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이번에 발표한 시스템LSI 중장기사업계획은 지난해 발표한 내용과 유사하나 이를 완성하기 위한 접근론은 상당히 수정됐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우선 당초 예상과는 달리 투자비가 4조원으로 대폭 확대됐음에도 이 자금을 온양 비메모리 전용공장 설립이 아닌 순수 기술개발과 연구장비 마련, 해외기술 도입에 투입키로 한 것이다. 이는 삼성전자의 시스템LSI사업을 메모리와 TFT LCD처럼 선도기술을 바탕으로 대량 생산체제로 대응력을 높여 나가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별로 솔루션을 제시하는, 이른바 선진 비즈니스 모델로 시장을 주도해 나가겠다는 고도의 전략이 숨어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응용분야별 표준기술 확보와 핵심인력 확보가 관건인 비메모리 사업에서 대규모의 투자와 대량 생산체제를 통해 1위를 차지해 온 삼성이 얼마나 이같은 목표를 실현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제기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중장기 사업계획의 주요 내용=“1위가 아니면 살아 남을 수 없다.”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사업 역시 여타 사업과 마찬가지로 시장 1위 전략이 전체 밑그림에 깔려 있다. 삼성은 LCD구동 IC를 비롯해 스마트카드 IC, DVDP 및 CDRW용 옵티컬 디스크, CMOS 이미지센서(CIS) 및 이미지신호프로세서(ISP) 등 모바일 카메라 IC, ASDL·라우터 등 퍼스널 네트워크 칩세트 등에서 순차적으로 세계시장을 석권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미 상당수 기술을 확보했고 여기에 몇가지 기술을 덧붙여 포트폴리오만 잘 구성하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게 삼성측의 생각인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삼성 비메모리 사업의 최종 목표는 포스트 PC로 불리는 ‘모바일 SoC’와 컨버전스 열풍이 불고 있는 ‘홈네트워크 SoC’다. 여기에 최근 각광받고 있는 PDP, LCD, 유기EL용 칩세트 등 ‘디스플레이용 SoC’도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이 모든 응용분야는 시장이 통합되면서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고 삼성전자가 시스템에서 선도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표준을 주도하게 되면 후발업체를 따돌릴 수 있는 가능성은 없지 않다. 또 30% 정도인 내부 시장(캡티브 마켓)에 핵심 부품을 직접 공급하면 원가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기존 메모리사업에서 쌓은 설계 및 공정기술을 기반으로 4칩 시스템인패키지(SiP), RFIC용 SiGe 특수공정, 90㎚ 및 65㎚ 등 차세대 미세회로 공정 등 선도기술제품을 내놓아 기술력을 제고하겠다는 계획은 상당한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인텔, TI 따라잡을 수 있나=삼성전자가 비메모리 1위를 위해 내세운 방법론은 비교적 간단하다. 핵심 역량을 강화하고 다각도의 네트워크 협력체계를 구축한다는 것.
휴대폰·디스플레이 등에서 선도력을 보이면서 인력에서부터 제휴를 원하는 업체들이 줄을 잇고 있다는 게 삼성측의 설명이다. 그만큼 좋은 인력을 확보하고 유수의 기업과 해외 네트워크를 구축할 여건이 됐다는 얘기다.
하지만 PC시장을 석권한 인텔이나 디지털 멀티미디어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TI가 기술개발에서부터 표준확정까지 모두 스스로 개척한 상황에서 뒤늦게 참여한 삼성전자가 새로운 수요처를 제대로 발굴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의 시각이 적지않다. 또 이번 사업계획이 다소 포괄적이고 원론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임형규 사장은 “급속히 변화하고 있는 SoC시장은 인텔이나 TI가 일궜던 단일 시스템시장이 아니다”면서 “시스템에 대한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협력체계를 누가 잘 그리냐의 여부에 따라 향후 시장판도는 달라질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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