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과 HP가 부진한 실적과 부정적 전망을 내놓으면서 반도체와 PC 등 국내 정보기술(IT) 하드웨어 분야의 조기 회복도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증권가에 늘고 있다.
반도체·PC 등 하드웨어 부문은 수출 비중이 높아 소프트웨어와는 달리 국내 기업과 해외 업체의 상관관계가 높다. 이런 가운데 전날 발표된 인텔과 HP의 부정적 시장 전망은 국내 관련주들에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특히 올초 1000선 돌파를 주장했던 증시 전문가들 대부분이 반도체를 필두로 한 IT 하드웨어 부문의 회복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 최근의 IT 하드웨어에 대한 비관적 시장 전망은 증시 전반에도 ‘추가랠리’를 기대하기 힘들 게 하는 요소로 풀이되고 있다.
우선 인텔은 27일(현지시각) 기업들의 PC수요는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3분기에도 2분기 수준을 유지하거나 소폭의 회복만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성능 CPU가격을 63% 인하했고 9월초 보급형 제품에 대한 추가적인 제품가 인하를 단행하더라도 기업들의 수요 확대폭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인텔은 전망했다. 이런 전망은 PC시장의 회복은 올해 4분기 계절적 수요 이외에는 큰 기대가 어렵고 내년 하반기 이후에나 본격적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징후로 해석되고 있다.
민후식 동양증권 애널리스트는 “인텔의 부정적 전망은 D램시장의 회복에 대한 전망치를 하향해야 하는 뉴스며 반도체 업종에 대한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자사주 매입을 마친 삼성전자를 포함, 국내 반도체주들에도 보수적인 투자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날 HP가 밝힌 합병 후 첫 실적도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HP는 지난 5∼7월 20억30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권성률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HP의 실적은 기업용 이외에 개인용 PC의 둔화도 심각한 상태”라며 “4분기 크리스마스 시즌 등으로 계절적 수요가 있겠지만 올해 안에 PC시장의 의미있는 회복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국내 PC주 가운데 내수에 치중하고 있는 현주컴퓨터와 현대멀티캡은 6월 기준 온기와 반기에서 모두 적자를 기록하는 등 증시에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삼보컴퓨터가 그나마 HP-컴팩의 합병에 따른 수주 물량 증가로 관심을 끌고 있는 정도다. 권성률 애널리스트는 “HP가 전날 수익성 회복 의지를 강력히 내비쳤으며 이는 삼보컴퓨터 같은 납품업체들에 대한 가격인하 압박이 될 수 있다”며 “삼보컴퓨터의 해외 매출은 증가하겠지만 이것이 수익성 회복으로 연결되는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