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분야는 디스플레이 제품이 각광받기 이전에는 청각을 이용해 인간의 감성을 두드리는데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거실 한켠에 무게있게 자리잡고 있던 대형 스피커와 턴테이블, 앰프에서 현재 책상위에 간단히 올라가는 미니오디오까지 크기는 물론 디자인과 음악을 쏟아내는 매체까지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그 변화의 현장에는 우리나라 오디오 산업을 이끌어온 전문업체의 연구원들이 자리하고 있다. 오디오 분야는 한동안 성장가도를 달리다 제품단가 하락, 수익성 감소 등으로 사양산업으로 곤두박질치기 시작할 무렵 첨단 디지털TV와 DVD 등 디지털기기와의 접목을 통해 ‘홈시어터’라는 이름으로 부활을 시도했다.
우리나라의 오디오 산업은 수십년간의 연구개발 결과로 기존 아날로그 오디오에서 현재 디지털 데이터를 다루는 디지털기기로의 변신을 이뤘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은 물론 이트로닉스(옛 해태전자), 태광산업, 롯데알미늄전자사업부 등 전문 오디오기업 연구원들의 땀방울이 큰 역할을 해냈다.
삼성전자 음향사업부가 분사, 2000년 설립된 블루텍은 현재 삼성전자의 오디오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오디오 사업은 지난 70년 스테레오 생산에서 시작해 73년 오디오 생산 후 79년 음향사업부가 발족된 후 83년 헤드폰 스테레오(마이마이) 생산을 개시했다.
90년대 이후부터 카세트시대에서 CD시대로 넘어가면서 포터블 CD플레이어, 디지털앰프, 자동차 CD체인저 등 다양한 오디오기기들이 선을 보였다.
삼성전자의 이같은 오디오 사업 뒤에는 현재 블루텍을 이끌고 있는 안태호 대표의 공이 크다. 블루텍은 삼성전자의 오디오 사업을 위해 지난 2000년 분사, 설립된 회사다. 안태호 대표는 부산대학교 전자공학과 졸업 후 74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94년 음향사업부장을 역임한 데 이어 중앙연구소 DVD개발센터장, 98년 혜주삼성전자 대표이사를 거쳐 2001년에는 현재의 블루텍 대표이사로 취임, 오디오 분야에 10여년 이상을 바친 인물이다.
삼성전자 재직시 수상경력도 화려하다. 91년 레이저디스크 플레이어로 뉴미디어 상품 대상을 수상한 데 이어 역시 레이저디스크 플레이어와 CD-OK플레이어, DVD플레이어 등을 개발해 IR-52 장영실상을 네차례나 삼성전자에 안겨줬다.
LG전자 DAV사업부 오디오 사업추진실장 김종화 실장(44)은 아날로그 시절의 오디오부터 최근 DVD홈시어터 시스템까지 LG전자의 오디오 사업을 이끌어왔다. 국내 최초로 진공관 라디오를 개발했던 과거 ‘금성사’ 오디오 사업의 명예를 되찾고 차세대 디지털시대를 선도해 나가기 위한 플랫폼 구축이라는 중책을 맡아 동분서주하고 있다.
김 실장은 입사 후 VCR 개발을 시작으로 영상신호 기록 및 재생 관련 개발에 참여, 주도적인 역할을 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오디오 앰프 개발과 현재의 디지털 복합제품 개발에 이르기까지 AV 제품을 총망라, 다양한 개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LG전자 오디오 사업추진실은 지난 2000년 디지털 홈시어터 솔루션 개발을 기반으로 오디오 시장의 디지털화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으며 디지털 홈시어터 제품뿐 아니라 보급형 하이파이 컴포넌트DVD 노래반주기, 포터블 MP3CD플레이어, 카오디오, CD리코더 등을 개발, 연평균 30% 이상의 매출 성장을 해오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디지털 홈시어터 시스템(모델명 DA-5630)이 영국의 유명 오디오 전문잡지인 ‘홈엔터테인먼트’지 7월호에서 ‘베스트바이’ 제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김 실장은 또 엔지니어 출신으로 신호계 개발 실무에도 다양한 경력을 갖고 있으며 한때 ‘특허제조기’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수차례의 수상경력과 제품적용 사례를 만들어냈다. 개발 업무 부문의 프로세스 개선을 통한 개발 최적화에도 특유의 논리적 사고력과 분석력을 발휘하여 사내 표준이 되고 있다.
태광산업은 지난 79년 에로이카 브랜드로 오디오 사업을 시작해 20여년간 한국 오디오 산업을 이끌어온 전문업체다. 최근에는 iF 디자인대회에서 수상한 ‘뮤테크’ 브랜드와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인 ‘오너’ 브랜드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태광산업 전자사업부의 본부장을 맡고 있는 윤종민 이사(46)는 태광산업의 대표적인 두 오디오 브랜드를 존재케 한 일등공신이다. 경기고, 연세대 전자공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인켈의 오디오연구소 부장을 거친 윤 이사는 70년대말 오디오 개발에 뛰어들어 하이엔드 오디오까지의 일련의 과정을 몸으로 체험하면서 수출 오디오 OEM방식에 대한 기술적 대응을 통해 자체 기술력과 노하우를 지니고 있다. 디지털 오디오의 효시인 CDP와 DAT, DCC 등의 개발을 주관하였고 AV 시스템의 디지털화에 대해서도 실무를 중심으로 설계경험을 갖고 있다.
80년대 중반부터는 오디오 평론가로서 제품의 판단기준에 대한 경험과 실전을 토대로 집필활동을 했으며, 스테레오 음악과 하이파이 저널 등 유수 오디오 전문지의 평론가로 꾸준히 활동해 오고 있다. 90년대 중반 태광산업으로 자리를 옮기면서는 하이엔드팀을 맡아 ‘오너’라는 하이엔드 오디오를 개발하였으며, 오디오연구소장을 거쳐 현재는 태광산업의 새로운 브랜드인 뮤테크 브랜드의 런칭과 오너 브랜드의 시장진출 등 국내 오디오 산업의 한계를 넘고자 하는 시도에 있어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태광 오디오연구소를 총지휘하고 있는 이수철 오디오연구소 팀장(45)은 대학 졸업 후 태광에서만 오디오 개발에 전념한 태광맨이다. 경희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82년 태광산업에 입사하여 지금까지 앰프, 튜너, CDP, 비디오 CD, EQ 등 태광산업에서 생산하는 모든 브랜드(에로이카, 쾨헬, 마인즈, 코지)의 개발을 주도해왔다. 지난해초 오디오연구소의 총지휘를 맡게 된 후 태광산업의 새로운 프로젝트 브랜드인 ‘뮤테크’와 하이엔드 브랜드인 ‘오너’에 이르기까지 세계적인 명품을 만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현규 PM(37)은 광운대학교와 대학원을 졸업, 92년에 태광산업에 입사, 아날로그 휴대폰 개발에 참여한 뒤 오디오와 컴퓨터가 결합된 KETI와의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오디오와 인연을 맺게 됐다.
최근에는 멀티채널 압축과 복원에 대한 HW·SW 기술을 확보, 오디오 DSP를 이용한 5.1 및 6.1채널 리시버 개발에 선봉장 역할을 했다. 현재는 디지털 오디오 제품인 7.1채널 디지털 PWM 리시버 개발과 오디오 디지털화에 주력하고 있다.
롯데알미늄전자사업부(이하 롯데전자) 연구소장 김진규 이사(53)는 27년간 음향기기 분야에서 한우물을 판 오디오 전문가다. 정부 주관 산업기반 기술개발사업 음향기기분야 심의를 수행하였으며 한양대학교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현재 롯데전자 기술연구소 소장으로 재직중이다.
김진규 이사는 84년 국내 최초 ‘절전형 미니컴포넌트(모델명 퍼스나 S-30D)’를 개발, 상공부 장관상을 수상했으며 91년 국내 최초 ‘하이파이 4단분리 미니컴포넌트(모델명 IVY-450)’ 개발로 미니컴포넌트의 하이엔드 시대를 열며 핵가족화에 걸맞은 가정용 오디오 문화의 새로운 장을 개척했다.
92년에는 국내 최초로 ‘CD-EG(Compact Disc Extended Graphics Player)’를 개발, 오디오를 통한 영상음향기기로 가정용 노래반주기 제품에 불을 댕겼으며 93년에는 오디오 마니아들을 위한 미로형과 위상반전형의 장점을 최적으로 활용한 고품질 ‘아카펠라 스피커’ 개발로 마니아층으로부터 찬사를 받기도 했다.
94년에는 건강을 생각하는 사회적 요구에 발맞춰 음이온 공기청정 기능을 스피커에 설치해 우퍼의 진동에 따라 음이온을 방출해 공기를 정화시켜 주는 아이디어 제품인 ‘음이온 스피커’를 개발, 호평을 받았다.
최근에는 안방극장식 ‘하이파이 홈시어터’ 제품을 개발했으며 개성적인 자기생활 방식을 강조하는 신세대를 위해 PC 및 통신기기와 결합할 수 있는 소형 룸시어터 제품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김진규 이사는 초기 고전적인 원음 재생의 진공관 앰프로부터 스피커, 증폭기, 소스기기 등 음향기기 3요소를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변환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으며 향후에는 오디오와 통신을 하나로 묶는 홈네트워킹 분야로의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롯데전자의 안대성 수석연구원(46)은 약 20년간 음향기기 업계에서 한우물을 판 전문가다. 동아대학교 전자공학과 졸업 후 롯데파이오니아 기술연구소에 입사한 후 현재 롯데전자 기술연구소 연구개발팀장을 맡고 있다.
국내 최초로 돌비S 타입 카세트테이프리코더와 비디오CD 제품을 개발했다. 하이 다채널 기술을 접목해 AV 마스터 앰플리파이어를 개발, 기술력을 국내외에 과시하기도 했다.
세계 굴지의 오디오 업체인 마란츠, 하만카든, 콤슨 등에 돌비프로로직, 돌비S 타입 테이프덱, 하이파이 컴포넌트 시스템 등의 제품을 개발 및 수출, 국내외 음향기기 경쟁력 수준을 제고하는데 기여했다.
안대성 연구원은 또 93년 5채널 돌비프로로직 AV마스터 앰프(모델명 LA-7600) 개발로 국내 기술엔지니어들의 최고 영예인 장영실상을 수상했다. 94년에는 MPEG1 방식에 의한 비디오CD플레이어를 개발, 가정용 오디오에 동영상 시대를 열었으며 95년에는 음성안내 기능이 내장된 오디오를 개발해 오디오에 다양한 기능을 부가시키는 신기원을 이루기도 했다.
안대성 연구원은 최근 안방극장식 하이파이 홈시어터 제품의 차별화를 기하고 고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기존 5.1채널 홈시어터를 8.1채널까지 확대시키는 기술개발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또 신세대의 다양한 욕구에 부응하기 위해 룸시어터 제품의 개발로 음향기기의 새로운 트렌드를 창출할 계획이다. 향후에 전개될 오디오는 통신라인을 통한 무선음향 시스템으로 예상되어 홈네트워킹과 연계된 새로운 연구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이트로닉스 중앙연구소 연구소장 김봉수 이사(50)는 한국과학기술원 전기 및 전자공학과 석사로 79년 LG전자 연구소를 거쳐 87년 구 해태전자 기술연구소에 입사했다.
김 소장은 레이저 옵티컬 픽업 연구개발에서부터 비디오CD플레이어, 멀티채널 디지털 오디오 시스템, DTS탑재 AV리시버 등을 개발했으며 최근에는 DVD리시버를 개발, 오디오의 디지털화에 기여했다.
<전경원기자 kwj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