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HP의 CJ드림소프트 SM부문 인수 추진은 무엇보다 아웃소싱 사업을 시작할 기반을 마련하고자 하는 한국HP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되고 있다.
한국HP HPS는 SI 영역인 C&I(김민 상무), 고객서비스 분야인 CS(한종운 전무), 아웃소싱에 주력하는 MS(한도희 상무) 등 3개 영역으로 사업을 구분해 총 800여명의 인력을 가동하고 있는데 연매출 4000억원이 대부분 C&I부문에서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아웃소싱 부문의 매출은 거의 미미한 수준이고, 향후 단시일 내에 매출이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아직까지 아웃소싱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인 국내 기업의 정서를 고려해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웬만한 기업이라면 30대 그룹 소속 계열사로 해당 관계사인 SI사로부터 SM 서비스를 받는 구조가 오랫동안 고착화돼 있기 때문에 이 시장을 개척한다는 것은 여간해서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한국HP의 이번 인수 전략은 특단의 조치로 풀이된다. 특히 컴팩코리아와의 합병으로 인해 매출 규모나 사업영역에서 한국IBM과 정면으로 부딪치게 되는 한국HP 입장에서는 최소한 ‘한국IBM’ 수준은 갖추고 시작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IBM은 최근 충남방적이 계약 만료됨에 따라 대한항공 데이터센터와 동국제강(6개 계열사) 운영를 맡고 있다.
◇재계 19위 제일제당 그룹을 잡아라=CJ드림소프트의 SM 부문을 인수한다는 것은 ‘제일제당 그룹 계열사’의 정보시스템 부문을 아웃소싱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계 19위인 제일제당은 제조부문의 제일제당·모닝웰·엔프라니·PT.CSI·다원케미칼 등을 비롯해 유통부문의 CJ39쇼핑·CJFS·농협하나로마트·한일식자재·팜스넷·OK정보통신, 물류에 CJGLS, 서비스부문에 CJ엔터테인먼트·CGV·m.net·푸드빌·배승개발·M&M·매일산업·조이렌터카, 금융 및 기타 부문에 제일투신운용·제일선물·CJ개발 등 총 28개 계열사(공정위 2월 조사 기준)를 거느리고 있다.
1000억원 규모의 CJ드림소프트 매출 중 SM이 차지하는 비중은 800억원 수준. 그러나 이 정도 규모면 아웃소싱 사업을 펼쳐 나가는 기본 토대로 충분하다. 특히 제일제당은 이재현 현 회장 체제로 가동되면서 IT기술을 업무에 적용하고자 하는 선진화된 노력을 보이고 있어 비단 아웃소싱뿐 아니라 한국HP 전체 비즈니스에 큰 메리트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이번 인수건이 HP 본사 승인 아래 진행된다는 점이나 계열사 SM을 제3의 기업에 위탁운영한다는 사안의 중요성을 볼 때 제일제당그룹과 HP 본사 차원의 좀더 광범위한 ‘전략제휴’ 형태를 띨 가능성도 높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번 협상이 단순히 사업부문을 매각하고 인수하는 것에서 나아가 대규모 외자유치 성격의 금융지원을 비롯해 각종 프로젝트의 공동보조 등에 대한 내용이 포함될 가능성도 높다.
◇향후 전망=‘협상 중간단계’로 알려져 있지만 5일 방한하는 본사 HPS 임원들의 행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런 상황에서 본사 임원의 방한은 제일제당 그룹 최고 경영진과의 만남도 예상되고 있다.
이번 인수건은 지난 98년 SK텔레콤의 정보시스템 아웃소싱을 추진하다 실패로 귀결된 한국IBM의 사례 이후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양사 협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국내 기업들의 정보시스템 아웃소싱에 대한 인식변화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예상된다. 특히 시기적으로 금호그룹이 현재 아시아나항공 정보시스템실을 통해 수행하고 있는 그룹 IT업무를 분리, 외국계 IT업체와 공동으로 IT서비스 합작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그룹-계열-SI사’ 형태로 형성돼 있는 국내 아웃소싱 시장에 판도변화도 점쳐진다.
우선 SI시장에서 국내 기업과 다국적 IT기업들의 본격적인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번 인수가 제일제당 그룹과 HP 모두에 성공적인 결과물을 안겨줄 경우 ‘아웃소싱은 그룹계열사가 해야한다’는 기존 인식이 바뀌고 진정한 아웃소싱 시대로 돌입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경우에 따라서는 다국적 IT기업들의 공세에 대비해 대형 SI사업자들도 중소·중견 SI사를 인수, 사업규모를 확대할 것으로 보여 국내 SI시장의 재편도 예상된다.
<신혜선 기자 shinhs@etnews.co.kr 정진영 기자 jychung@etnews.co.kr>