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기술 우리가 연다>(42)표준과학연 전자소자그룹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전자소자그룹(그룹장 김진태 박사·맨 왼쪽)은 최근 각광받고 있는 IT 및 BT 분야에서 응용이 가능한 새로운 개념의 첨단소자와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의 반도체기술로는 130㎚ 정도의 선폭을 갖는 소자의 대량생산이 가능하지만 기술 발전 추세가 지속된다면 적어도 오는 2020년께는 수나노미터 정도 혹은 분자 크기를 갖는 소자가 출현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자의 크기를 줄인다는 것은 단위면적에 집적할 수 있는 소자 수를 현재보다 100배 증가시킬 수 있는 데다 소자간 신호가 오가는 데 걸리는 시간 또한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데이터 전송속도도 비약적으로 발전, 슈퍼컴퓨터를 몸에 지니고 다니는 일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기존 반도체전계효과트랜지스터(MOSFET) 구조로는 소자 집적에 한계가 있다. 개개 소자가 발생시키는 열량이 너무 커서 좁은 면적에 많은 소자를 집적할 경우 발생한 열로 인해 소자가 녹아버리거나 못쓰게 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존 반도체 소자를 대신할 분자 정도의 크기를 가지면서도 집적화가 가능하며 각각의 소자를 작동시키는 데 전자 한두 개면 충분해 열발생이 거의 없는 차세대 신소자 개발에 전세계 과학기술계가 발벗고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전자소자그룹(그룹장 김진태 박사)이 ‘꿈의 기술’이라 불리는 나노기술을 바탕으로 전자소자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물리·화학·전자공학 등을 전공한 8명의 박사급 연구원을 중심으로 표준소자·나노 및 자성소자·멤스(초미세기계가공)소자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현재 개발 중인 소자는 조셉슨전압표준 소자다. 국가표준 및 초정밀 계측에 없어서는 안될 첨단 전자소자로 두 초전도체 사이에 얇은 절연막이 형성됐을 때 마이크로파를 가해주면 교류 조셉슨효과에 의해 양자화된 전압이 가해준 마이크로파의 주파수에 비례해 발생하는 원리를 이용하고 있다.

 전자소자그룹은 최근 미국이나 독일에서만 제작하고 있는 수나노미터의 얇은 절연막으로 형성된 조셉슨 터널접합을 2만개 이상 직렬연결한 매우 복잡한 초전도소자를 개발하는 데 성공, 전자기 및 역학 분야 국가표준의 정밀·정확도를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압표준 소자 외에 수행 중인 분야는 전자 하나 혹은 스핀 하나로 동작이 가능한 첨단 나노 및 자성소자 개발이다. 소자를 동작시키는 핵심부분의 특성에 따라 나눠지는 분자소자·나노튜브소자· DNA소자로 원천기술을 연구 중이다.

 연구진은 소자의 크기가 수∼수십나노미터 정도로 작아지면 기존 전자소자에서 볼 수 없는 전자의 양자역학적 성질에 기인한 다양한 물리현상이 나타나는데 이를 극복하기만 하면 손바닥에 올려놓을 수 있는 슈퍼컴퓨터의 제작도 가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밖에 전기에너지를 기계적 에너지로 바꾸거나 기계 에너지를 전기적 에너지로 바꿀 수 있는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시스템인 멤스도 연구하고 있다.

 현재 산업체와 연계해 광통신 등에 쓰이는 옵티컬 벤치를 만드는 연구를 수행 중이며 연구소나 계측기기업체에서 필요로 하는 정밀계측센터를 집중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김진태 그룹장은 “메모리소자와 표준 분야에서 응용이 가능한 단소자 등 신소자가 개발되면 이론적으로 테라비트 이상의 집적이 가능하고 기존 플래시 메모리 소자가 갖고 있는 열발생 및 고작동전압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의 나노식각기술 확립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