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업계 `네이밍 마케팅` 붐

 ‘해외시장에선 브랜드를 바꿔라.’

 국내 보안업체들이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현지시장에 맞게 제품명을 차별화하는 브랜드네이밍 마케팅전략을 펼치고 있다.

 보통 보안제품은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국내에서 통하는 브랜드의 의미가 해외에서는 제대로 인식되지 못하는데 있다. 한글을 기반으로 한 브랜드의 경우 국내시장에서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갖고 있지만 해외에서 그 뜻을 인정받기 쉽지 않다. 또 한국식 영어를 적용한 브랜드의 경우 오히려 제품의 신뢰성을 떨어뜨릴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수출제품에 대한 브랜드 네이밍은 해외시장 개척의 첫걸음이자 이미지 제고의 기장 중요한 위치에 서있다.

 안철수연구소(대표 안철수 http://www.ahnlab.com)는 3일 일본 현지에서 기존 V3 대신에 ‘바이러스블록’이라는 신규브랜드 발표 행사를 갖는다. 행사의 골자는 브랜드를 사용하는 것. 국내에서는 백신하면 V3가 떠오를 정도로 브랜드 파워가 높지만 일본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일본 치요다그룹의 분석에 따라 신규브랜드를 만들게 됐다. 이 행사에는 해외영업을 총괄하는 김철수 부사장뿐 아니라 안철수 사장이 직접 참석한다.

 정보보호기술(대표 민병태 http://www.infosec.co.kr)은 침입탐지시스템(IDS)인 ‘테스(TESS)’의 해외수출 브랜드를 ‘시코쉴드(SecoShield)’로 바꿨다. 이 회사는 지난해 미국 수출을 검토하던 중 해외에서 테스는 테레사 수녀의 약자로 사용되고 있어 상품명으로 등록은 물론 사용조차 불가능한 점을 알고 현지 컨설팅업체에 미국인들에게 호감이 가는 브랜드 발굴을 의뢰했다. 이 회사는 시코쉴드의 현지 상표권 등록을 마쳤으며 회사명도 정보보호기술을 영역한 인포섹테크날리지스로 바꿔 미국시장에 진출했다.

 인젠(대표 임병동 http://www.inzen.com)도 해외 상표권 등록에 일찍부터 관심을 기울인 업체 중 하나다. 국내에서 사용하고 있는 ‘네오와처’ 시리즈 대신 해외브랜드명을 지난해 초부터 ‘시큐플랫(SecuPlat)’ 시리즈로 변경했다. 인젠은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중국, 한국 등 6개국에 시큐플랫 상표권 등록을 마쳤으며 동남아와 아프리카 지역까지 포괄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획득했다.

 시큐어소프트(대표 김홍선 http://www.securesoft.com)도 대표브랜드인 ‘수호신’을 미국에서는 ‘투탄(TUTAN)’, 일본에서는 ‘시큐어소프트T시리즈’로 사용하고 있다. 수호신이라는 이름이 국내에서는 ‘지킴이’라는 뜻으로 통하지만 해외에서는 의미가 통용되지 않고 발음도 어려워 지난해부터 변경했다. 투탄은 라틴어의 변형으로 방어라는 뜻이다. 일본의 경우 회사명과 브랜드명을 동일하게 사용해 회사 인지도를 높이는데 초점을 맞췄다.

 세이프텍(대표 이종우 http://www.esafetek.com)은 최근 개발을 완료한 키보드 보안솔루션인 ‘세이프미(Safe Me)’를 ‘컴퓨세이프(CompuSafe)’로 바꿨다. 이 회사는 미국 현지 협력사에게 세이프미가 키보드 보안솔루션의 특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Me하고도 분쟁의 소지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었다.

 일례로 한편 동일한 회사명과 제품명이 등록돼 있어 곤란을 겪는 업체도 있다. 정보보호솔루션 업체인 A사의 경우 미국 현지에 유사한 회사명을 등록한 보안 SI업체가 이의를 제기, 현재로는 미국 보안전시회 참가도 못하는 등 해외진출이 가로막혀 있다. A사의 회사명에 이의 제기한 미국 업체는 자사 회사명과 어감이 유사하다는 이유로 A사가 미국에서 현재 명칭을 사용해 마케팅, 세일즈 활동하는 것을 금지하라는 내용으로 제소했으며 홈페이지 도메인명도 바꿀 것을 강요하고 있다. A사는 법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으나 뚜렷한 해결책이 없는 상태다.

 <서동규 장동준기자 dkseo·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