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붕 아래 두 가족간 경쟁”
지난 27일 한국후지제록스(대표 정광은)가 A4용 컬러 레이저 프린터 시장 진출을 선언함으로써 같은 일본 후지제록스 관할 하인 후지제록스페이저프린팅코리아(FXPPK·대표 황유천)와의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그동안 한국후지제록스는 A3용 컬러 레이저 프린터만 판매해온 반면 FXPPK는 A4용 프린터 영업에 주력했기 때문에 양사가 충돌할 기회는 없었다. 하지만 한국후지제록스가 일본 후지제록스로부터 A4용 컬러 레이저 프린터를 수입해 생명보험·금융업계를 중심으로 영업을 펼칠 계획임을 밝힘에 따라 FXPPK의 주된 공략 대상이던 곳에서 형제격인 한국후지제록스에 고객을 뺏길 여지가 생긴 것이다. FXPPK는 올 2월 삼성생명에 1000대, 3월 금호생명 350대 등을 납품하는 등 생명보험업계가 주된 수요처였다.
한국후지제록스와 FXPPK는 유사한 회사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일본 후지제록스의 경영 하에 있는 회사다. 한국후지제록스는 지난 98년 일본 후지제록스가 동화산업의 지분 50%를 인수함으로써 계열사가 됐다. FXPPK는 후지제록스가 100% 출자한 한국후지제록스와 별개 법인으로 후지제록스의 한국 지점이며 후지제록스내 ‘페이저 프린팅 사업부’ 소속에 있는 회사다. 지난 2001년 3월에는 미국 제록스의 후지제록스 지분 25%를 후지필름에 매각함으로써 제록스의 경영권은 더욱 약해진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번과 같은 양사의 경쟁 상황을 보며 조직의 재정비가 필요하지 않겠냐는 지적도 있다. 한 관계자는 “거의 유사한 제품을 두 곳에서 판매할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지난 27일 한국후지제록스가 출시한 ‘다큐프린트C1618’은 FXPPK의 ‘제록스 페이저 6200’과 동일한 프린터 엔진을 사용해 외관, 출력속도가 유사하다. 하지만 컨트롤러 보드에 장착된 CPU, 메모리, 지원하는 프린터 언어 등에 차이가 있어 타깃이 되는 사용자층은 다를 것이라고 FXPPK측은 설명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