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 시장침체가 예상 외로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가파른 상승세를 지속해오다가 지난 6월부터 계절적 비수기에 접어들면서 약세로 돌아선 뒤 하강국면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는 당초 세계 컴퓨터시장의 열쇠를 쥐고 있는 CPU업체들의 경쟁적 가격인하와 새학기 시즌, 이른바 ‘백 투 더 스쿨’이 맞물려 8월 중순부터는 LCD시장이 살아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단지 ‘기대’로 끝나고 말았다.
이에 따라 한때 260달러(모니터용 15인치 모듈 기준)까지 치솟았던 삼성·LG 등 선발업체들의 평균공급가격(ASP)은 현재 240달러벽이 무너진 상황이다. 대만업체들의 ASP는 무려 220달러대까지 주저앉았다. 자연히 재고량이 급증, 선발업체들은 2∼3주분, 대만 후발업체들은 두달치 안팎까지 쌓인 실정이다.
문제는 침체국면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이냐는 점이다. 이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의 전망은 일단 ‘잿빛’이다. 도이치증권은 28일 현 가격흐름을 볼 때 4분기까지 하락세가 지속, 15인치 ASP가 21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으며, PC시장 회복이 더뎌진다면 앞으로 몇분기 동안 침체국면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동양증권 민후식 애널리스트도 “선두업체들의 5세대 가동에 따른 생산능력 확장과 재고 누적으로 15인치 모듈 가격이 연말께 200달러대까지 밀릴 가능성이 없지 않다”면서 “PC경기 부진으로 내년 상반기까지는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고 부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삼성전자·LG필립스 등 관련업체들의 전망은 다르다. 현 수요부진과 가격하락은 공급과잉설에 따른 가격하락 기대심리로 인한 대기수요가 늘어난 때문이며, 이제 어느 정도 가격이 현실화된 만큼 이르면 다음달 중순, 늦어도 4분기 초에는 시장이 회복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업계가 시장 반전의 ‘전환점(터닝포인트)’으로 기대하는 것은 최대시장인 미국의 추수감사절(11월)과 크리스마스(12월)로 이어지는 PC 특수. 이 기간은 통상 4분기 PC 수요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따라서 이 기간에 맞춰 컴퓨터 및 모니터업체가 주요 부품 확보에 나선다면 이르면 10월 초부터 LCD시장이 회복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삼성전자의 관계자는 이와 관련, “어느 정도 편차는 있겠지만 올해도 추수감사절과 성탄절 특수는 반드시 찾아올 것이며, 여기에 대기수요가 연계된다면 LCD시장이 다시 급반전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LG필립스측도 “변수는 많지만, 가격이 떨어질 만큼 떨어져 이르면 9월 말부터 회복조짐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여전히 변수는 많다. 미국에서 시작된 세계적인 정보기술(IT)경기 침체와 LCD 가격하락을 주도하는 대만업체들이 그것. 하지만, 대만업체들은 5세대 설비투자용 파이낸싱을 위해 가격인하가 어느 정도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일각에서는 5세대 가동에 따른 공급량 증가를 최대 변수로 꼽지만, 5세대는 대형 모니터 및 TV용에 초점을 맞춰 전체 공급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작다”며 “현재로서는 IT경기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되느냐가 향후 LCD시장 조기회복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