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솔루션기업들의 대반격이 시작됐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경기불황이 IT업계에도 예외없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솔루션업체들 역시 전반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이 IT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기피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국산업체들은 재도약을 위한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다.
경기침체 분위기 속에서 기업의 총소유비용(TCO) 절감은 가장 큰 화두로 떠올랐으며 외산제품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커스터마이징, 사후 기술지원이 용이한 토종 제품은 하나의 좋은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하반기 들어 공공시장을 필두로 상반기에 별다른 수요를 창출하지 못한 부문별 시장이 활짝 열릴 것으로 전망되면서 그룹웨어, 확장성표기언어(XML) 기업들은 물론 각종 패키지소프트웨어 기업들은 기대감에 부풀어있다.
이를 위해 이들 국산 솔루션기업은 대형 수요가 없었던 상반기에 외산제품에 대응할 만한 신제품 개발, 협력사 재정비, 제품 라인업 확대, 틈새시장개척 전략수립 등 하반기 시장에 대응할 만한 만반의 준비를 완료한 상태다. 이에 따라 상반기 결산 이후 다수 기업들이 올 초 잡았던 매출목표를 하향조정하는 움직임을 보였으나 국산 기업들은 지난해보다 소폭 상승한 매출목표를 그대로 유지하는 모습이다.
◇그룹웨어
그룹웨어 시장은 마이크로소프트·로터스노츠 등 외산제품에 비해 하반기 들어 그 어느 때보다 국산제품의 선전이 예상되는 부문이다. 전통적으로 국산 그룹웨어가 각광받아온 공공시장의 경우 하반기에 새롭게 개정될 행자부 전자문서 및 유통 표준 개선안에 따라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집중적인 그룹웨어 수요가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핸디소프트·한국정보공학·나눔기술 국산 그룹웨어 기업들은 내년부터 그룹웨어에 적용되기 시작할 자료관시스템(EDMS) 등 기술표준을 만족시키기 위해 하반기 인증시험 대비에 집중하고 있다.
또 이미 80% 이상이 그룹웨어를 도입해 사용하고 있는 기업고객의 경우 기업애플리케이션통합(EAI), 기업정보포털(EIP), 지식관리시스템(KMS) 등으로의 그룹웨어 확장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시장전망이 밝다.
특히 국산 기업들은 웹 기반 그룹웨어 공급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가트너그룹에 따르면 오는 2005년까지 중견 또는 대기업의 90%가 웹서비스 아키텍처를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으며 이에 따라 그룹웨어 기업들 역시 이에 대비해 웹 기반 그룹웨어 개발을 마친 상태다.
국내 그룹웨어 선두기업인 핸디소프트는 물론 한국정보공학, 가온아이 등은 클라이언트·서버 기반의 기존 고객을 웹 기반으로 유도한다는 전략 아래 설계당시부터 웹 표준을 기본 운영방식으로 채택한 제품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들 국산 업체는 또 기존 고객에 KMS 등을 추가로 공급할 때 외산제품에 비해 커스터마이징 등이 용이하다는 점을 강점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XML· DB
국내에서 메이저 기업들의 웹서비스 시장선점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면서 국산 확장성표기언어(XML) 솔루션 기업들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IDC 조사에 의하면 국내 XML 관련 시장규모는 올해 2100억원, 내년에는 33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국내 XML 전문 솔루션 기업은 20여개에 이르고 있으며 특히 XML 기초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응용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같은 노력으로 이들 업체는 상반기에 기존 공공시장 외에도 보험·금융·일반기업 등 신규시장 개척에 성공했으며 기업애플리케이션통합(EAI) 시장으로의 진출도 꾸준히 모색하고 있다.
K4M·DIB 등은 EAI와 B2Bi 기능을 통합한 솔루션으로 일찌감치 EAI 시장진출을 선언했다.
다른 소프트웨어 부문과 마찬가지로 XML 역시 국내 기업간 B2B 환경에 가장 적합한 솔루션을 효율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한 장점이다.
코스닥등록 기업인 씨오텍·인컴아이엔씨·유진데이타·휴먼컴 등은 XML 기반의 통합 솔루션을 갖추고 있으며 각사별로 특화된 영역구축에도 여념이 없다. 씨오텍은 외산 EAI 솔루션을 자사의 XML솔루션과 결합해 국내 기업환경에 최적화된 EAI 솔루션으로 대형고객을 속속 확보하고 있다.
인컴아이엔씨는 한국컴퓨터통신과 공동으로 객체관계형 DBMS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토종 XML 전용 DB인 ‘엑시마서플라이’를 출시해 타미노·엑셀론 등 외산이 주도해온 XML전용 DB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유일한 토종 DBMS 기업인 한국컴퓨터통신은 엑시마서플라이 공동개발 외에도 행자부 행정종합정보화 2단계 사업의 일환인 인터넷 민원서비스용 표준 DBMS 구축 사업자로 선정돼 자사의 DBMS인 유니SQL을 공급키로 하는 등 선전하고 있다.
◇패키지· SW 유통
기업용 솔루션 기업들 못지않게 패키지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 패키지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지난해 3, 4월 정부의 불법복제 집중단속으로 인해 누렸던 특수가 없어 상반기에 상대적으로 매출이 급감하는 현상을 보였으나 하반기 전략 신제품 발표 등으로 전년보다 소폭 상승한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장악해온 문서작성 및 사무용 프로그램 시장은 국산 업체들의 잇따른 신제품 개발로 판도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국산 패키지 소프트웨어 기업의 대표주자인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는 아래아한글의 인터넷 버전인 넷아래아한글 서비스를 개시한 데 이어 최근 아래아한글2002의 기능을 대폭 강화한 아래아한글2002SE 버전을 선보이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한컴은 오는 10월 초 기존 한컴오피스의 기능을 대폭 강화하면서도 가격은 MS오피스보다 60% 이상 저렴한 신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한컴은 또 지난 6월 기존 6개 총판 27개 전문대리점체제를 양대총판체제로 대대적으로 재정비하는 하반기 시장공략을 위한 준비작업을 차근차근 준비해왔다.
훈민정음 개발팀이 분사해 설립한 넥스소프트도 한컴오피스가 사용해온 외산 스프레드시트를 대체할 만한 토종 표계산 프로그램인 넥셀을 개발했으며 10만원 안팎의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단품 판매할 예정이다.
패키지 소프트웨어 업계 중에서도 웹저작도구 시장은 상반기에 여타 분야보다도 더욱 어려운 시기를 보냈으나 하반기에 기업용 시장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한다는 방침 아래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이 시장에서 국산 간판기업인 나모인터랙티브는 한국어도비시스템즈·한국매크로미디어 등 경쟁 외산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웹저작도구인 웹에디터의 판매와 병행해 기업용 솔루션 판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상반기에 기업용 솔루션 판매 전담 영업팀을 신설한 뒤 기업용 제품인 액티브스퀘어·PDA 브라우저인 핸디스토리 영업으로 무게중심을 옮겨 해외 사이트와 국내 통신사업자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밖에 번역 SW 기업들은 기존 자동번역솔루션 외에 국내기술로 개발된 휴먼번역 시스템과 PDA용 자동번역기 등 독창적인 제품개발을 완료하고 해외시장으로의 진출도 모색중이다.
이같은 패키지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움직임에 따라 소프트웨어 유통 기업들도 국내 고객의 요구에 맞는 고객지원, 제품 라인업 강화에 나서는 등 발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소프트뱅크코리아·다우데이타시스템·인성디지탈 등 3대 총판은 단품 위주 판매보다 토털솔루션 판매에 집중한다는 공통된 전략 아래 주요 고객에 대한 기술 지원을 강화하고 있으며 중소기업 등 신규시장 개척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인터넷 솔루션=인터넷 솔루션의 핵심인 백신의 경우 올해 상반기 시장 성장이 둔화됐다. 안철수연구소나 하우리 등 국내 백신업체의 매출은 전년 동기와 비슷한 수준이다. 일부에서는 백신시장 포화론을 제기하고 있지만 이는 데스크톱에 한정된 것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서버용 백신시장은 아직 수요가 남아 있다. 하반기 국내 백신업체의 화두는 단연 수출이다. 안철수연구소와 하우리가 상반기 예상을 밑도는 수출실적을 올렸지만 하반기에는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안철수연구소는 본격적인 일본시장 공략에 나섰으며 하우리는 미국·일본의 틈새시장에 주력한다는 전략이다.
웹메일솔루션 시장은 미국에서 한국으로 주도권이 넘어온 상태다. 메일닷컴이나 크리티컬패스 등 해외 유명 메시징솔루션 업체들이 잇따라 문을 닫거나 사업을 축소하는데 반해 국내 웹메일 솔루션 업체들은 수출을 통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가 아웃룩이나 MSN메신저를 닷넷전략의 핵심 솔루션으로 삼고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메시징솔루션은 인터넷 커뮤니케이션과 e비즈니스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제품이다.
국내 업체들이 메시징 솔루션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는 것은 그동안 평가절하됐던 국산 솔루션의 위상을 한단계 높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국산 메시징 솔루션은 해외에서도 두각을 나타내 일본을 비롯, 중국·동남아·중남미 등까지 활발한 수출실적을 보이고 있다.
하반기 메시징 솔루션 시장은 인스턴트 메시징 솔루션과 스팸차단 메시징 솔루션으로 대별될 전망이다. 인스턴트 메시징 시장의 경우 지난해까지 커뮤니티포털이나 쇼핑몰 및 증권사이트 등 인터넷 사이트를 주로 공략해왔으나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새로운 수요처로 기업과 정부 및 학교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스팸차단 메시징 솔루션의 경우 쓰리알소프트가 야심작 ‘스팸브레이커’를 내놓고 시장공략에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인터넷 사용인구가 날로 증가하고 기업체에서도 수요가 날로 늘어나면서 검색엔진 기술도 이에 비례해 발전하고 있다. 검색엔진의 경우 포털사이트나 뉴스서비스 외에 기업정보포털(EIP), 정부기관, 금융기관에서도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다. 검색속도와 정확도 및 대용량 처리기술 등의 발전과 함께 자연어 검색, 질문형 검색, 이미지 검색 등 다양한 검색기술이 개발돼 이제는 검색엔진에서 검색할 수 없는 것이 거의 없을 정도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의 검색엔진 업체들은 인터넷용과 인트라넷용으로 양분돼 있어 양쪽 분야에 모두 적용할 수 있는 통합형 검색엔진이 더많이 개발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기업체들이 지식관리시스템(KMS)과 EIP 등의 구축에 본격 나서고 있는 시점에서는 기업의 기존 레거시시스템과 웹기반 정보시스템을 통합적으로 검색할 수 있는 기술개발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