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도서관은 공교육 내실화의 첫걸음이다. 학교도서관의 발전은 곧 학교교육의 질적 향상으로 이어지고 이는 우수한 인재 양성을 가능케 한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원장 김영찬)이 발행하는 계간지 ‘에듀넷(가을호)’에 실린 ‘좋은 도서관이 좋은 학교를 만든다’를 소개한다.
지금 선진국들은 공교육 내실화와 창조적 두뇌양성의 산실로 학교도서관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부시 대통령이 취임 3일 만에 관련 법을 통과시켜 학교도서관을 통한 문맹률 개선에 나섰고 로라 부시 여사는 학교도서관 살리기 재단을 설립하는 등 도서관 활성화를 위해 대통령 부부가 함께 뛰고 있다.
싱가포르는 ‘생각하는 학교, 공부하는 국가’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학교도서관 확충 사업에 매진하고 있다. 이웃 일본은 ‘학교도서관진흥법’ 개정을 통해 학교도서관을 중심으로 한 21세기형 인텔리전트 학교 설립과 주 5일제 수업에 대비한 도서관 정비 등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학교도서관을 도서 창고에서 정보연결자로, 학생들과 도서만을 위한 학생도서관에서 만인을 위한 학습자원정보센터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정책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학교도서관 재편에 착수했다.
그렇다면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결론부터 내리면 학교도서관은 있으면 좋고 없으면 그만이라고 인식돼 있어 시대 변화에 둔감한 ‘나홀로’ 도서 창고로 전락하고 있다. 우리 도서관 현실의 문제점을 짚어보자.
첫째, 만인의 것은 어느 누구의 것도 아닌 임자가 없는 것이라 할 수 있다. ‘2부제 수업’ ‘일제식 수업’ ‘교과서 지상주의’란 열악한 교육환경 속에서 학교도서관은 ‘있으면 좋고 없으면 그만’인 학교 부속품 정도로 인식되는 게 무리는 아닐 것이다.
교과서 이외의 교수 학습자료의 활용이 저조하고 ‘도서관=독서교육’이라는 인식 등으로 인해 정보·교육·문화·쉼터로서의 ‘다세포적’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둘째, 시대 변화에 둔감한 ‘나홀로’ 도서 창고다. 사회변화와 함께 도서관학은 문헌정보학으로, 대학도서관은 학술정보원으로, 공공도서관은 문화·정보·학습관으로, 학교도서관은 도서자원센터·지역사회교육센터 등으로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학교도서관은 정체성의 도전과 기회에 직면하고 있다.
교육 패러다임이 현상유지형에서 개혁형과 탈학교형으로 변화하는 데 비해 우리의 학교도서관은 ‘뒷방마님’으로 물러나 시대변화에 둔감하다. 우리의 학교도서관은 정보화를 이용한 도서관 혁신, 유사자원을 묶어주는 집적 효과, 공공도서관 및 다양한 교육시설과의 연계 효과 등을 내지 못하고 있다.
셋째, 절대적 빈곤 및 영양결핍 상태의 학교도서관이다. 우리 곁에는 도서관 없는 학교가 약 5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학교도서관의 평균 면적은 교실 두 칸에도 못미치고 있으며 학생 일인당 소장책 수는 5.5권에 불과하다. 전담 사서 인력은 통계집계가 무의미할 정도다.
‘좋은 학교도서관이 좋은 학교를 만든다’는 것은 지극히 평범한 사실이자 교훈이다. 거창한 이야기보다는 상식과 기본에 충실할 때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최근 추진되고 있는 교육인적자원부의 학교도서관 활성화에 기대를 건다. 역사에 성공한 도서관 ‘햇볕’ 정책으로 기록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이희수 한국교육개발원 평생교육센터 운영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