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국산 300㎜ 장비에 관심없다더라.’
처서(處暑) 이후 막바지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장비업체들은 업계에 나도는 이른바 ‘삼성 괴담(怪談)’ 때문에 몸을 도사리고 있다.
괴담의 내용은 본격적인 300㎜ 설비투자를 앞둔 삼성전자가 국산장비를 채택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정했다는 것.
이 소문의 출처나 진위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소문이 사실로 나타날 경우 최근 수년 동안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 300㎜ 장비를 개발해온 국내 장비업체들은 개점휴업 상태를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장비업계 종사자라면 국내 소자업체로부터 외면된 장비를 해외 소자업체에 공급하기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더욱이 국내 소자업체 중에서는 삼성이 유일하게 300㎜ 투자에 나서고 있고 그 규모 또한 세계적인 수준이어서 국내 300㎜ 장비 개발업체들에 있어 삼성은 사업성공 여부의 잣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문에 의하면 300㎜ 설비 중에서도 전공정 핵심설비 만큼은 안정성이 검증된 외산장비만을 채택하겠다는 것. 즉 식각(에칭)이나 화학기상증착(CVD) 등 웨이퍼 가공부문의 국산 장비는 삼성이 채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런 소문이 나돌자 국내 장비업체들은 삼성의 관계자나 업계 종사자들에게 사실여부를 묻는 등 ‘괴담’의 진위 파악에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의 한 관계자는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고 일축했다.
전공정 핵심장비는 반도체 수율 결정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안정성과 신뢰성이 검증된 장비를 채택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대상은 국산, 외산 가릴 것이 없다는 것이다.
또 삼성은 수년 전부터 국내 장비업체와 공동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일부 장비에 대해서는 이미 성능검증을 마친 것도 있어 경쟁력을 갖춘 제품이라면 얼마든지 채택이 가능해 국산장비를 차별한다는 소문은 결코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삼성측의 입장이다.
이같은 삼성측의 강한 부정에도 불구, 국내 일부 장비업체 종사자들은 혹시나 하는 심정에서 우려의 반응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여름 막바지에 등장한 ‘삼성 괴담’이 단순한 소문으로 끝날지, 아니면 현실로 다가와 나타날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