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없는 기업이다보니 세계 최초로 개발된 기술이어도 별로 주목하지 않더군요. 시장은 역시 기술보다는 마케팅이 우선인 것 같습니다.”
싸이먼트씨엠의 정종근 사장(39)은 기술의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는 시장이 조금은 야속한 듯 불만조로 토로했지만 짧은 업력에 비해 놀라우리만치 빠른 시장진입속도를 감안하면 욕심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다.
정 사장은 지난 2000년 8월 싸이먼트씨엠을 설립해 IT컨설팅에 나섰다가 지난 해 6월 VIP모바일을 인수해 모바일 솔루션으로 업종을 변경했다. 모바일 시장에 발을 담그게 된 것은 겨우 1년여에 불과한 셈. 그러나 불꽃튀는 접전이 벌어지는 모바일 솔루션 분야에서 이름없는 신생기업으로서 LG텔레콤과 KTF에 잇따라 제품을 공급한 것을 보면 기술력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매우 높았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인스턴트 메신저를 제품간, 유무선간 연동이 모두 가능하도록 한 것은 처음이거든요. 아직까지 사용자층이 넓지 않아 인지도가 낮지만 앞으로는 파급력이 엄청날 겁니다.”
싸이먼트씨엠은 모바일 솔루션 분야에서도 이통사의 관심이 가장 지대한 인스턴트 메신저 기술로 주가를 높이고 있다. 싸이먼트씨엠이 개발한 메신저는 일반 메신저와 달리 MSN·야후·ICQ 등 시중에서 널리 사용되는 인스턴트메신저들과 자유로이 연동이 가능하고 PC와 휴대폰간에도 통신이 가능한 유무선 통합메신저다.
JVM(Java Virtual Machine) 등을 이용하는 휴대폰에서 메신저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한 뒤 유선 메신저 사용자의 접속상태를 확인해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다. PC·휴대폰·PDA·VMT 등 기기의 한계가 없으며 가장 큰 장점은 비용이 저렴하다는 것. 인스턴트메신저는 SMS와 달리 요금을 건단위가 아닌 패킷단위로 부과하기 때문에 SMS 이용시 1건당 평균전송문자를 감안해 비교하면 최대 30분의 1까지 저렴하다. 메시지를 주고받는 동안 접속료를 따로 내지도 않는다.
“통합 모바일 메신저는 시간, 장소, 기기, 요금 등 커뮤니케이션의 모든 제한을 없애주는 최고의 도구입니다. 수년내 SMS를 대체하게 될 겁니다.” 9월 초부터 LG전자의 CX400K, 삼성전자의 SPH-X4200, 모토로라의 v711 등 14종의 휴대폰에서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곧 출시될 업그레이드 버전에는 친구찾기, 친구추가·삭제, 친구 그룹관리, SMS, 위치정보(LBS) 기능을 추가할 예정이다.
그러나 정 사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새로운 개념의 또다른 서비스 준비에 한창이다. ‘페이징 채널(Paging Channel)’을 이용한 ‘DOD(Data On Demand)’ 서비스가 그 것. 페이징채널이란 CDMA 채널 중 하나로 트래픽이 할당되지 않은 이동기지국에 간단한 제어정보를 전송하는 데 사용돼왔는데 이를 통해 증권이나 날씨 및 위치정보확인 등의 데이터 전송에 활용한다는 아이디어다. 무엇보다 트래픽 채널을 이용하지 않기 때문에 접속료를 내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다.
정 사장은 DOD 기술의 활용가능성이 넓다는 점을 감안해 특허를 출원했으며 현재 서비스 적용과 전용 휴대폰 개발을 위해 SK텔레콤과도 협의중이다.
“싸이먼트씨엠을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회사로 봐주십시오. 이 분야에서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원천기술을 확보해 세계시장으로 진출하고 싶습니다.”
정 사장은 외대 무역학과 83학번으로 노동운동에도 투신했던 재야운동가이자 내일신문 기자 출신이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