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월드>`중독`돼야 `창조`도 한다

‘즐기고만 있을 순 없다.’

 게임에 죽고 사는 게임 마니아들이 게임업체를 누비고 있다. 단순히 게임을 즐기는 유저에서 어엿한 게임업체 정직원으로 활약하고 있는 것. 국내 게임은 물론 해외 게임까지 두루 섭렵한 이들은 게임에 관한한 웬만한 기획자 뺨치는 안목을 갖고 있는 ‘게임박사’들이다. 수시로 변하는 유저의 성향까지 꿰둟고 있어 게임업체들 사이에서는 ‘마니아 모시기’ 경쟁까지 심심찮게 연출되기도 한다.

 현재 게임 마니아에서 게임개발업체 직원으로 발탁된 사람들은 줄잡아 10여명. 한 때 하루 12시간 이상 게임에 매달리면서 ‘게임중독자’로까지 평가 절하됐지만 이젠 게임도 즐기고 돈도 버는 게임 전문가로 통한다.

 온라인 게임업체 재미창조의 윤홍주군(21)은 마니아에서 게임업체 운영자로 변신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윤군은 학생신분임에도 불구하고 게임에 대한 해박한 식견으로 재미창조 정직원으로 전격 발탁됐다.

 “친구들 사이에서 ‘게임중독자’로 불릴 만큼 게임에 푹 빠져 있습니다. 게임을 하다 보니 직접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윤군은 재미창조의 온라인게임 ‘디미어즈’ 유저들 모임에서 기발한 아이디어를 쏟아내다 아예 직원으로 채용되는 특혜를 받았다. 현재 온라인게임 ‘디미어즈’ 게임 밸런싱 조정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윤군은 보통 운영자보다 배이상 빠른 속도로 게임을 독파하는 실력으로 주위를 깜짝깜짝 놀라게 한다.

 재미창조 운영팀 관계자들은 “윤군을 통하면 개발팀에서 미처 파악하지 못한 문제점들도 족집게처럼 집어낸다”며 자랑할 정도다. 윤군은 게임운영자로서 경험을 쌓은 뒤 자신의 이름을 걸고 직접 게임을 기획한다는 꿈에 부풀어 있다.

 온라인게임업체 위즈게이트에도 윤군과 같은 운영자가 6명이나 활약중이다. 특히 온라인게임 ‘봄버맨’ 운영 및 기획자로 활동중인 최명균군(21)은 톡톡튀는 아이디어로 ‘아이디어 뱅크’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

 최군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특별한 직업없이 전전하다 지난해 위즈게이트가 개발한 온라인게임 ‘드로이얀 온라인’의 베타테스트 아르바이트로 위즈게이트와 인연을 맺은 케이스. 현재 최군은 ‘봄버맨’ 기획자뿐 아니라 게임전문채널 온게임넷 게임 해설자로도 활약할 만큼 재능을 맘껏 뽐내고 있다. 온게임넷에서 매주 목요일 방영중인 ‘봄버맨 리그’에 출연해 해박한 게임지식을 쏟아내고 있는 것.

 재미창조 박현식 사장은 “어릴 적부터 게임을 즐겨온 이들 마니아는 기성세대보다 훨씬 많은 게임을 접하면서 살아있는 아이디어를 체득한 세대”라며 “이들이 게임개발 현장에서 좀 더 다듬어지면 세계적인 게임기획자로 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