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 광고, 소비의 문화사’ (제임스 트위첼 저, 김철호 역, 청년사 출)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다.’
짧은 이 말에서 우리는 근대와 현대산업의 당위성을 이야기한다. 필요가 발명의 어머니이므로 현재 만들어내는 상품들은 사람들의 필요를 채우기 위해 발명된, 사람들을 유익하게 돕는 물건이란 논리가 성립된다.
잘 사용하던 컴퓨터가 갑자기 느리게 느껴질 때, 휴대폰이 문득 구형으로 보일 때, 텔레비전의 화면이 어느 날 답답해 보일 때 우리는 새로운 상품의 필요를 느낀다. 그러나 다시 살펴보면 우리가 느끼게 된 상실저변에는 우리의 욕구를 부추긴 광고가 있음을 알게 된다. 컬러 모니터가 나오기 전까지 사람들은 흑백 모니터에 별다른 답답함을 느끼지 않았고, 신형 자동차 모델이 등장하기 이전에는 자신의 차가 구식이란 생각을 갖지 않았다. 이제는 사람들의 필요를 앞질러 상품이 등장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그 상품을 필요로 하도록 교육시키는 우리의 생각에 역행하는 논리가 진행되고 있다. 다시 말해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가 아니라, 발명이 필요를 산출한다는 말이다. 여기에서 광고의 역할은 어마어마하다. 우리는 상품을 알기 전에 먼저 광고를 통해 그 상품을 배운다. 앞뒤가 맞지 않는 카피지만 그 속삭임에 따라 상품의 가치를 인정하고, 그것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욕망, 광고, 소비의 문화사’는 미국 광고의 역사를 통해 어떻게 광고가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켰으며 현재 우리가 어떤 경유로 그 영향아래 있게 됐는지를 매우 흥미진진하게 설명한다. 원제에서 드러나듯이 저자는 자신이 선택한 20가지의 기념비적인 광고와 그 배경을 통해 사회와 문화를 재조명한다. 교육적 취지로 세워졌던 방송국들에 광고가 들어서게 된 경위와 지금도 심심지 않게 듣게 되는 마감임박과 같은 경구들의 원조, 산타클로스가 코카콜라에 등장하게 된 이유, 그리고 말보로 담배가 성공하게 된 배경 등 광고 이면의 내용들이 드러나 있다.
어떤 방식으로 광고가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상품을 구매하도록 충동하는지의 내용을 접하노라면 사람들의 단순한 심리상태에 놀라게 된다. 예를 들어 같은 종류의 비누면서도 고급품의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해 예술품과 비누를 접목시키는 단순한 작업이 사람들의 구매를 이끌어낸다는 것은 일견 너무 단순해 믿기지 않을 정도다. 저자의 말과 같이 광고는 욕망을 재구성하고 강력한 광고의 세계로 이끈다. 이제 사람들은 맥주가 아니라 맥주광고를 마시고 담배가 아니라 CM송을 피운다.
미국의 문화에 대해 기술한 이 책이 우리나라의 상황에 그대로 적용되는 것을 볼 때 우리사회도 미국의 상업주의를 답습하고 있다는 역자의 지적에 공감하게 된다. 저자의 말과 같이 광고가 우리를 타락시킨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우리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광고의 세계 안에서 우리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연세대 강문기 교수 mkang@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