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분야 산학관연 전문가 모임인 ‘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회장 한상기 벤처포트 사장)’ 8월 월례 조찬 토론회가 전자신문 주관으로 지난 27일 오전 서울 강남 리츠칼튼호텔 금강홀에서 열렸다. 30여명의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는 이상무 정보통신부 정보통신지원국 통신이용제도과 무선인터넷담당사무관이 ‘무선인터넷망 개방 추진현황 및 계획’을, 박인수 KTF 인터넷사업담당 상무가 ‘무선인터넷망 개방 및 대응방향’을, 성규영 한국무선인터넷협회장이 ‘무선망 개방관련 CP/SP 대응방안’을 각각 발표했다. 주제발표와 토론 내용을 요약한다.
◇이기호(네비스텍 대표)= 무선인터넷과 초고속 정보통신망 구축을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수많은 유무선 인터넷콘텐츠 제공업체들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이유는 망사업자들의 이득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무선인터넷망 개방과 함께 수익분배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상무(정통부 사무관)=일본의 무선인터넷 사업이 우리나라보다 상대적으로 빠른 이유는 유선인터넷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잘 알다시피 일본은 게이트웨이를 개방하는 형태로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추진해왔으며 망 개방 이후에도 콘텐츠 제공자들의 실질적인 수익은 커지지 않았다는 것이 전반적인 시각이다.
일본의 무선망의 시장규모는 7000억엔 정도며 그 중 1000억엔이 정보이용료 수입이다. 이처럼 얼마 안되는 수입을 업체별로 분배하다보니 기업 매출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다르다고 본다. 무선인터넷 비즈니스에 활력을 주기 위해 무선망 개방에 나섰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기존 유선인터넷과 달리 무선인터넷은 서비스 이용료를 기꺼이 지불하려는 층이 주로 사용하게 된다. 따라서 시장을 늘릴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며 통신료 공유도 가능하리라 본다.
관건은 접속료 수준이다. 이로 인한 진통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나 망 개방을 통한 상호접속을 통해 대응원칙이 정해질 것이다. 요금의 분배비율도 정부보다는 협회나 이동통신사업자, 소비자 단체들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서로의 입장을 조율하는 형태가 바람직하다.
◇한상기(벤처포트 사장)=무선인터넷 시장은 기존 유선인터넷과는 다른 토양에서 출발하고 있다. 유선인터넷의 경우 동일한 조건에서 출발함에 따라 콘텐츠 제공업체나 포털이 다양하게 등장할 수 있었다. 이러한 자유경쟁이 인터넷콘텐츠 경쟁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됐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무선인터넷의 경우 콘텐츠 제공업체들의 운명을 쥐고 있는 이동통신사업자들이라는 거대 사업자들이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개방의 실질적인 효과에 의문이 든다. 대다수 무선인터넷 콘텐츠 서비스 제공업체들이 이동통신 3사에 속해 있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따라서 시장이 굳건하게 다져진 상태에서 다른 콘텐츠 서비스 제공업체들의 육성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또 이동통신사에 콘텐츠 제공업체들이 종속될 가능성에 대한 검증도 필요하다.
◇박인수(KTF 상무)=망 개방이 이루어졌을 때 그 과실에 대한 수혜를 이동통신사만이 본다는 주장은 다소 무리가 있다. 애초부터 이동통신사업자들이 운영하는 무선인터넷 서비스는 고객들의 다양한 요구를 만족시키기 힘든 본질적인 어려움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KTF 매직엔의 경우 무선인터넷 사업부문 인력 65명 중 4명이 포털을 관리하는 체제로 돼 있다. 무선인터넷 사업이 많은 투자비와 인력투입을 해야하기 때문에 이 정도의 인력을 배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것은 비단 KTF뿐만 아니라 다른 사업자들도 마찬가지다.
다른 서비스 업체와의 연계가 필수적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매직엔이 다 수용하지 못하는 내용을 다른 서비스가 보완한다면 현재보다 2∼3배 이상의 수익을 거두는 것도 가능하다고 본다.
따라서 무선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나 콘텐츠 제공업체들과의 정교한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최근 들어 공급자와 수요자의 중간에서 이를 매개하는 콘텐츠 에이전시 같은 기업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다만 무선 인터넷용 콘텐츠의 경우는 전문화와 고급화가 필수적이다보니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의 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 사업자의 참여가 예상된다. 현재 영세한 콘텐츠 제공업체들이 주력하고 있는 일반적인 생활정보나 기타 서비스들로는 본질적인 차별화는 거두기 힘들기 때문이다. 일례로 위치정보 서비스와 같이 원하는 사람들에게 꼭 필수적인 정보를 제공하면서 경쟁이 심하지 않은 서비스라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한태인(링크솔루션 대표)=무선망 개방을 통한 콘텐츠의 다양화도 중요하지만 콘텐츠의 특성화 측면도 짚어봐야할 과제로 본다.
최근 숙명여자대학교가 학생증을 휴대폰으로 대체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사례를 보면 무선인터넷을 특수한 목적에 활용하는 솔루션 개발도 이루어져야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학교는 지난해 교내에서 무선으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무선랜 서비스도 했는데 올해는 무선 모바일 서비스까지 확대하고 있다.
◇성규영(KIWI 회장)=무선망 개방에 앞서 단말기 유통체계도 짚어봐야할 것 같다. 현재는 이통사업자들이 서비스에 맞춰 구매해야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일반 소비자에게는 선택의 방법이 없다. 대안없는 형태가 바람직한지 아닌지를 떠나 무선인터넷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단말기 유통의 다양성에 대한 연구가 이뤄져야한다.
◇박인수=무선인터넷 표준이 단말기에 있을 것인가, 네트워크에 있을 것인가, IDC에 있을 것인가의 문제는 굉장히 중요하다. 표준이 다르다는 것은 세상이 다르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때문에 표준을 어떻게 가져가느냐가 비즈니스의 성공을 좌우하는 열쇠다. 표준이 여러가지면 시장이 조각나 전체적인 수익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물론 1∼2년 후에는 단말기 성능이 기존 제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져 한정된 틀안에 어떤 표준을 넣고 빼느냐의 문제는 자동으로 해결된다.
◇이상무=가장 적합한 플랫폼은 시장에서 사용자들에 의해 결정돼야 바람직하다. 예를들어 MS의 경우는 PC제조사도 아니고 네트워크망 공급업체도 아니면서 PC시장을 주도하는 회사로 자리매김했다. 소비자들이 MS의 OS를 선호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가장 진화된 모델은 소프트웨어업체가 주도하는 형태로 발전되어 왔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통신사업자가 플랫폼을 선택해 소비자들에게 권유하는 형태다. 단말기 초기구매에서 업그레이드 시점 등을 모두 이동통신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처럼 슈퍼마켓에서 휴대폰을 구입, 해당서비스업체에 신청하는 형태도 가능하다. 무선망 개방 이후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서비스가 있다면 표준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김양호(베이직기술투자 대표)=망 개방은 통신사업자가 독점하던 체제에서 자유경쟁체제의 전환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시킨다는 것이 가장 큰 명분이다. 그러나 이로 인한 부작용도 간과할 수 없다고 본다. 과거 인터넷이 초고속으로 바뀌면서 포털업체들이 난립, 버블이 생기고 네거티브한 업체들이 양산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기 때문이다. 또 무선인터넷 시장이 커질 것이라는 기대아래 투자에 나섰던 벤처캐피털도 적지 않다.
이미 보편화된 인터넷 서비스에서 실질적으로 성공한 것은 e메일이나 SMS 정도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선망 개방이 호재인지 악재인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성규영=무선인터넷망 개방으로 콘텐츠 공급업체들은 선택의 폭이 크게 넓어진다. 그러나 선택폭의 확대가 수익성으로 연결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무선 인터넷이 킬링타임용으로 사용되는 경향도 많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가 게임을 필두로 한 엔터테인먼트 분야다.
무선인터넷 사용빈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업무나 생활을 지원하는 콘텐츠 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동안 이동통신업체들이 서비스해왔던 형태에서 탈피, 업무지원형으로 바뀌어야 한다. 관건은 독립적인 과금체제다. 과금문제가 해결되어야 서비스 추진업체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박인수=망 개방 이후 콘텐츠 문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즉 품질관리 문제는 이동통신사의 이미지 때문에 보다 철저히 거쳐야할 과정이라고 본다. 콘텐츠의 질을 높이기 위해 개방하였으므로 콘텐츠 품질에 대한 잣대는 보다 엄격해질 것이다.
문제는 이동통신업체들이 주도하면서 유해 콘텐츠를 억제해 왔으나 경쟁이 치열해지면 일정부분 이를 허용하는 업체들도 나올 수 있다.
인터넷의 경우 하루종일 사용해도 요금이 동일한 정액제방식이다. 그러나 무선은 철저하게 과금을 하는 체제다. 때문에 통신료는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고 정보료에 대한 과금이 본격화될 것이다. 아주 장기적으로 본다면 휴대폰의 정액제 서비스도 나오리라 본다.
◇허진호(아이월드네트워킹 대표)=무선인터넷 개방은 통신서비스 제공업체나 대형 포털업체 등 대형사업자 위주로 재편될 가능성이 많다. 기존 유선인터넷은 시작부터 자유경쟁체제에서 상호접속이 보장돼 접속점이라는 것이 의미가 없을 정도다. 또 시장의 룰과 수익이 경쟁에 의해 결정되면서 콘텐츠 제공업체들도 몇 개의 대형 포털과 쇼핑몰로 재편되고 있다.
무선인터넷의 본질은 누가 돈을 거둬주고 누가 돈을 거둬들이냐는 문제라고 본다. IWF방식 개방을 통해 대형사이트가 들어오더라도 빌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통신사업자 외에는 수혜자가 있을 수 없다. 다른 사업자가 빌링시스템을 갖추려한다고 해도 이동통신사와 같은 빌링 인프라를 갖출 수 없기 때문이다.
당분간 콘텐츠 제공업체들은 기존의 틀을 벗어나기 힘들다고 보며 네트워크를 갖고 있지 않으면서 경쟁할 수 있는 진짜 제4의 사업자가 생겨날 가능성이 많다.
◇이백용(바이텍씨스템 대표)=무선인터넷도 마찬가지지만 유선인터넷도 비즈니스를 사용하는 기업을 위한 솔루션 개발이 중요하다. 아직 인터넷을 기업활동에 사용하지 않는 회사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선 인터넷은 이러한 활용이 더욱 떨어진다고 봐야 한다. 무선망 개방은 기업측면에서 무선까지 확장시킬 수 있느냐가 더 큰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콘텐츠 투자도 중요하지만 기업이 사용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정부의 의지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