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벤처육성촉진지구사업 무관심·예산 부족 2년째 `제자리걸음`

 서울지역 벤처기업 육성 촉진지구 사업이 시작 1년9개월이 지나도록 공전되고 있다.

 26일 관련부처 및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 2000년 11월 중소기업청이 지정한 영등포·홍릉·성동 등 3개 서울지역 벤처기업 육성 촉진지구 사업이 중기청을 비롯한 서울시와 지자체 등 정부부처와 사업추진기관의 무관심과 관련예산 부족으로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역내에 대학 및 연구기관이 없어 지자체인 구청이 사업을 추진하는 영등포 지역의 경우, 아직까지도 사업추진을 위한 기본계획은 물론 전담기구조차 설립하지 못하고 있다.

 영등포구청 관계자는 “홍릉·성동 지역과는 달리 지역내 전문연구기관이나 대학 등이 거의 없어 행정업무 처리에도 바쁜 지자체 조직이 사업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무엇보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기초 지자체로서는 관련예산을 감당하기 어려워 서울시나 정부차원의 예산 지원 및 지원책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사업추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영등포구청은 최근에서야 이 지역을 여타 지역에 버금가는 벤처기업 촉진지구로 키운다는 5개년 계획 수립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도시개발사업과 연계해 나간다는 방침을 자체적으로 세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출연연구소나 대학이 밀집한 홍릉지역이나 성동지역도 사업추진에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홍릉지역은 촉진지구로 지정된 지 21개월이 흐른 이달 초에서야 비로소 첫 운영회의를 개최했다.

 이 지역 관계자들에 따르면 참여기관들의 무관심, 관련예산 부족, 재단 운영미숙 등으로 사업추진 일정에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 당초 사업구상과는 크게 빗나갈 공산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홍릉밸리’에 입주한 상당수 입주기업들은 강남이나 서초지역으로 이주를 고려하는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에도 불구, 관련사업의 관리감독과 지원을 총괄하는 서울시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않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촉진지구사업은 해당지역에서 알아서 추진하는 일”이라며 “촉진지구사업 추진일정에 관한 기본적인 통계와 실사자료가 해당지역에서 올라오지 않아 최근 상황을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추진 관계자들은 서울시가 신임시장 취임 2개월이 지나도록 지역산업 전반에 대한 점검은 고사하고 뚜렷한 방향설정도 못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촉진지구 지정을 맡은 중기청 관계자는 “촉진지구사업은 지방 벤처기업을 육성하고 관련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취지로 시작됐다”며 “이들 기업의 자립기반이 절대적으로 좋은 서울지역의 경우, 서울시 등 지자체가 책임있는 자세로 관련 예산 및 지원책을 마련, 사업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근태기자 runrun@etnews. 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