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개 기업 IT화 지원사업 등으로 중소기업에 대한 정보화가 관심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중소기업들이 정보시스템 담당인력 부족으로 정보화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IT인력이 없어 각종 시스템성능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해 불요불급한 솔루션을 도입하는 사례가 속출하는가 하면, 솔루션 구축 후에도 전체 기능의 20% 미만밖에 활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지적됐다.
실제로 한국섬유산업회가 최근 중소 섬유기업 72개사를 대상으로 정보화 현황을 조사한 결과, 정보시스템 담당직원이 없는 기업이 무려 8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비용절감 측면에서 아웃소싱을 선택했기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사내에 최소한 1, 2명의 전담인력은 있어야 정보화를 체계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는 최근 17개 중견 의류업체의 CEO들이 모인 자리에서 ‘솔루션 도입이 중요하지만 IT 전담조직이 우선 갖춰져야 한다’고 스스로 강조한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중소기업진흥공단 경영혁신지도실 김복규 실장은 “최근 중소기업의 정보화 컨설팅을 진행하다 보면 전문인력이 없어 IT업체에 무작정 끌려다니는 등 피해사례가 늘고 있다”며 “정보화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솔루션 구축도 중요하지만 전문인력 확보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전문인력이 없어 업무성격과는 동떨어진 솔루션을 납품하더라도 이를 검증할 능력이 없어 실효성을 보지 못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IMF 관리 당시 약 3억원을 들여 ERP를 도입한 한 중소기계업체는 현재 전체 기능 중 20% 밖에 활용하지 못하면서도 전문인력이 없어 그냥 방치하는 상황”이라며 “솔루션 교체시마다 효과를 보지 못하는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는 전문인력의 부재”라고 주장했다.
구로공단 내 위치한 삼홍사의 정달진 정보시스템실 실장은 “정보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하면서도 자금여력 부족 등으로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는 어렵다”며 “고객 상대를 많이 하는 업종의 경우는 중소기업이라도 IT인력이 절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비용절감 차원에서 아웃소싱도 한 방안”이라면서도 “제조 등의 아웃소싱을 하더라도 회사 내 전담인력을 두는 것처럼 정보시스템도 마찬가지로 1, 2명의 전문인력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용 ERP 전문업체 소속의 한 컨설턴트는 “기업들이 ERP 도입시 별도의 관리자를 배치하지만 대부분은 애플리케이션 관리자가 아닌 서버 관리자”라며 “당장 초기에는 문제가 없지만 데이터 규모가 확대되면 우왕좌왕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병희기자 shak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