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 이야기> 시오노 나나미 저, 김석희 역, 한길사 펴냄
신한카드 홍성균 사장(sungkyun5@hanmail.net)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이야기’는 벌써 만 7년 가까이 시리즈가 발간되는 책이고 또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올랐던 책인 만큼 다시 언급하는 것은 식상한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현대인들이 대부분 어떠한 형태든지 조직 속에서 살아가는 것을 감안할 때 로마라는 거대한 조직의 성장 요인을 말해주는 이 책에 다시 한번 눈길을 주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 생각한다.
필자는 ‘로마인이야기’ 중에서도 특히 로마가 한창 성장해 나가는 초반부를 다룬 책을 좋아한다.
그 속에서 현대사회의 조직이 성장할 수 있는 요건을 잘 알 수 있고 또 고사카 마사다카가 ‘성공 속에 쇠망의 씨앗이 있다’며 로마의 역사를 설명한 것을 감안하면 그 안에는 조직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열쇠가 숨겨져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시오노 나나미가 로마가 작은 도시국가에서 시작해 지중해를 아우르는 거대한 국가로 성장할 수 있었던 요건으로 꼽은 것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로마인의 시민정신, 지도층의 노블리스 오블리제, 그리고 외국인에 대한 개방과 포용 등이다.
로마인은 신의 은총으로 로마를 얻은 것이 아니라 스스로 어려운 일과 의무를 떠맡으며 자기 완성의 노력을 통해 국가를 만들어 나갔다. 그 과정에서 자연히 자신들이 혈연과 종교로 묶여진 하나의 단일 공동체임을 인식하게 됐다.
그런 공동체 의식이 가장 잘 표출된 것이 바로 로마 평민들의 시민정신과 그것에 따른 시민군대다. 로마인들은 신의와 명예, 그리고 용기를 중요시했고 켈트족의 침입, 포에니전쟁과 같은 위기 때 그러한 정신에 자발성이 덧붙여져 시민군대라는 모습으로 구현됐다.
어느 시대에서나 군대를 조직하는 방법은 강압 혹은 자발성 두 가지 밖에 없다. 물론 자발적으로 참여한 군인이 훨씬 더 세다는 것은 부연이 필요없을 듯하다. 특히 로마군의 전투방식인 3열 전법은 당시 고도로 훈련된 군인만이 사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로마인들의 스스로 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었다면 익히기조차 불가능한 전법이었다. 이러한 로마인들의 시민정신이 강하고 거대한 로마를 만들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로마 평민들에게 시민정신이 있다면 귀족들에게는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있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문제가 되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자발적으로 모든 일에 임하는 평민들 앞에는 솔선수범하는 귀족들이 있었음을 잘 알아야 할 것 같다.
대부분 귀족이라는 말을 ‘자신이 노력하여 창조하지 않아도 되는 신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귀족의 원래 의미는 고귀한 사람으로서 항상 남들보다 뛰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을 말한다.
로마의 귀족들은 바로 이 정의에 합당한 인물들이었다. 이들은 절제와 자기 희생을 바탕으로 국가 건설이라는 의무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시오노 나나미는 “노블리스 오블리제는 무엇보다 그것을 행하는 사람 자신을 위한 것이며 그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즉 로마 귀족들은 스스로 원해서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행사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로마는 외국인을 적대적인 존재로 보지 않고 노력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자기들의 울타리 안으로 받아들였다. 외국인들은 로마의 점령지 사람들이 아니라 로마인이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모든 구성원들은 이 회사는 나의 것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또 순혈주의를 고집하는 회사는 자신들의 방법이 최고라는 자기 모순에 빠지기 쉽다. 훌륭한 외부 인력을 지속적으로 받아들여야 신선한 피가 계속해서 몸 구석구석을 돌 수 있다.
한가지 더 덧붙이자면 로마의 발전에는 길을 빼놓을 수 없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처럼 지중해를 둘러싼 전지역이 경제적·문화적으로 공동권을 형성하도록 하는 열린 공간이었던 것이다.
로마의 길은 현대 조직내 커뮤니케이션으로 치환될 수 있다. 제대로 형성된 커뮤니케이션 통로만이 전조직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물론 이 ‘로마인이야기’에 대해서 자유와 개성을 중시한 그리스인보다 조직이라는 틀 안에서 훨씬 큰 힘을 발휘한 로마인을 우위에 놓음으로써 자유·평등보다 체제순응을 우위에 놓음으로써 저자가 다분히 일본적인 역사관·조직관에 젖어 있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사실이 그렇다 하더라도 자신이 조직으로부터 영원히 자유롭지 못한 존재라면 조직과 자신의 발전을 위해 이 책을 읽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