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내리 팔고, KT는 줄곧 산다.’
최근 한국 증시의 기둥 종목인 삼성전자와 KT에 대한 외국인의 매매패턴이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29일 외국인들은 삼성전자를 7일 연속 순매도하며 이날 하루에만 무려 864억원어치를 팔아치워 최근 순매도 기간 전체로 2000억원 이상을 집중 매도한 반면 KT에 대해서는 같은 기간 하루도 빠짐없이 ‘사자’로 일관해 11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최근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 매도세가 집중된 이유에 대해서는 세계 반도체 경기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과 인텔 등 메이저 업체의 부정적 실적 전망 등에 기인한 것으로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공감하고 있다. 특히 HP의 실적 악화에서도 드러났듯이 PC시장의 회복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크게 더뎌지고 있는 것도 반도체 수요 시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짙게 하고 있다.
우동제 현대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시장 전망이 워낙 비관적이다보니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에 때 맞춰 정리하자는 분위기가 일차적으로 크게 작용한 것”이라며 “기술적 접근에 의한 30만원대 초반 순매수세 유입을 배제한다면 추세적 매수전환을 기대하기는 이른 듯하다”고 설명했다.
우 연구원은 “하지만 외국인들의 최근 매매흐름이 삼성전자의 펀더멘털에 의한 것이기보다 기술적 경향에 무게를 두고 있는 만큼 국내 투자자들이 부하뇌동할 필요는 없다”며 “DDR 수급상 안고 있는 장점 등 여러 긍정요인도 감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21일 외국인 지분한도 확대 이후 연일 외국인 매수세가 집중되고 있는 KT는 7거래일 동안 외국인 지분율이 무려 0.9% 가까이 높아졌다. 특히 29일에는 이사회를 통해 총 발행주식의 1%에 해당하는 312만주를 자사주로 취득해 이익소각키로 결의함으로써 앞으로 주주가치 증대에 따른 외국인투자가의 매수열기를 한층 부추기고 있다.
이날 남중수 KT 재무실장은 “KT의 현주가가 민영화 과정에서 발생된 물량부담으로 인해 내재가치에 비해 저평가돼 있다”며 “지속적인 비용절감과 효율적인 투자집행 등 경영혁신 노력으로 발생한 이익을 주주에게 환원한다는 차원에서 자기주식을 소각키로 했다”고 밝혀 이번 조치가 1차적으로 주주가치 증대를 위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KT에 대한 외국인들의 매수세 지속은 어느 정도 시장의 예측과 일치한다. 지분한도 확대이전 4개월여 동안 지분한도를 꽉 채운 채 매수의지를 보여온 외국인 투자가들의 자연스러운 행보라는 분석이다.
진영완 한화증권 연구원은 “지분확대 조치 이후 외국인들이 꾸준히 매수세를 보이고 있고 앞으로도 당분간 이 분위기는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자사주 소각건은 외국인들의 투자의지에도 더욱 힘을 싣는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양성욱 대우증권 연구원도 “통신주 중에서 소각을 목적으로 자사주 매입에 나선 경우는 이번이 처음으로 투자자 입장에서는 커다란 메리트일 수밖에 없다”며 “최근 다른 업체의 자사주 매입이 기관 및 외국인의 매도와 연결된 반면 KT는 외국인이 줄곧 사고 있는 과정에서 나온 공격적 자사주 매입이라는 차별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7거래일 동안 외국인 매매움직임을 정반대로 겪은 삼성전자와 KT는 주가에서도 같은 기간 각각 7% 하락과 0.1% 상승으로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