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보컴퓨터의 두루넷 출자전환과 관련해 시장의 반응이 냉담하다. 출자전환 발표 후 첫 영업일인 2일 삼보컴퓨터의 주가는 가격제한폭까지 추락해 9350원으로 마감됐다. PC담당 애널리스트들의 투자의견 하향도 러시를 이루고 있다.
삼보컴퓨터는 지난해 1월 두루넷에 투자한 회사채 592억원을 유상증자를 통해 출자전환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삼보컴퓨터는 592억원을 출자해 두루넷 주식 5211만주를 취득했다. 이번 출자로 삼보컴퓨터는 두루넷 지분의 31.9%(7418만1724주)를 보유, 소프트뱅크(20.3%)를 누르고 최대주주가 되면서 경영권도 확보했다.
일단 이번 출자전환은 신규 현금유출이 없는 단순한 투자 유가증권의 조정에 불과하지만 대규모 지분법 평가손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박강호 L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두루넷 지분 확대에 따라 대규모 지분법 평가손실이 발생하면서 연말 기준 적자전환이 우려된다”며 “두루넷에서만 300억원의 지분법 평가손실이 발생하고 나라앤컴퍼니 지분에도 추가손실이 예상되는 등 HP 수주 확대로 기대되던 이익증가를 감안하더라도 적자전환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삼보가 최대주주가 되면서 두루넷에 대해 향후 추가적인 지원이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또 그동안 두루넷에 대해 추가적인 지원이나 출자가 없을 것으로 예상하던 투자자들의 반응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후식 동양증권 애널리스트는 “상반기에만 두루넷이 43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회사 정상화나 매각에 대한 전망이 밝지 못하다”며 “두루넷의 정상화 등 징후가 표출되기 전까지는 삼보컴퓨터의 재무적인 부담 요인은 계속 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한편 두루넷은 부채의 자본전환에 의한 부채비율 개선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됐다. 최근 SK글로벌에 전용회선을 3556억원에 매각했고 HFC망을 파워콤에 450억원에 양도하는 등 자산매각을 통해 부채규모를 줄이고 있다. 1억달러 정도의 해외 자금 유치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주요 사업부문의 매각으로 인해 장기 성장 기반은 많이 축소됐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두루넷은 올 상반기 2886억원의 매출에 43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나스닥에서의 퇴출 시한은 11월 5일로 2개월 정도 남아 있지만 주가가 1달러 이상으로 10일 이상이 유지돼야만 등록을 유지할 수 있다. 두루넷의 8월 29일자 종가는 53센트였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