통부를 거스르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제도적인 강제가 없는 상태에서 이동통신사들이 적극적으로 위피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무선인터넷을 차세대 수익원으로 집중 투자하고 있는 이동통신사들이 무선인터넷 서비스 차별화의 관건이 되는 플랫폼 경쟁을 포기하기 쉽지 않은 때문이다. 이에따라 관련업계에서는 이동통신사들이 위피를 탑재한 단말기를 한두 모델 정도 형식적으로 내놓고 독자 플랫폼을 계속 업그레이드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으며 정통부의 무선인터넷플랫폼 표준화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김인진기자 ij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