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게임문화 현장을 가다>(5)호주·뉴질랜드

호주는 광활한 국토에 풍요로운 자연환경과 좋은 기후 등 천혜의 환경을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부차원에서도 야외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스포츠와 레저활동을 즐길 수 있는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레저활동의 천국이다. 그러다보니 호주인들은 여가를 야외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호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호주인들의 가계지출에서 레저 및 문화활동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11.7%에 달할 정도로 높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호주 전역에 인터넷카페(PC방)가 속속 등장하면서 게임에 투자하는 시간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아직은 가정에서 비디오게임을 즐기는 이들이 많기는 하지만 인터넷카페에서 PC게임을 즐기는 이들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이같은 호주인들의 게임문화는 시드니 조지스트리트에 위치한 한 금융회사에 다니는 로저 키팅과 아리스터 락하드의 경우에서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이들은 여가시간의 대부분을 게임과 함께 보내는 게임마니아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이 즐기는 게임과 장소는 사뭇 다르다.

 퇴근과 동시에 걸어서 3분 거리에 있는 인터넷카페로 달려간다는 키팅씨는 인터넷카페에서 알게 된 친구들과 대전슈팅 PC게임인 ‘카운터스트라이크’를 즐긴다. “신세대 직장인들 가운데 상당수가 퇴근 후 인터넷카페에서 게임을 하며 스트레스를 풀고 있다”는 기팅씨는 “게임은 이미 호주인들의 여가문화로 자리를 잡았다”고 설명한다.

 반면 락하드는 가정에서 가족들과 함께 게임을 즐기는 케이스다. 저녁을 먹고 난 후 거실에서 플레이스테이션(PS)2를 이용해 피파·럭비·크리켓 등 스포츠게임을 즐기는 락하드씨는 하루 평균 1∼2시간을 게임에 투자한다. 그는 “TV에서 운동경기를 중계하는 날에는 많이 못하지만 그렇지 않은 날에는 3∼4시간 동안 게임을 즐기기도 한다”며 “시간이 부족해 운동을 직접하지 못하는 불만을 게임으로 해소한다”고 말했다.

 호주에는 이들처럼 PC게임이나 비디오콘솔게임을 생활화한 게임 마니아들이 이미 상당수 차지한다. 이미 수년전부터 게임이 여가문화로 정착한 것이다. 과거와 비교해 차이점이 있다면 과거에는 게임을 가정에서 즐겼으나 최근 들어서는 네트워크 대전용 PC게임이 등장하면서 인터넷카페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호주에는 줄잡아 800여개의 인터넷카페가 성업중이다.

 호주 시드니의 인터넷카페인 아이스타존의 매니저인 브라이언은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주변에 인터넷카페가 하나도 없었으나 현재는 걸어서 5분 이내 거리에 무려 12개의 인터넷카페가 신설됐다”며 “인터텟카페는 대부분 주택가보다는 다운타운에 위치해 있으며 주말에는 24시간, 평일에는 새벽 2시까지 영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한다.

 인터넷카페를 찾는 게이머의 약 70∼80%는 카운터스트라이크류의 슈팅게임을 즐기고 있으며 나머지는 워크래프트3, 스타크래프트, 에이지오브엠파이어, 디아블로2 등을 한다. 인터넷카페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지만 아직 인터넷카페와 관련된 별도의 규정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다.

 비디오콘솔게임의 인기도 만만치 않다. 소니의 비디오콘솔게임기인 PS2를 비롯해서 마이크로소프트의 X박스, 닌텐도의 게임큐브 등의 하드웨어가 출시돼 있다. 특히 X박스와 게임큐브가 등장한 이후 비디오콘솔게임을 즐기는 유저층이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EA스포츠오스트레일리아의 매니저인 자미에 멕킨리는 “올해 PC게임시장과 비디오콘솔게임시장의 규모는 비슷하지만 내년에는 콘솔게임시장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 “네트워크 대전이 가능한 콘솔게임타이틀이 등장할 경우 PC게임 이용자의 상당수가 콘솔게임으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뉴질랜드도 호주와 거의 유사한 상황을 보이고 있다. 뉴질랜드에는 자체 개발사가 거의 없는데다가 인구가 390여만명에 불과해 별도의 시장이라기보다는 호주시장의 일부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뉴질랜드에는 일단 호주에서 검증된 게임들이 들어온다는 점이 나름대로 강점이 되기도 하지만 호주에 비해 신작게임을 접할 수 있는 시기가 늦어진다는 단점도 있다.

 ◇시장 및 업체 동향=호주 게임시장 규모와 관련해서는 아직 이를 집계하거나 조사분석한 자료가 나오지 않고 있어 정확한 규모를 알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하지만 IDC자료를 근거로 KOTRA 시드니무역관이 추정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0년에 2억1900만달러로 세계 게임시장의 0.5%를 차지하는데 그칠 정도로 아직은 미미한 상황이다.

 현재 호주에 유통되고 있는 게임은 PC게임과 콘솔게임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초고속통신망 보급이 아직은 부족한 상황이라 온라인게임 시장은 거의 형성돼 있지 않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시장은 미국이나 유럽과 마찬가지로 일부 대규모 소매업자들이 주도, K마트·일렉트로닉부티크·빅W·타겟·하베이노만 등 5대 대형 유통체인이 콘솔 및 PC게임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유통되고 있는 대부분의 게임은 미국·일본·유럽 등지의 세계적인 개발사들로부터 수입한 외산게임이다.

 현지 개발업체는 마이크로포르테·토러스게임·블루텅소프트웨어·탄탈루스인터랙티브 등 50여개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AE(Acclaim Entertainment)와 액티비전·EA·인포그램·닌텐도·오즈소프트·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THQ·Ubi소프트 등 외국계 퍼블리셔 및 개발사들이 진출해 각축을 벌이고 있다.

 뉴질랜드에는 현재 100여개의 인터넷카페가 있으며 아케이드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게임장의 수도 대략 100개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게임장의 수는 90년대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지만 인터넷카페는 호주와 마찬가지로 2000년 이후 크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또 최근 들어서는 대학 재학생 또는 졸업생들이 모여 차린 게임개발 벤처가 하나둘씩 등장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와관련, 뉴질랜드 상공회의소의 레오 저모니 행정관은 “올해 들어 인터넷카페의 수가 많이 늘어난 데 이어 내년에도 20% 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외적으로 알려져 있는 게임개발사나 관련단체는 거의 없지만 일본·한국·중국 등지에서 이민오는 사람들이 늘고 있고 이들 가운데 IT신기술 인력이 많아 조만간 뉴질랜드 게임시장도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호주 정부의 게임산업 지원정책=호주는 멜버른이 속해 있는 빅토리아주 정부가 게임산업의 육성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빅토리아 주정부는 빅토리아주를 세계적인 멀티미디어 중심지역으로 육성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이의 영향으로 멜버른을 중심으로 한 빅토리아주에는 호주 게임 개발사와 배급사 대부분이 위치하고 있다.

 빅토리아 주정부는 특히 게임산업 지원의 일환으로 지난 2000년 11월에 호주게임개발사회의를 통해 게임관련 인프라 구축 및 게임기술개발과 개발업체 성장지원 등을 담은 ‘게임플랜(Game Plan)’이라는 지원계획을 발표한 바 있으며 E3와 ECTS 등 해외 유명 게임관련전시박람회에 공동관을 구성해 참가하고 있다. 또 게임개발을 위한 하드웨어 구입비용 지원 및 게임 인큐베이터 개발 지원 방안 등도 마련해 놓고 있다.

<호주 시드니=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불법복제 문제로 몸살>

 호주의 경우도 불법복제 문제로 몸살을 앓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2000년도까지만 해도 불법복제 게임타이틀이 범람, 호주 세관이 압수한 불법복제 소프트웨어타이틀의 수만도 2만3000개에 이르는 등 호주내 PC소프트웨어의 대략 3분의 1 이상이 불법복제 제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호주 정부는 지난 2000년에 게임 등의 지적재산권 보호를 골자로 한 ‘지적재산권 수정안(디지털관련 항목) 조례 2000’을 만들어 2001년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또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 오스트레일리아를 비롯해 인포그램스·EA 등 게임업체들을 자체적으로 불법복제 사례를 조사해 고발하거나 불법복제를 방지하기 위한 캠페인에 기금을 기부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업계의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불법복제 게임타이틀은 여전히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부분의 복제품은 중국, 대만, 인도 등지에서 들어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가격은 실제 판매가의 10분의 1 수준인 10호주달러에 불과하다.

 뉴질랜드의 경우는 호주에 비해서는 불법복제 게임타이틀의 유통이 적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 2000년도에 비즈니스소프트웨어알리언스(BSA)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0년도 뉴질랜드의 소프트웨어 불법복제율은 28%로 미국, 영국 등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으나 게임소프트웨어의 경우는 훨씬 낮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뉴질랜드에서 게임타이틀은 다른 소프트웨어 제품과 마찬가지로 ‘1994년 저작권 조례(Copyright Act of 1994)’에 의해 단속하고 있으며 불법복제품은 몰수되는 동시에 제품을 유통시킨 사람들에게는 벌금 및 구류 등의 형을 부과하고 있다.

 

<게임판매 절차> 

 호주에서 게임을 판매, 대여 또는 전시할 경우에는 ‘영상물&문학등급청’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게임 등급의 경우 영화 또는 음반에 비해 다소 종류가 적어서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일반등급(G)’, 15세 이상이 이용할 수 있는 ‘M 15+’, 18세 이상만을 위한 ‘제한이용(R)’ 그리고 판매금지 등으로 나눠져 있다.

 이러한 분류기준은 호주에서 제작된 게임뿐 아니라 해외에서 수입된 게임도 함께 적용되며 관련 정보는 게임 포장지와 광고지에 부착돼야 하며 부착되지 않을 경우에는 벌금이 부과된다.

 뉴질랜드에서 영상물의 심의는 등급심사기구인 ‘필름&문학등급청’에서 자체적으로 하고 있으나 대개 호주와 영국의 심의결과를 그래도 따르고 있다. 따라서 뉴질랜드에 들어오는 거의 모든 게임물이 이미 호주 또는 영국에서 등급분류심사를 마쳤기 때문에 뉴질랜드에서 독자적으로 등급을 매기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한편 PC게임 및 비디오콘솔게임은 ‘필름, 비디오&출판물 등급 조례 1993’에 의해 등급심사가 제외된다. 따라서 등급표를 부착할 강제적 의무는 없으나 내용이 폭력성, 선정성 등으로 인해 청소년에 매우 부적합하다는 의견이 제시될 경우에는 등급표를 사후적으로 부착토록 지시할 수 있게 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