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정보기술(IT)업체들이 마케팅 전략을 새롭게 수립하거나 전문인력을 보강하는 등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다.
멀티미디어 전문 벤처기업 큐빅미디어의 김석재 사장(39)은 최근 신제품 출시를 한달 가량 앞두고 마케팅 전략에 문제가 없는지 다시 한번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 제품개발도 중요하지만 소비자의 구미에 맞는 제품으로 포장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꼈기 때문이다.
개발기간 3년에 무려 10억원 가량의 개발비를 투입해 첫 출시했던 제품이 우수한 기능을 갖고 있으면서도 투자비의 5분의 1을 건지는 데 그치자 김 사장은 마케팅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그래서 이번에는 소비자의 부담을 고려한 중저가의 보급형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 전문 마케팅업체와 손잡고 공격적인 영업을 구사하기로 했다.
김 사장처럼 최근 대구에는 탄탄한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마케팅 경험 부족으로 시장진입에 쓴맛을 본 일부 IT벤처기업들이 신제품 출시 및 해외시장 개척 등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뚫고 있다.
이들 기업은 대부분 CEO가 엔지니어 출신으로 그동안 부족했던 마케팅력을 보강하기 위해 철저한 시장조사와 전문적인 마케팅전략 수립 등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애니메이션업체 피디지(대표 박순)는 그동안 계속된 매출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적극적인 해외진출에 나섰다. 이를 위해 피디지는 해외 유학파 직원을 채용, 현지화를 통한 해외 마케팅을 벌이기로 했다.
이 회사는 CEO를 포함, 디자인 및 애니메이션 관련 고급 전문인력 및 기술력을 보유, 지역 애니메이션업계의 대표주자로 주목받아왔으나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성공을 자신하고 있다.
온라인 교육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데이터캐슬도 1년 이상 지연돼온 컴퓨터 교육 민간인증시험(SELP)을 곧 실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데이터캐슬은 최근 마케팅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재도약의 기반을 마련하고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벌이고 있다.
대구지역에는 이처럼 엔지니어 출신의 IT벤처기업 가운데 개발에만 주력하면서 정작 마지막 단계인 마케팅부문에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구지역 벤처지원기관 관계자는 “대구지역의 경우 IT기업 중 70% 이상이 엔지니어 출신의 CEO로 주로 장기적인 마케팅 전략이 없이 기술개발에만 주력해 실패를 맛보는 경우가 많다”며 “시장진입에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제품인데도 불구하고 마케팅 부족으로 손실을 보지 않도록 전문경영인 도입, 마케팅 컨설팅 등 철저한 준비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