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정보기술(IT)·전자 분야 세트업체들의 국산부품 사용비율이 최근 수년간 감소해 올 상반기에는 50% 수준에 불과하는 등 정부와 업계의 부품국산화 노력이 실제 생산시장에서는 잘 반영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전자산업진흥회가 최근 발표한 ‘주요 세트업체의 2002년도 상반기 전자부품 구매 실적’을 분석한 결과 국산 부품 사용실적은 전체 사용실적 11조1334억원의 50.2%에 불과한 5조5894억원인 것으로 집계돼 절반 가까이를 외국 수입부품에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품목별로는 캠코더(국산 부품 사용비율 9.0%), 프린터(28.7%), 휴대폰(38.2%) 등의 외산 부품 사용이 전체 외국산 사용비율을 끌어올린 반면 냉장고(81.2%), 세탁기(78.5%), 에어컨(65.2%) 등은 외산 부품 사용률이 비교적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냉장고 등 가전제품의 국산 부품 사용비율도 세트업계의 연초 조달 계획보다 10∼20% 정도 낮아 제품 전반에 걸쳐 세트업계의 부품국산화율이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자산업진흥회가 최근 수년간 집계해 발표한 주요 세트업체의 부품 구매현황을 조사한 결과 국산 부품의 평균사용률도 지난 97년 70%, 98년 65%, 99년 60% 수준을 기록한 이후 2000년과 2001년에는 계속 60%대를 밑도는 등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처럼 주요 세트업계의 부품국산화율이 낮아지고 있는 것은 첨단 IT제품에 사용하는 핵심부품 수입이 크게 늘어난 데다 부가가치가 낮은 단순부품의 경우 값산 중국산 채택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중국산 부품의 경우 최근 각종 분석자료에서 단순 저가부품뿐만 아니라 일부 고부가가치부품까지 국산과 비교해 경쟁력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주요 세트업체의 부품국산화율은 올해를 기점으로 50%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주요 세트업계 부품국산화율 분석에 활용된 자료는 전자산업진흥회가 세트업계와 부품업체간 수급안정화와 주요 핵심부품의 국산화를 위해 삼성전자·LG전자 등 주요 세트업체를 대상으로 집계해 발표하는 것으로 중소기업·대기업 등을 포함하는 전체 부품국산화율(산자부 약 50% 추정)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한편 산업자원부는 올해 부품·소재 분야 육성에 1650억원을 투입할 계획으로 이를 통해 부품·소재 국산화율 제고의 걸림돌이 되는 핵심부품의 지속적인 개발과 국산 부품의 신뢰성 향상을 유도할 방침이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