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간 인수합병(M&A)은 하반기 인터넷·정보보호업계의 핵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그동안 인터넷·정보보호 업계에서 M&A는 화두로 늘상 거론돼 왔다. 그러나 소문에 비해 실질적으로 M&A가 성사된 사례는 별로 없다. 필요성은 느끼지만 선뜻 기업을 매매시장에 내놓는 것을 꺼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들어 M&A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기업 스스로 필요성을 느꼈다기보다 시장 상황이 극악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계속되는 IT경기침체는 상당수 업체에 누적적자를 안기고 급기야 기업생존까지 위험하게 하고 있다. 투자받은 자금이 동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투자자금 회수시기가 도래함에 따라 업체들의 자금운영에 비상이 걸렸다.
◇현황=하반기 들어 M&A가 이뤄졌거나 진행중인 인터넷기업은 약 10개사에 달한다. 인터넷교육업계도 M&A가 활발하게 진행중이다. 하반기 들어 인터넷영어교육 업체인 윈글리쉬는 인터넷 어린이영어교육업체인 와삭영어를 인수했으며 배움닷컴은 하우와우닷컴을 인수했다. 또 온라인 수능전문업체인 에듀토피아는 모 회사인 중앙교육진흥연구소에 분리 합병됐다.
무엇보다 M&A 논의가 활발한 곳은 정보보호 분야다. 정보보호업계의 경우 업체가 난립한데다 시장규모도 축소돼 경영환경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H사의 경우 과다한 부채부담으로 지난 6, 7월에 컨설팅사업부를 매각하기 위해 E사와 N사에 매각협상을 벌였으나 모두 결렬됐다. 그러나 이 회사는 E사, N사 외에 새로운 인수업체를 물색중으로 지속적인 피인수를 추진중이다. 인젠은 지난해 말부터 사이버패트롤을 인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인수를 꾸준히 추진해 왔으나 인수후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최근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인젠은 이미 사이버패트롤의 인력을 대거 흡수한 상태. 사이버패트롤 관제센터를 싼값에 인수할 계획이었으나 인수후 경영상 부담을 고려해 뒤로 미룬 상태다.
싸이버텍홀딩스도 계열사인 이글루시큐리티의 인수유보 이후 관련사업과 시너지효과가 있는 다른 정보보호업체 인수를 꾸준히 검토중이다. 코스닥등록 업체인 S사는 경영실적 악화로 회사를 팔 계획이다. 최근 H사에 인수를 제안해 실사받은 상태이며 이밖에 타 업체들에도 러브콜을 보낸 상태다.
◇배경=이처럼 M&A 매물이 쏟아지고 있는 것은 올 연말 도래하는 회사채에 대한 부담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2000년말과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발행한 전환사채(CB)가 만기도래할 경우 당해 업체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자금동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IT주식시장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주식전환보다는 현금상환을 요구할 것으로 보여 업체들로서는 자금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현금동원력이 부족한 인터넷·정보보호업계로서는 자금을 동원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 따라서 M&A가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또 업체정리를 통해 과당경쟁을 예방하고 덩치를 키워 시장지배력을 높인다는 양자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면도 M&A시장에 활기를 불어 넣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전망=올 하반기 M&A시장에서의 매매물은 풍부할 것으로 보인다. 인수희망 업체보다 피인수 희망업체들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올연말 도래하는 회사채를 갚지 못할 경우 도산이라는 극한상황을 피할 수 없어 매물은 연말로 갈수록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가격과 시너지효과 등을 고려해 인수합병을 머뭇거리는 업체들 역시 가격메리트가 부각되고 사업시너지 효과도 거둘 수 있는 업체들이 속속 매물로 등장함에 따라 거래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보보호업체의 한 관계자는 “현재 인수를 요구해 오는 업체만도 3∼4개사에 이르고 있다”며 “이들 업체를 실사한 후 사업 관련 시너지가 있을 경우 인수를 신중히 고려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M&A의 가장 큰 걸림돌은 가격이다. 인수업체의 경우 인수효과에 비해 가격이 턱없이 비싸다고 주장하는 반면 피인수업체는 인수후 시장지배력, 향후 성장가능성을 들어 가격 낮추기를 꺼려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시장상황에 따라 수요·공급은 평균선을 맞출 것으로 보여 올 하반기는 인터넷·정보보호업계의 M&A돌풍이 예상된다.
<인터넷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