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용 솔루션 시장을 둘러싼 주요 정보기술(IT)기업들의 전방위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들의 경쟁은 전선이 따로 없으며 때로는 적군과 아군의 구분이 모호할 정도다. 실제 차세대 IT패러다임으로 부상한 웹서비스시장에서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자바(J2EE)와 닷넷(.NET) 진영으로 뚜렷한 동맹관계를 형성하는가 하면, 특정 솔루션 분야에서는 치열한 경쟁관계로 돌아선다.
특히 한국HP·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한국후지쯔 등 하드웨어업체들이 솔루션사업을 강화하면서 주요 IT기업간 경쟁수위는 한층 높아지고 있다.
한국IBM은 ‘솔루션 통합’을 부르짖으며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웹애플리케이션서버(WAS)·지식관리·그룹웨어·시스템관리 등의 소프트웨어를 들고 마이크로소프트·오라클·BEA시스템즈 등과 전면전을 벌이고 있으며, (주)마이크로소프트는 취약분야였던 DBMS 분야에서 한국오라클과 한국IBM을 맹추격하기 시작했다.
한국오라클은 한국IBM과 마이크로소프트의 DBMS 공세를 방어하는 동시에 전사자원관리(ERP)·고객관계관리(CRM)·공급망관리(SCM) 분야에서 SAP코리아와 뜨거운 격전을 벌이고 있다.
한국IBM·마이크로소프트·한국오라클은 선진 수준으로 올라선 우리나라의 이동통신환경을 바탕으로 하는 모바일 정보시스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DBMS와 유관 애플리케이션 분야에서 삼각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그 과정에서 마이크로소프트와 한국오라클은 삼성전자를 각각의 모바일사업 파트너로 확보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한국HP는 컴팩과 합병함에 따라 네트워크관리솔루션(NMS), 시스템관리(SMS), 재해복구솔루션, 서비스수준관리(SLM), 통신망관리 등의 소프트웨어 제품군을 확보하고 관련시장에서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또한 이 회사는 자바·닷넷 환경에서 구동하는 웹서비스 관리 솔루션(모델명 오픈뷰 트랜잭션 애널라이저)의 출시를 앞두고 있어 한국IBM을 비롯한 기존 SMS 공급업체들과의 대결을 예상하
게 한다.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도 최근 소프트웨어 자회사인 아이플레넷을 사업부 체계로 전환하고 브랜드를 ‘썬원’으로 일원화함으로써 솔루션사업에 대한 전의를 다지고 있다. 이 회사는 자바 및 확장성표기언어(XML) 기반의 단일 소프트웨어 플랫폼상에서 애플리케이션이나 서비스를 개발, 다양한 시스템에 적용할 수 있도록 추진중이다. 이는 곧 한국IBM·마이크로소프트 등과 웹서비스 주도권 경쟁을 본격화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한국후지쯔는 솔루션·서비스·컨설팅 등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일체화하는 솔루션 전략을 내세워 시장을 뒤흔들 세력으로 부상중이다. 이 회사는 최근 ERP·CRM·SCM·프로젝트관계관리(PLM)·인터넷모바일 등 5개 사업부를 신설하고 SAP코리아·한국오라클이 주도해온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분야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또한 한국후지쯔는 NMS사업을 새로 시작해 한국HP와 경쟁구도를 형성한 데 이어 WAS·기업애플리케이션통합(EAI)사업을 강화함으로써 한국IBM·BEA시스템즈·팁코소프트웨어 등 미들웨어 공급업체들과도 맞서고 있다.
이같은 하드웨어·소프트웨어산업의 경계선을 무너뜨리는 전방위 경쟁은 한국의 시스템통합(SI) 및 IT솔루션 기업들로도 확산되고 있다. 주요 IT기업들이 시장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폭넓은 제휴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오라클은 삼성전자·로커스 등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모바일 및 CRM 분야의 시장지배력 확대를 도모하고 있으며 한국IBM·마이크로소프트도 한국에서 더욱 많은 후원군을 포섭하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한국후지쯔와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도 대형 SI업체와의 제휴를 추진하는가 하면 솔루션 구축 파트너(채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이들 주요 IT기업들은 기술력이 있는 한국 제휴사들의 솔루션을 자사의 글로벌 판매망을 통해 해외에 수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다양한 ‘당근’을 제시하며 파트너를 확보하고 있다. 특히 한국후지쯔는 제오스페이스(대표 이병두)의 그룹웨어, 날리지큐브(대표 김학훈)의 지식관리시스템(KMS)를 자사의 한국시장용 포트폴리오에 포함시키는 한편 중장기적으로 두 회사의 해외진출을 지원할 계획이다.
주요 IT기업들이 국내 솔루션시장에서 벌이고 있는 전방위 경쟁이 국내 소프트웨어산업 구도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주목된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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