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업계 국제환경규제 핫이슈 의미와 전망

 이미 지난 90년대초부터 친환경 관련 생산시스템 적용을 준비해 온 EU가 에어컨에 대한 신냉매 적용 규제를 시작한 것은 환경라운드의 신호탄이라고 볼 수 있다. 그동안 관세라운드를 바탕으로 한 무역규제를 실시해 온 EU지역의 이번 조치는 환경규제에 대응하는 국내업체들의 능력을 테스트하는 첫 시험대가 되고 있다. 그동안 EU 환경규제를 인지하고는 있었지만 막상 규제의무화 시점에 관련 소재공급사의 가격인상 횡포까지 겹친 업체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은 친환경경영에 대한 관심을 더욱 고조시키면서 전자업계 전체에 파급될 것으로 보인다.

 ◇EU 강력한 환경규제 장벽=전세계적으로 환경오염물질 배출규제를 가장 강력하게 주도하는 곳은 EU다. EU는 지난 6월 폐전기전자(WEEE:Waste Electronics & Eletric & Equipment) 처리지침 기본골격을 모두 확정한 가운데 WEEE 지침 발효 이전에 생산중단된 제품의 폐기 책임에 대한 문제와 인터넷 판매제품에 대한 책임 등의 문제 확정만을 남겨놓을 정도로 모든 친환경 관련 규제안을 강화해 규정하고 있다.

 다만 납과 관련한 규제실시 시점도 당초의 2004년에서 2007년까지로 연기했다. EU측이 규정한 향후 납 및 할로겐이 없는 전자제품의 함량은 0.2% 이하로 돼있다.

 이런 탓인지 필립스의 경우 이 규정을 더욱 강화해 전자제품내 납함량을 0.1% 이하로 제한하고 있을 정도의 엄격성을 보이고 있다.

 ◇해외기업의 대응현황=전세계적으로 환경보호를 목적으로 한 환경규제 강화가 신무역장벽으로 등장하는 것이 대세로 굳어지고 있다.

 세계적 선발 전자업체들은 환경규제 대응시스템 구축에 비용·투자부담이 가중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는 수출제품 원가상승과 수출경쟁력 약화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조립·분해·재활용성을 정량적 객관적으로 평가해 설계단순화를 통한 친환경제품 개발을 유도하고 있다.

 일본 샤프의 경우 제품 전과정에 관한 환경정보를 DB화해 분해 용이한 설계, 유해물질 유무, 폐기비용 등을 고려한 환경부하저감 순환형 제품개발 시스템을 개발했다. 미쓰비시도 친환경제품설계 툴을 개발해 놓고 있으며 필립스는 제품생산시 환경영향 최소화, 제품 재활용성 등에 대한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제품의 친환경화를 추진하고 있다.

 ◇업계의 대응방안과 전망=전자산업계는 지난 2000년 6월 국내 최초로 정부와 생산자가 스스로 회수, 재활용하는 이른바 ‘생산자재활용제(EPR)’를 도입 시행키로 협약을 체결해 폐전자제품의 전국적인 공동회수, 재활용체제 구축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수출시장 경쟁력 확보 이전에 내수시장 경쟁력 약화를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황종수 환경안전팀장은 “해외기업의 경우 범유럽엔지니어링무역협회(Orgalime) 참여기업인 필립스·지멘스·보쉬 등을 중심으로 규제완화 및 시행시기 연기를 위한 로비활동을 전개하는 한편 내부적으로 친환경제품개발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내기업들도 필립스, 그룬디히, 브란트 등 유럽 5개 TV메이커는 유해물질이 발생하지 않는 신소재를 이용한 이른바 ‘녹색TV 개발에 나선 점을 참고할 만하다”고 소개했다.

 삼성전자는 윤종용 부회장의 강력한 지시에 의해 수시로 친환경사업장 구축과 관련 세미나 등을 열면서 그린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삼성이나 LG 같은 대기업의 경우에 국한될 수밖에 없어 중견 중소기업의 경우 코스트다운의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