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맥스, 바이억세스와 CAS 라이선스 해결점을 찾을 것인가.’
지난 7월 디지털 위성방송용 세트톱박스에 탑재돼 암호화와 유료 수신기능을 담당하는 수신제한장치(CAS)의 원천기술업체 프랑스 바이억세스(Viaccess)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 촉발됐던 두 회사의 라이선스 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휴맥스(대표 변대규)는 오는 9월 10일 프랑스 파리 소재 바이억세스 본사에서 양측의 대표가 참석하는 회의를 가질 계획이라고 29일 밝혔다. 그동안 실무자급에서 수차례 서면교환이나 만남은 있었지만 양측 대표가 회동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휴맥스측은 “계약 해지 통보 이후 관계 회복과 계약 유지를 위해 실무자급에서 논의가 있어 왔다”며 “이번 회의는 양측의 대표가 직접 만나는 자리인 만큼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휴맥스와 바이억세스간의 CAS 분쟁은 98년부터 라이선스 계약 관계를 유지해온 바이억세스가 지난 7월 휴맥스 영국법인에 일방적인 계약 해지를 통보하면서 시작됐다. 휴맥스가 바이억세스의 CAS 라이선스를 재확보하지 못할 경우 유럽 수출에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셋톱박스업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게 됐다.
하지만 6건의 셋톱박스 관련 CAS 라이선스를 가진 휴맥스의 입장에서 바이억세스의 CAS 라이선스를 이용한 유럽·북미 셋톱박스 판매비중은 전체의 10%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휴맥스는 바이억세스의 라이선스를 확보,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해왔으나 상호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바이억세스측은 “휴맥스가 무단으로 CAS를 해킹할 수 있는 정보를 흘리는 등 당초 계약했던 내용을 지키지 못해 계약을 해지하게 되었다”고 배경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휴맥스측은 “바이억세스 CAS의 대표시장인 북유럽과 러시아 지역에서 셋톱박스업체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경쟁사들이 휴맥스를 모함하는 잘못된 정보를 흘린 결과 발생한 오해”라며 “계약을 침해한 활동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휴맥스가 이레데토·크립토웍스·나그라비전 등 유럽내에 CAS 라이선스를 갖춘 여러 업체가 있음에도 바이억세스와의 분쟁 타결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세계적인 셋톱박스 종가라는 이미지 관리 때문이다 .
디지털 위성방송 시장이 상대적으로 발달한 유럽지역은 소비자가 직접 셋톱박스를 구매하는 ‘오픈마켓’ 위주의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이에 따라 셋톱박스 제조업체는 디지털 위성방송의 유료 수신기능을 담당하는 CAS를 원천기술업체에서 인증받아 이를 탑재, 판매하게 된다.
휴맥스는 이런 시장 특성상 바이억세스와의 계약해지시 기업 이미지에 직간접적인 타격은 물론 유럽수출 전선에 이상 기류가 흐를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있어 이번 협상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