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은 기업용 솔루션의 근간이다. DB에 축적해놓은 데이터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관리하느냐가 전사적자원관리(ERP)·고객관계관리(CRM)·공급망관리(SCM)와 같은 애플리케이션 솔루션 분야의 성패를 가름하기 때문이다. 웹애플리케이션서버(WAS)·기업포털(EP)·기업애플리케이션통합(EAI) 등 차세대 IT서비스를 구현할 솔루션들의 밑바탕에도 DBMS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DBMS 분야의 패권을 잡는 업체가 솔루션 시장의 강자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국내 DBMS 시장에서는 오라클이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약 6000개에 달하는 한국 기업이 오라클 DB를 사용 중이며 연간 2000억원으로 추산되는 국내 DBMS 신규 수요의 50% 가량을 한국오라클이 점유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같은 판도에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IBM·MS·사이베이스의 도전=한국IBM(대표 신재철)은 데이터 관리에 대한 전략을 크게 DBMS·비즈니스인텔리전스·콘텐츠매니지먼트로 나뉜다. 토털 IT솔루션기업으로서 세 분야의 유기적인 통합을 구현해 시장공세로 연결해가는 것이다. 이 회사는 전통적으로 메인프레임급 DBMS 분야의 강자였으나 유닉스 기반 DBMS가 기업용 솔루션시장의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오라클에 밀려나는 아픔을 겪었다.
IBM은 지난해 DBMS 전문기업던 인포믹스를 인수함으로써 자사 DBMS인 DB2와 함께 오라클의 ‘난공불락 DBMS’을 위협하는 세력으로 떠올랐다.
한국IBM은 DB2와 인포믹스 제품이 5년 사용기준의 총소유비용(TCO)이 경쟁사보다 30∼60% 저렴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 SAP·i2테크놀로지 같은 굴지의 ERP·SCM 기업들이 DB2와 인포믹스를 기반으로 개발되고 있음을 부각시킨다. 이는 IBM이 제공하는 DBMS가 회사에 산재하는 정보(데이터)들을 통합하는 데 유용하며 DB 인프라를 유지하는 데 최소의 비용이 들어가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한국IBM은 9월 중 선보일 신제품 ‘DB2 V8’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 제품은 SMART(Self-Managing And Resource Tuning) 자동화, 업그레이드된 비즈니스인텔리전스, 전사적인 정보통합 기능을 제공하며 오토노믹 컴퓨팅 기능을 갖추고 있어 DB 관리를 단순화하고 자동화해준다.
인포믹스 다이내믹 서버도 DB 소프트웨어로서 객체처리 기능과 셀프튜닝 기능을 갖추고 DBMS 시장을 공략하는 대표제품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 제품은 다양한 개발언어를 지원하며 리눅스·유닉스 등의 운용시스템(OS) 장비에서 사용할 수 있다.
(주)마이크로소프트(대표 고현진)는 오라클의 주력시장인 유닉스 기반 DBMS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 회사는 올초 오라클의 난공불락 전략의 결집체인 ‘오라클9i’가 관계형 DBMS 시장에서 파괴력이 미약한 것으로 판단돼 자사의 DBMS인 ‘SQL 서버’를 SQL 서버 2000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민첩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국내 기업들이 4년마다 정보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온 전례에 비춰 연말부터 SQL 2000 서버 영업을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 LG애드의 매체전략종합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기존 오라클 DBMS로 디자인한 산출물들을 그대로 윈도2000 어드밴스드 서버, SQL 서버 2000, 비주얼스튜디오닷넷(.NET)에 적용하는 등 오라클 DBMS에 대한 직격탄을 날렸다. 또 삼성생명·SK생명·한국전력공사·한국토지공사·한국수자원공사·우리은행·제일은행·서울은행·제일제당 등에 SQL 서버 및 SQL 기반 데이터웨어하우징(DW) 구축작업을 수주함으로써 오라클과 IBM을 추격하기 시작했다.
오라클·IBM·인포믹스 등과 함께 굴지의 DBMS기업으로 군림했으나 시장점유율 면에서 약세를 면치 못하던 한국사이베이스(대표 이상일)도 모바일 DBMS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는 힘을 발휘하며 시장 공세를 위한 고삐를 바짝 틀어쥐고 있다.
이 회사는 일반업무용 DBMS인 ASE(Adaptive Server Enterprise), 데이터웨어하우징 전용 DBMS인 ASIQ(Adaptive Server IQ), PC 등에 탑재할 수 있는 소형 DBMS인 ASA(Adaptive Server Anywhere), PDA 등에 탑재하는 극소형 DBMS인 울트라라이트 등으로 제품을 다양화하고 틈새시장에서의 점유율 확산을 시도 중이다. 사이베이스는 개방형 표준을 기반으로 제품을 설계함으로써 서로 다른 컴퓨팅 환경을 신속하게 통합할 수 있는 DBMS사업 전략을 구사, 웹서비스 및 모바일 컴퓨팅 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한국사이베이스는 올해 DW전용 DBMS(ASIQ), 모바일 DBMS(울트라라이트)를 내세워 금융·공공·통신·보험·화재·운송 등을 중심으로 영업을 강화해 시장점유율을 회복해나갈 계획이다.
◇오라클의 응전=한국오라클(대표 윤문석)은 DBMS 전략제품인 ‘오라클 9i’에 ‘난공불락’이라는 이미지를 심고 있다. 고가용성(중단없는 시스템 가동)으로 가장 안전한 인터넷 플랫폼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특히 ERP·CRM·SCM을 포괄하는 e비즈니스 스위트를 함께 공급함으로써 DBMS에서 기업용 애플리케이션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인 솔루션 공급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를 통해 DBMS 수위를 고수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한국오라클은 사용자 실수나 예기치 않은 장애 발생으로 인한 시스템 정지현상을 줄여 데이터 유실률 0%에 근접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최근 한국오라클은 9i 제품군에 웹애플리케이션서버(WAS)인 ‘오라클 9iAS’를 포함시킴으로써 기업들은 9i와 9iAS를 통해 모든 정보를 관리하고 어떤 종류의 애플리케이션을 가동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
한국오라클은 앞으로 9i를 통해 기업이 우수한 성능과 비용절감 혜택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마케팅·영업정책을 펼칠 계획이다. 또한 신뢰성이 높은 한국의 IT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음으로써 DBMS시장 수성을 위한 의지를 다지고 있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SAP코리아
SAP코리아(대표직무대행 이재삼)는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분야의 강자로서 전사적자원관리(ERP)·고객관계관리(CRM)·공급망관리(SCM)·기업포털(EP) 등 기업이 필요로 하는 e비즈니스 솔루션을 고루 갖추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95년 한국오라클을 밀어내고 삼성전자의 ERP 프로젝트를 수주하면서 국내 시장에 얼굴을 내밀었다. 이후 강력한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시장지배력을 앞세워 ERP·CRM·SCM 등의 보급 확산에 나선 한국오라클과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분야에서 2강 구도를 형성했다.
SAP코리아의 토털 e비즈니스 솔루션 공급전략은 기업의 ERP·CRM·SCM을 연동할 때 매개 솔루션이 필요하지 않다는 강점으로 연결된다. 또한 기업 내 애플리케이션의 수평적 통합을 구현하기 때문에 웹을 통해 파트너사·고객사와의 협업을 가능케 한다.
이 같은 강점은 ‘마이SAP닷컴’이라는 오픈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거의 모든 종류의 하드웨어·데이터베이스·운용체계(OS)에서 솔루션을 구동시킨다.
마이SAP닷컴은 세계 1만7500개 기업을 통해 현장 검증을 마쳤다. 국내에서도 삼성전자·삼성SDI·LG화학·제일제당·SK텔레콤·풍산·한국조폐공사·한국외환은행·하나은행·롯데백화점 등 220여개의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다.
SAP솔루션의 파괴력은 SCM 분야에서도 입증됐다. 이 회사는 지난 98년 뒤늦게 공급망 최적화·계획·이행 솔루션 개발에 착수했음에도 불구하고 SCM 선두권 기업인 i2테크놀로지·피플소프트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실제 SCM사업 진출 4년여 만에 모토로라·컴팩·IBM·브리티시에어·보쉬·네슬레·록히드마틴·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HP·BMW 등 유명기업 460여개를 고객사로 확보했다. 국내에서도 삼보컴퓨터·태평양·제일제당·한라공조·SK텔레콤·현대건설·한솔CSN 등이 SAP의 SCM 고객사다.
SAP코리아는 CRM 분야에서도 SCM·ERP와의 원활한 통합기능을 앞세워 빠른 속도로 고객사를 늘려가고 있다. 특히 경쟁사의 ERP를 사용 중인 고객사에도 마이SAP닷컴 기반의 통합을 실현해주는 등 공격적인 CRM 영업을 통해 한국유리·삼성전자·제일제당·LG실트론·엡손코리아 등에 CRM 솔루션을 공급했다.
이 회사는 최근 포드가 오라클의 고객임에도 불구하고 차세대 부품물류 솔루션 개발 파트너로 SAP를 선정한 데 이어 세계적인 완구회사인 레고도 오라클 솔루션을 SAP제품으로 대체했다고 강조, 토털솔루션기업으로 거듭나려는 오라클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한국NCR테라데이타
한국NCR테라데이타(대표 경동근 http://www.ncr.com)는 데이터웨어하우징(DW)을 기반으로 하는 고객관계관리(CRM) 분석 분야의 선두주자다. 이 회사는 DB컴퓨팅으로부터 애플리케이션(CRM)을 포괄하는 IT기업이다.
특히 KT·국민은행 등에 수십테라바이트(TB)급 DW를 구축하면서 고객데이터의 대형화를 이끌고 있다. 이를 통해 고객이 언제 어떤 상품을 구매했는지 다각도로 분석한 후 고객의 입맛에 걸맞은 마케팅으로 연결해낸다. 궁극적으로 한국NCR테라데이타의 주력제품은 ‘생각(DW)하는 CRM시스템’로 요약된다.
이 회사는 최근 분석 CRM시장에서의 경험을 살린 고객관계최적화(CRO:Customer Relationship Optimization) 전략을 통해 CRM시스템의 투자대비효과(ROI)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CRO는 진보된 형태의 CRM으로서 적시성(right time)과 적합한 채널(right channel)을 강조한 개념이다. 예를 들어 고객이 주택을 구입하려는 의사가 있을 때만 주택자금 대출에 관한 마케팅을 전개하고, 고령층에는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발송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이를 실현하려면 분석 및 운용 CRM은 물론 여러 채널에서 다양하게 발생하는 고객행위변화(이벤트)까지 파악할 수 있도록 ‘액티브 데이터웨어하우스’와 ‘캠페인 관리 솔루션’을 갖춰야 한다는 게 NCR테라데이타 측의 설명이다. 이 회사는 가장 진보된 CRM으로 CRO가 부상하고 있으며 기업의 ROI를 극대화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또한 한국NCR테라데이타는 CRM에 연동하고 논리 데이터 모델을 함께 적용할 수 있는 ‘테라데이타웨어하우스 6.2’를 내세워 CRO의 대중화를 도모하고 있다. 이 제품은 ‘월드마크 서버 4900’ 및 5300 시리즈, ‘테라데이타 관계형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RDBMS) V2R4.1’ ‘테라데이타웨어하우스 빌더’ ‘테라데이타웨어하우스 마이너’ 등으로 구성된다. 이 중에서 월드마크 서버 4900 및 5300 시리즈는 인텔 펜티엄Ⅲ 1.4㎓ 기반으로 유닉스와 마이크로소프트 윈도2000을 지원하며 하나의 시스템(캐비닛)에 4노드를 장착하는 방식으로 최대 512노드(1024CPU)까지 확장할 수 있다.
이밖에도 한국NCR테라데이타는 물리적으로 분산된 다수의 데이터마트(DM)를 하나의 전사적DW(EDW)로 묶어내는 프로그램을 한국에 적용하고 있다. 이 회사는 데이터마트통합(DMC:Data Mart Consolidation) 프로그램을 통해 단순한 데이터 창고에 지나지 않던 기업들의 DB를 고도화하는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